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지음/ 휴머니스트

 

쿠르베의 사실주의 정신은 이후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에두아르 마네도 그 중 한 명이다. 마네는 쿠르베의 사실주의가 지향하는 것처럼 현실 속의 인물을 그렸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마네는 '빛'을 그리고자 했다.  

 

마네가 그린 '풀밭위의 식사'는 그 점을 잘 보여준다. 그림속의 여자는 아름다운 신화속의 여신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몸매를 지니고 있는 보통여자일 뿐이다. 또한 그림에서 밝고 어두운 부분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빛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려한 마네의 의도가 보인다. 특히 마네의 빛의 표현은 인상주의에 깊은 영향을 주었기때문에 마네는 인상주의의 아버지라 불린다.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 1862~1863년

 

마네와 이름이 비슷한 모네.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은 인상주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모네는 같은 풍경이라도 빛이 달라지면 그 풍경과 색깔이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모네와 함께 한 화가들은 어떤 사물이나 풍경을 보았을 때 한 순간 느낀 그 '인상'을 잡아내서 그림을 그려내었다. 이들의 그림을 본 기자가 평하기를 제대로 사물을 보고 그린 게 아니라, 순간적인 인상만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 이에서 인상파, 인상주의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 1872년

 

 

폴 세잔은 인상주의자들과 어울려 전시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세잔은 독특한 그림을 그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았다. 그는 완전히 원근법을 무시하였다. 세잔은 생각하기를 사람들이 사물이나 풍경을 볼 때는 원근법과 같은 어떤 수학적인 규칙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고 생각했다.

 

아래의 그림은 폴 세잔이 그린 <부엌의 식탁>(1888~1890)이다. 자세히 보면 그림이 좀 특이하다. 탁자의 왼쪽 부분과 아가리가 훤히 보이는 화병은 위쪽에서 아래로 바라본 모습이다. 반면에 탁자의 오른쪽은 비교적 정면에서 본 모습이며, 뒤쪽 과일이 담겨있는 바구니는 거의 정면에서 본 모습이다. 이렇게 한 화면에 여러 시각이 섞여 있는 모습은 세잔이 사물을 보는 방식을 잘 드러내 준다.

 

 

 

사진이 등장하면서 대상을 사실 그대로 그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은 사진과 달리 얼마든지 화가 자신의 생각과 관심을 표현할 수 있었다. 폴 세잔은 모든 사물의 형태를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의 가장 근본이 되는 모습을 그리고자 하였다. <생 빅투아르 산>(1902~1904)은 그러한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난 그림이다. 그의 풍경화는 도형들이 빼곡히 가득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그는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리기보다는 형태를 단순화하여 그 근본이 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이러한 방식은 당시 그 어느 화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기법으로 처음에는 아무도 그것을 이해하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잔의 그림은 서양의 미술을 급진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피카소는 세잔에게서 원근법 파괴를 배웠고, 몬드리안은 사물을 단순하게 보는 시각을 세잔으로 부터 배운 셈이다.

 

세잔과 같은 화가를 '후기 인상주의 화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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