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해...포항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여 달리면 영덕지나 영해를 만날 수 있다. 영해읍에 있는 괴시전통마을을 찾았다. 전통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그 곳은 바람도 잠든, 시간마저 멈춘듯한 조용한 마을이었다. 목은 이색선생이 태어난 마을이기도 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오른쪽 골목을 따라 올라 간다. 대부분의 고택은 굳게 문이 닫혀있고 심지어는 잠겨있는데, 지금 가는 괴시리 영감댁은 아예 대문이 없다.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시는데, 마당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괴시리 영감댁으로 가는 길이 한적하다.

 

 

기와지붕 끝자락이 아름다운 고택들의 지붕을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예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것은 현대세계의 시간에 쫓기는 모습이 아니라 정적이며 시간이 정지한 느낌이다. 느끼기 어려울 만치 아주 완만하게 이어져 있는 고택 기와지붕의 선들과 숲의 조화는 계속 바라보고 싶은 아름다움이다.  

 

 

기와를 이고 있는 흙 담벼락도 구수하고, 낮은 담벼락 너머로 집 안쪽이 다 들여다 보인다. 나즈막한 담벼락은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개방적인 일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마 골목을 오고가는 이웃들은 집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담너머로 눈 인사를 나누었을 듯하다.  

 

 

정말 오래된 담인 것 같다. 담위에 올라탄 기와 조각들에 핀 저승꽃은 이끼와 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 기와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담 너머에 있는 나무조차 기와보다는 어려보인다.   

 

 

흙과 돌로 만든 담에 붙어 있는 방 창. 이게 들창인가? 그 옛날 이 방에 있던 처녀에 연정을 품은 사내들의 가슴은 이 창을 바라보며 얼마나 설레었을까? 설마 골목을 향한 방에 귀한 딸을 두었을리가, 아마도 하인들이나 하녀들의 방이었겠지...

 

 

괴시리 영감댁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집은 정부에서 유지보수해 준다고 한다. 흙담이 떨어지거나 기와가 파손되는 등 집에 문제가 생기면 문화재청에서 보수해 준단다. 대신에 집 주인은 마음대로 집을 팔 수가 없다고 한다. 

 

 

괴시리영감댁에 들어서서 마당에서 집 정면을 바라본 모습이다. 마루에 면해 있는 사랑방에 고댁체험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뒤쪽에 따로 할머니 한 분이 살림을 하는 방이 있다.

 

 

양지바른 마루 앞에 텃밭을 가꾸어 놓은 넓은 마당이 있다. 그리고 마당 맞은 편 나즈막한 담 너머로 정겨운 앞집이 보인다. 보고 또 보아도 자연과 어우러진 기와지붕은 그 자체로 자연인듯 하다. 

 

 

마루에 새겨진 나뭇결이 거칠게 남아 있는 까닭은 그다지 사람의 손길에 닿지 않았기때문이리라. 옛날 그 시절에 들고 나는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에 닳아 반질반질해졌을 마루가 사람의 왕래가 뜸한 지금은 자연의 비바람에 거친 모습이다. 

 

 

마루아래에는 삽살개가 낯선 사람을 경계하여 숨어있고 누구 것인지 모를 오래된, 아마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신 한켤레가 무심히 놓여져 있다.

 

 

마루에서 위로 치어다 보니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무들이 정답다. 

 

 

마루에 접한 사랑방에 들어가 문턱에 팔꿈치를 걸치고 앉아 방문밖을 내어다 보니, 흡사 내가 그 옛날의 선비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한가로운 오후의 햇살이 밝고 따뜻하지만 방안은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군청에서는 고택체험 민박을 권한단다.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여유로 민박을 운영하며 고택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이 있으면 좋으련만, 할머니 혼자서는 벅차다.

 

 

한참을 괴시영감댁에서 조용한 적막과 햇살을 즐기다가 일어섰다. 그리고 고려말 충신 목은 이색선생의 박물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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