감천문화마을.

느지막히 나선 걸음이라 감천마을에 도착해서도 제대로 마을을 구경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감천마을 올라가는 까치고개에 차들이 밀린다.

감천 마을 찾아가는 차량들...

이렇게 밀려서야, 오늘 구경은 다 물 건너 갔다.

 

고개에 들어 설 때, 차창밖으로 까치 고개를 걸어서 올라가는 관광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라 가는데, 결국은 걷는 사람이 먼저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가지 각색의 목어들이 모여 커다란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목어들이 마을 곳곳으로 헤엄쳐 돌아 다니나 보다.

마을 군데 군데 목어들이 벽에 붙어 있다.

 

 

 

마을에 도착헤서 주차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어영부영, 길을 찾느라 오락가락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애초에 마을 입구에서 마을 지도를 보며 움직였어야 하는데,

마냥 움직이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해가 떨어지면서 마을의 골목길을 밝히는 조명등이 하나 둘 켜진다.

 

 

 

감천항을 내려다 보는 감천마을

해가 저물면서 저녁놀이 서쪽에 머문다.

 

 

 

마을 곳곳에는 포토존이 잘 만들어져 있다.

예쁜 그림도 있고,

이처럼 마을 전경을 보면서 앉아 있는 어린 왕자도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키우는 자기의 소행성에서

먼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을게고,

그 옆에 앉은 관광객은 마을을 밝히는 조명별을 쳐다 보겠지.

밤이 깊어 맑은 밤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땅에서는 마을을 밝히는 별들이 어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감천마을은 나이 든 세대에게는 새로울 것이 하나 없는 그런 마을이다.

가난했던 옛 시절, 어렵게 살았던 그 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는 달동네, 산동네...

가파른 경사에 좁고 골목길, 미로처럼 이리 저리 얽혀 있는 비탈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이런 집들이 모여 마을이 되었다. 

 

감천마을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이든 사람들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마을, 그 추억이 떠오를테지.

하지만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이런 세상도 있었나 하는 느낌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아파트 계단과 달동네의 골목길은 아래위로 통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마는

그 성격이 아주 다르다.

아파트의 계단은 비상통로의 개념이라면,

달동네의 좁은 미로처럼 얽힌 가파른 골목길은

통행길이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다.

소통의 공간이다.

이웃 사촌끼리 오고 가는 정이 이 골목길을 따라 흘렀던 화합의 장이었다.

이웃간의 정이 사라진 지금

감천마을의 골목길은 아이들에게 옛 것의 가치를 전해 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

아이와 함께 이 마을을 방문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알지 못하는 가치를 이야기해 줄 수 있으리라.

 

 

 

 

밤이 깊어가면서 초롱초롱 별이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부산에서 그런 별을 보기란 힘든 일이다.

산기슭에 빛나는 조명으로 만족할 일이다.

 

낮에 본 감천마을과

밤에 볼 수 있는 감천마을은 사뭇 다르다.

내게는 낮보다는 밤이 더 낫다.

 

감천마을을 구경하려거든

오후 3~4시에 들러서, 낮시간에 문을 여는 전시실이나 기타 볼거리를 보며

골목길을 쏘다니며 밤을 기다렸다가

감천마을의 밤 모습을 보고 가기를...

 

 

 

감천마을을 감싸고 있는 큰 도로가에는 불을 밝힌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맛난 것도 먹고, 불빛 아래 사진도 찍고, 하늘에 떠 있는 별은 아니지만,

깜깜한 밤을 밝히며 빛나는 조명도 보고...

 

 

 

감천은 낮보다는 밤이다.

그냥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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