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서병훈 옮김/ 책세상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논한다는 것이 당최 무슨 말인가하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유가 없다고 외친다. 더 많은 자유를 달라고 요청한다. 그렇다면 그 자유의 효용은 무엇이며, 그 한계는 무엇일까? 오래된 책이지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서 그의 대답을 들어보자. 그의 <자유론>은 1859년에 출판되었다. 거의 150년전이다. 흥선대원군이 1863년 권력을 잡았으니, 조선 후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그 때 이미 존 스튜어트 밀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자유라는 가치를 논하고 있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와 권력의 상호관계로 관심을 끈다. 권력이 없는 곳에서는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생활하면서 권력의 필요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자유를 제한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이 권력에는 사회적 조롱, 비난등 여론의 영향도 포함된다. 물론 특정한 행위에 대한 법적인 제재도 권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권력이 커지면 자유가 축소되고, 권력이 약화되면 자유가 확장되는 권력과 자유와의 반비례관계가 확인된다.

 

이와 관련하여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의 제한 문제'에 촛점을 둔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의 초반부에서 그의 저술의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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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  

나는 이 책에서 자유에 관한 아주 간단명료한 단 하나의 원리를 천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강제나 통제-법에 따른 물리적 제재 또는 여론의 힘을 통한 도덕적 강권-를 가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다.

 

본인 자신의 물리적 또는 도덕적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간섭하는 것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당사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거나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또는 다른 사람이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하거나 옿은 일이라는 이유에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슨 일을 시키거나 금지시켜서는 안된다.

 

이런 선한 목적에서라면 그 사람에게 충고하고ㅡ 논리적으로 따지며, 설득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간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강제하거나 위협을 가해서는 안된다. 그런 행동을 억지로라도 막지 않으면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일을 하고 말 것이라는 분영한 근거가 없는 한, 결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만 사회가 간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당연히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 자기 자신, 즉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대해서는 각자가 주권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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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생각의 자유, 즉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절대 진리에 대한 회의'에 바탕을 둔 그의 사상은 어쩔 수 없이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게 만들었다. 서로 다른 의견은 어느 한 쪽이 맞고 다른 쪽이 그르다는 흑백논리에서 떠나,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진리를 확장해 나가고 정립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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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0

통념이나 전통과는 "다른 의견을 가질 자유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인간의 정신적 복리를 위해 중요하다."  그 네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의견은, 그것이 어떤 의견인지 우리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 이 사실을 부인하면 우리 자신이 절대적으로 옮음을 전제하는 셈이 된다.

 

둘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이렁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일이 아주 흔하다. 어떤 문제에 관한 것이든 통설이나 다수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따라서 대립하는 의견들을 서로 부딪히게 하는 것만이 나머지 진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셋째, 통설이 진리일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어렵고 진지하게 시험을 받지 않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진리의 합리적 근거를 그다지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그저 하나의 편견과 같은 것으로만 간직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네번째로, 그 주장의 의미 자체가 실종되거나 퇴색되면서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선을 위해서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채, 이성이나 개인적 경험에서 그 어떤 강력하고 진심어린 확신이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고 가로 막으면서, 하나의 헛된 독단적 구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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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행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와는 달리 행동의 자유에는 어느 정도 제약이 따라야 함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는 양심의 자유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그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까지는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 점에 대한 밀의 생각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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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08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에 대해 그들을 괴롭히지 않는 한편, 그저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 대해 자기 스스로의 기분과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면, 각자가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책임아래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기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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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밀은 자유가 미치는 좋은 영향력을 보여준다. 책임지는 자유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여 행동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준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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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1

사람의 지각, 판단, 특이한 감정, 정신활동 그리고 심지어 도덕적 선호와 같은 능력들도 오직 선택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단련될 수 있다. 그저 관습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이 최선인지 구분하는, 또는 가장 좋은 것에 대해 욕망을 느끼는 훈련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근육과 마찬가질 사람의 정신이나 도덕적 힘도 자꾸 써야 커진다. 다른 사람이 믿으니가 자기도 믿는 경우도 그렇지만, 그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자신의 분명한 이성적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이성은 튼튼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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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자유를 통해 사회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여주기도 한다. 개별성과 독창성을 장려하는 것은 천재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열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개별성도 독창성도 꽃 피울 수 없으며, 특히 천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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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1

개선을 가능하게 만드는 절대적이며 영원한 유일한 요소는 자유이다. 자유가 허용되는 곳에서만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독립적인 개선의 요소가 뿌리를 내릴 수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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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은 그 당시 자신이 살던 시대에 자유와 개별성에 대한 대단히 적대적인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전에 모두가 자유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사상은 그리 특별난 것은 없다. 워낙 우리가 자유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우려했던 상황 즉 자유가 제한되고 개별성이 부정되는 그러한 상황은 오늘날 우리시대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권력에 의한 자유의 축소, 대중여론등에 의한 사상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암묵적인 공격등은 여전히 우리시대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소위 계몽되었다고 하는 우리 시대가 150년전의 밀의 세계보다 더 못하다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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