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다 죽어 버려라> 카를르 아데롤드 지음/ 강미란 옮김/ 열림원

 

140명의 사람을 살해한 살인마의 이야기를 왜 쓰야했을까?

 

백수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전직 뮤지션, 그는 귀찮은 존재인 옆집 고양이를 죽이고 나서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애완고양이의 죽음으로 그 동네에는 훈훈한 인간애가 발전된다. 애완묘를 잃은 아가씨에 대한 위로와 온정의 마음들, 그런 마음의 발로에서 개최된 아파트 주민들의 조졸한 모임. 하나의 모멘텀에 의해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또 다른 애완동물 사냥을 시작한다. 연속적인 애완동물 살해사건으로 동네는 처음에는 더욱 더 단합이 되는 듯 보였지만, 차츰 차츰 동네는 뒤숭숭해지고 이웃간의 의심의 눈길과 반목등으로 인심은 황폐해져 간다.

 

고양이 살해범을 찾고 있던 아파트 관리인 노파 수잔은 마을의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되어가던 중, 그의 실수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수잔할멈이 죽게된다. 수잔의 죽음으로 동네의 분란은 진정 기미를 보이고, 그는 짜증나는 한 사람의 죽음이 사회를 개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제는 사람 사냥에 나서게 된다. 마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가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살해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했던 논리로 무장한 이 종결자는 주위에 있는 짜증나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제거해 나간다. 그는 짜증나는 사람들을 씹새라고 부르며 사람들을 처형하는데, 급기야는 아는 사람에게까지 그 마수를 뻗치더니, 아내인 크리스틴까지 희생 제물이 되고 만다. 

 

아내의 죽음으로 형사 반장 마리는 그의 집에 수사차 수시로 드나 든다. 그러나 반장은 차츰차츰 씹새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대단한 흥미를 갖게 되고, 그들은 함께 씹새에 대한 이론을 정립해 나간다. 씹새에 대한 정의를 내라고, 다양한 씹새에 대한 분류 작업을 해 나가며 그는 마리 반장과의 우정과 신뢰를 쌓아 나간다. 마리 반장을 알기 전, 처음에는 짜증나는 사람들, 제복을 입은 사람들, 권력을 오용, 남용하는 소시민들을 씹새라고 정의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마리 반장과의 교감을 씹새에 대한 정의를 확장하게 된다. 씹새를 길러내는 교육은 더 큰 씹새라는 것이다. 이로써 정치가, 기업가, 학자, 종교지도자등도 그의 씹새 목록에 포함된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처단한다. 

 

한편 동료와의 다툼으로 울화가 치민 마라 반장은 '짜증나는 인간들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 순간 마라 반장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느낀다. 살해범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마라 반장은 그와 함께 경찰서를 향한다. 그는 반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시야가 흐려졌다. 온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권총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마라 반장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을 감겨 주었다. 나는 절망에 휩싸여 마라 반정 곁에 그렇게 앉아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는 끔찍한 생각..... 태어나서 처름으로 별다른 이유없이 사람을 죽인 것이다. 내 몸 하나 지키자고 그렇게 사람을 죽인 것이다. 배신을 당해 억울해하는 씹새처럼 사람을 죽였다. 감옥에 가기 싫은 씹새처럼 사람을 죽였다. 나는 살인자였다."

 

왜 카를르 아데롤드는 <바보들은 다 죽어버려라>라는 소설을 쓰게 된 것일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시발점은 바로 텔레비전에서 어느 파리 시청 공무원을 본 날이었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아주 편리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전혀 현실성없는 그의 얘기가 나를 화나게 했다. 나는 텔레비져늘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텔레비젼을 부술 것인가,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그 공무원을 죽여버릴 것인가. 나는 글로 대신하여 그를 죽이기로 했다."

 

분명히 주위에는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하는 인간들이 존재한다. 모르고 하는 짓이든, 아니면 알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짓이든, 그런 인간이 존재한다. 사회의 하층부에서부터 상층부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 그런 인간이 있다. 혹시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닐까? 카를르 아데롤드의 <바보들은 다 죽어버려라>에는 그런 인간들을 나열하고 있다. 아마 이 글은 자신이 그러한 짜증나는 사람들에 속하는 지의 여부를 평가해 볼 수 있는 색인 목록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누가 자신은 그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글의 화자는 자신이 살인자가 아니라 종결자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그리고 짜증나는 인간들은 도저히 갱생불가한 타고난 씹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자신도 그 씹새중의 하나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종결자가 아니라 살인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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