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맹자> / 최인호 지음/ 열림원

 

 

■ 순자

 

순자는 맹자보다 50년 후에 태어난 유가 사상가였다. 본디 공자의 가르침에는 어짊과 의로움, 또는 충성과 믿음과 같은 덕을 숭상하는 내면적인 정신주의와 실행과 예의를 존중하는 외면적인 형식주의라는 두 가지의 양면이 있었다. 정신주의적인 면은 증자를 거쳐 맹자에게서 크게 발전하는 데 비해 형식주의적인 면은 자유와 자하를 거쳐 순자에게로 계승되었다. 따라서 맹자가 주관적이고 이상적이었다면 순자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이었다.

 

 

■ 순자의 사상

 

공자와 맹자는 하늘을 도덕적인 권위의 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자연과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하늘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은 착하고 악함에 따라 사람들에게 복을 내리기도 하고 화를 내리기도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순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하늘관을 부정하면서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분리시켰다.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었다. 순자는  "하늘은 만물을 생성하게는 하지만 만물을 분별하지는 못하며, 땅은 사람들을 그 위에 살아가게는 하지만 사람들을 다스리지는 못한다." 라고 말한다.  

 

이처험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분리시킨 순자의 혁명적인 생각은 한편으로는 무당, 점쟁이에 현혹되어 길흉화복을 믿는 미신행위를 멀리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사회현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또 한 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에서 법가의 사상이 태동하게 된다. "하늘과 땅은 군자를 낳았고, 군자는 하늘과 땅을 다스린다." 순자의 가르침대로라면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군자는 일정한 법칙에 따라 땅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다스려야 한다. 백성을 다스릴 이 일정한 법칙이 바로 법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자는 법의 중요성을 누누이 이야기한다. "법은 다스림의 시작이고 군자는 법의 근원이다."

 

순자의 '성악지설'도 이러한 논의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즉 사람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기 때문에 반드시 '스승과 법도에 따른 교화와 예의의 교육' 있어야 하는데, 그 교화와 교도의 수단이 바로 법이라는 것이었다. 순자는 맹자가 주장한 사단지심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도덕능력이 아니라 반드시 스승과 법도의 가르침에 의해서 고쳐지는 후천적 '작위'라고 말한다. 순자가 주창하는 성악지설의 골수는 작위이다. 맹자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양심을 근거로 사람의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순자는 사람의 본능을 근거로 사람의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능은 나면서 부터 이익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좋은 빛깔을 추구하는 욕망이다. 이를 절제하고 다스리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작위'이다. '본성으로 본다면 성인이나 여러 다른 사람들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성인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것은 작위이다.'라고 말함으로, 순자는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악해서 인위(작위)를 거쳐야만 바르게 교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순자와 법가 

 

법가의 창시자인 한비자, 그리고 진시황을 도와 강력한 법으로 통치한 이사 모두 순자의 제자였다는 것은 흥미롭다. 법을 중시하는 순자의 사상은 그의 제자인 한비자에게서 극도로 발전해 법가를 이루게 되었다. 법가는 중국 고대 철학의 한 학파로 일종의 법치사상이다. 전국 시대에 노예들의 끊임없는 폭동과 신흥봉건 지주 계급의 발흥으로 인해 기존의 유가적 예치가 점점 붕괴되어 효력을 상실하자 엄격한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자고 주장하는 사상이었다. 이사는 순자로부터 학문을 배웠으나 유가보다는 법가에 가까웠다. 그는 진나라의 재상으로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일조를 담당했으며, 대제국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통치자와 국가 권력을 강화해야 하고, 오직 국가의 강력한 통제와 황제에 대한 절대 복종을 통해서만 사회적 통합이 가능하다고 믿고, 엄격하게 상벌을 내리는 법률체계로써 다스렸던 재상이었다.

 

순자는 맹자의 성선지설을 공격하여 성악지설을 주장하였고, 그의 제자 이사는 천하를 통일한 후에 분서 갱유를 단행함으로, 결국 순자는 전통적인 유가로부터 이단자처럼 취급받고 소외되었다. 더구나 이사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악랄한 간신으로 간주되고 있어, 이러한 이유들로 순자는 유가에서 이단적이라고 배척을 받게 된다.   

 

 

■ 맹자와 순자

   

맹자가 공자의 인의 사상을 구체화시켰다면, 순자는 예악 사상을 구체화했다. 유학의 종지를 수기치인이라고 한다면, 맹자는 수기(자신을 수양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고, 순자는 치인(다스림)에 주안점을 두어, 두 사상이 함께 어우러져 유학이 더욱 풍성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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