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14

 

구미에 갈 일이 생겼다. 2~3시간 여유가 있어 부근의 명승지를 찾아 본다. 영주 부석사, 문경 새재 과거길, 영동, 속리산등이 구미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나도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멀어져 가는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싶다. 또한 옛 과거길 모습과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문경 새재 과거길도 한 번 걸어 보고 싶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속의 속리산도 다시 가고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시간의 제약 때문에 더 가까운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금오산 도립공원이다. 금오산 자락에 있는 금오산 저수지 둘레길.

   

구미로 달리는 고속도로.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는 아직 비를 품은 구름에 휩싸여 있다. 금오산 도립 공원에 도착하여 차를 내릴 때까지 비구름은 여전히 산을 덮고 있다. 977m로 천미터에 육박하는 금오산은 아랫도리만 드러낸 채 구름 속에 숨어 있다. 비록 구름에 가려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높이가 천미터에 육박하는 산이라 압도하는 힘이 있어 보인다. 구름 사이로 언듯 언듯 드러나 보이는 산세도 험란해 보인다. 낮은 구릉성 산지에 익숙해져 있는 눈에는 사뭇 힘차게 다가온다.     

 

 

 

금오산으로 올라가는 도로가로 쭉쭉 뻗어 있는 단풍든 전나무는 어느 북쪽 나라의 풍경처럼 이국적이다. 전나무 단풍길이 뻗어 가다 굽어지며 숲을 향해 있는 길을 보는 순간 나의 마음은 홀린 듯 그 길을 따라 붉은 숲 속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쉬워 뒤를 연신 돌아다 보며 금오산 저수지를 향한다. 

 

 

 

금오저수지 둘레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거의 하나도 없는 그대로의 평지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산책을 즐길만 하다. 오늘도 어린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함께 둘레길을 걷는다. 저수지를 끼고 도는 도로는 금오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넘어 산 속의 사찰로 이어진다. 이 도로 아래 저수지 바로 옆으로 나무 데크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도로와 나란히 걷다가 다시 한 번 물이 흘러드는 곳에서 도로 곁에서 갈라져 다리를 건넌 후 두 길로 나누어진다. 숲 속으로 난 흙길은 저수지를 내려다 보고 있는 전망대를 향해 있고, 나무 데크길은 이제 저수지의 수면 위로 뻗어있다. 그러다 채미정을 바라보면서 수면에 떠 있는 부교로 바뀐다. 채미정을 지나 둑 위에서 호수 건너편에서 바라보니 금오산 기슭의 단풍 속에 하얀 다리와 정자가 액자속의 그림처럼 예쁘다. 금오산은 여전히 구름속에 그 존재를 숨기고 있다.   

 

 

약 30분간의 산책으로 금오산의 매력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 하지만 구름 속 베일에 싸인 금오산의 매력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듯하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큰 소리를 가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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