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소식에 하마 벚꽃이 다 질까

나중에 좋은 꽃 구경 다 놓쳤다 아쉬워하느니

이 참에 벚꽃 구경을 나서자.


벚꽃이 좋다는 황령산을 오른다. 차로 드라이브다. 벚꽃길 드라이브.

 



황령산은 거의 정상 아래턱까지 2차로가 잘 닦여져 있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이 한창이다. 지금까지 본 벚꽃길 중 가장 인상적이다.


 


황령산 청소년 수련원 위쪽에 구름산장 휴게실 앞 정원을 걷는다.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둘이 나누어 마신다. 


 


구름산장 아래 길이다. 걷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정다운 길이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인가요?"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부산여상으로 내려가게 되요." 그렇구나. 이 길은 금련산 헬기장으로 가는 길이다.

길 아래쪽으로 인공 조림된 벚나무 숲이 이 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듯 하다.  

벚나무 숲은 하얀 벚꽃으로 뒤덮여 있다. 하얀 벚꽃이 마치 구름처럼,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하얀 벚꽃 바다이다.


 


황령산을 내려와서는 남천동 벚꽃 거리로 달린다. 아뿔사, 남천동 벚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남천동 벚꽃길을 통과하여 광안대로로 차를 올린다. 


해운대 달맞이길로 향한다.

해운대 달맞이 길은 벚꽃길 명소이다. 

4월 벚꽃이 날릴 즈음 봄비 오는 날, 뿌연 비안개 흐르는 수줍은 얼굴의 달맞이 벚꽃길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친 걸음에 달맞이 길도 달려보자. 


달맞이 길 들어서는 초입부터 벚꽃이 심상찮다.

바닷가 솔숲쪽으로 심겨진 벚나무는 유난히 굵은 가지를 도로위로 뻗치고 있다.

그 가지위에 얹힌 수많은 벚꽃들은 도로위에 꽃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해월정에 이르니 벚꽃 구경도 잠시 쉬어간다.


 


해월정을 지나 청사포 내려가는 길을 지나치자 해마루에 당도한다.

이제 해마루를 넘어서자 길은 구불 구불 이리 저리 휘어져 돌아간다. 

차를 천천히 몰면서 앞 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벌여놓으니 앞 쪽 벚꽃길을 향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다.

도로 위를 뒤덮은 벚나무는 벚꽃 터널을 만들었다. 

벚꽃 그림자를 마구 짓밟으며 달린다.




4월 벚꽃이 만발한 달맞이 길에 들어서면 절로 아래 턱이 떨어지며 소리없는 탄성을 발하게 되겠지만,  

청사포 지나 해마루 지나 송정가는 구불 구불 구비진 길의 벚꽃길을 보지 못했다면 달맞이 길의 숨은 모습을 놓친 것이다. 

미포에서 해월정까지 관광객으로 북적 북적하다. 그들은 결코 달맞이 벚꽃 길의 진풍경을 알지 못한다. 

해마루 지나 송정 내려가는 구비진 길을 달려본 사람만이 달맞이길을 이야기하라. 

뱀처럼 휘어진 길의 구비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비경이 열리고, 구비를 돌아갈 때마다 순간 기대감으로 숨이 가쁘다. 


이 길은 걸어도 좋을 그런 길이다.


달맞이 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송정역.

동해남부선은 폐선되었지만 아직 그 철길은 남아 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너른 송정역 앞 철길에 기차 두세량이라도 갖다 놓으면 멋지겠다.

송정역 바깥 벽에는 그림 열차가 달린다.


 


송정 해수욕장 해변도로에 조그만 길거리 카페 '목마와 숙녀'

빨간 차가 앙징맞다.


 


송정 바닷가...


 


어김없이 한 순간 바람에 날릴 벚꽃이다. 비방울의 두드림이 없더라도 곧 지게 될 벚꽃인데,

비가 온다고 하니, 화사한 벚꽃의 봄날이 그만 너무 빨리 지나갈 것만 같다. 

벚꽃의 봄이 지나기 전에 ~


 

해운대에서 송정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때론 울창한 해송 사이로, 때로는 해송 너머로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달맞이 고개길에 자리한 해월정.

해운대 앞바다에서 솟아 오르는 보름달은

어스름 해송숲에 달빛을 뿌리고

바다에 떨어진 달빛은 잔물결에 산산히 조각나

수억개의 달빛 비늘로 향연을 이룬다.  

 

달맞이 고개길 아래로 달리는 동해 남부선 철로.

청사포를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에 오르다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선로로 내려간다. 

 

 

 

허리가 굽어진 소나무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로, 송정 구덕포를 향해 달리는 동해 남부선 폐선선로에 들어선다.

 

철길은 평행선을 긋고 달리지만 인간의 눈에는 저 멀리서 하나로 합친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지만

그 감각은 여전히 불완전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은 녹슬어 가고

힐링을 찾는 사람들은 녹슬은 철길을 걷는 행복을 느낀다. 

 

 

 

동해 바다, 

오륙도를 기점으로 동해와 남해가 갈린다고 하는데...

 

기차 차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 보던 시선들

이제 우리는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쪽으로 바다, 저쪽으로 숲, 그리고 동행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자연과 함께 걷는다.

 

 

 

철길 아래로 가파른 벼랑은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버텨 왔을까? 

벼랑은 깍여 우뚝해 지고

파도는 시퍼렇다.

 

 

 

달맞이재? 달맞이 고개...

작은 터널, 이것은 고개를 관통하는 그런 터널은 아니다.

달맞이 고개의 정중앙임을 알리는 이정표?

 

 

 

터널을 지탱하는 기둥들 사이로 비쳐드는 빛

빛이 있음으로 그림자도 존재하고

이 둘의 조화는 인상적이다.

 

 

 

 

 

함께 걷고 싶은 길,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레일바이크로 개발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 

 

 

 

철로는 달맞이재를 너머 청사포쪽으로 달린다. 

달맞이 고개와 송정 사이에 있는 청사포,

푸른 뱀은 어느 새 푸른 모래로 바뀌어 불린다.

 

저 철로가 굽어지는 곳에서는 ...

 

 

구비 돌아 가니

숲 사이로 달리는 철길이 아름답다.

 

인생의 구비 구비를 지날 때마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각도 못한 비경에

다시 한 번 인생을 생각하기도 한다.

 

새옹지마란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철로는 청사포에 이르고,

우리는 청사포의 한 차집에서,

어두워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한 등대를 바라본다.

 

더 걸어가면 송정까지 갈 수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청사포에서 달맞이 고개를 보니,

소나무 숲은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커멓게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위에 달맞이 길을 따라 레스토랑들, 그 위로 주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멀리 해운대 바다 너머 남쪽으로 보니

이기대와 오륙도가 희미해져 간다.  

 

문득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의 차이를 생각한다.  

 

기차길과 달맞이 길 사이에 또 하나의 오솔길이 있다고 하니,

그 길도 걸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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