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지음

 

<소설가의 일>라는 책으로 김연수를 알게 되었다. 소설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주저리 주저리 써 놓은 글이다. 아니 소설을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글인가? 아뭏든 이 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을 쓰고 있는 순간이면 누구나 소설가가 된다. 그 소설이 출판될 지 그렇지 않을 지는 차후의 문제이고...

 

소설의 작법중 기억나는 한 가지는 '핍진성'이다.

이야기가 그럴 듯 하다는 개연성을 뛰어넘어, 그렇게 돨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관계를 가진 이야기라야 '핍진성'이 있다고 한다.

 

또 기억나는 한 가지는

설명하려 하지 말고 보여주라

 

마지막 한 가지는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40번이상이나 읽고 고치고 또 고쳤다고.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갓난 아이를 낳은 여고생, 아이는 외국으로 입양되어 가고, 그 여고생은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다.

입양되어간 아이는 자라서 뿌리를 찾아 고국으로 돌아온다. 출생에 얽힌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지는데,... 엄마는 죽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누구일까?

죽은 엄마는 차가운 바다속에서 딸이 돌아와서 자기를 찾아주기를 바란다. 아니 아버지일까? 딸이 찾아 오기를 기다린 사람은...

 

입양되어간 아이 카밀라. 양엄마가 죽고 난 후 다락방에서 발견한 가방, 그 속에는 어릴 때 자신이 쓰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모두 담겨있다.

그 물건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카밀라는 남자 친구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된다. 가방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고는 지나간 일을 더듬어보면서 추억을 담아낸다. 그러나 담을 이야기가 없었던 사진 한 장, 동백꽃 앞에 갓난 애기를 안고 서 있는 젊은 여자. 카밀라는 이 갓난 아이가 자신이라는 것, 그 젊은 여자가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알아챈다. 드디어 출생의 비밀을 찾으러 한국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비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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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산문/ 문학동네

 

소설가 되기? 소설가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굳이 소설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 같은 것일랑 필요 없어. 다만 소설을 쓰면 되지. 소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냐. 그냥 써 봐. 쓰는 것이 중요하지. 많이 쓰는 것이 필요해. 그런데 쓸 때 몇가지 알고 있으면 좋은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되지.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은 대충 이렇다. 아는 형이 추천해 주었더랬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읽어 보라고 하면서, 핍진성을 이야기하고, 설명보다는 묘사하는 것이 요령이라면서. 이 책을 읽고 자신도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그렇다면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나도 읽어 보고 싶었다.

 

'토고'라는 말에 평범한 사람은 위로를 받는다. 소설가 김연수는 '초고'를 '토고'라고 한다. 다시 읽어 보면 구토가 난다는 뜻이란다. 잘 나가는 소설가도 처음 쓴 글이 그렇게 부끄러울 만큼 조잡하다면, 그리고 초고를 고치고 또 고치고 고치면서 소설이 완성된다고 한다면, 범인들의 글은 오죽할까?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글쓰기 책은 글을 쓰고 싶도록 만드는 책이다. <제멋대로 써라> 또는 <뼈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라는 책은 둘 다 공통점이 있음을 뒤 늦게 깨닫는다. 요는 펜을 들고 써 내려 가라는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제멋대로 써도 괜찮고, 쓰레기같은 글을 써도 괜찮으니 말이다. <소설가의 일>도 같은 맥락이다. 글, 아니 소설을 쓰고 있는 순간, 그 소설이 명작이 될 지, 아니면 그냥 잊혀질 지, 아니 완성될 지 조차 알 수 없겠지만 쓰고 있는 그 순간만은 이미 소설가임을.

 

이연수는 몇가지 팁을 준다. 감정을 설명하려 들면 안된다. 마음 속 욕망도 마찬가지로 설명하려 하지 마라. 오직 주인공의 표정, 몸짓, 행동으로 그 욕망이 드러나도록 하라. 'A가 굉장히 화가 났다.'란 표현은 좋지 않다. 'A의 얼굴이 시뻘게 진다. 주먹을 쥔 손이 벌벌 떨린다.' 예를 들면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화가 났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주인공이 화가 났음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란 것이다. 독자의 생생한 감각에 호소하라.

 

"절망보다 중요한 건 절망의 표정 및 몸짓, 그리고 절망 이후의 행동"

 

<소설가의 일> 포스팅을 하려다 책 목차를 훓어보다 문득 눈이 멈춘다. '펄펄 끊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 참 이상도 하다. 저렇게 딱 잘라서 몇 단계 이렇게 말하면 뭔가 아주 중요한 비결이 숨어 있는 것만 같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생각하다 보면 정작 글을 시작할 수가 없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면 좋을 지 고민만 된다. "그러니 생각하지 말자. 일단 한 문장이라도 쓰자." 한 문장이라도 쓰고 나면 이제는 그 문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표현을 달리 할 수 있을런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식으로 쓰야 할 것인지...."이렇게 한 글자라도 쓰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소설을 쓰겠다면 생각하지 말고 쓰고 나서 생각하자."

 

2. 쓴다. 토가 나와도 계속 쓴다.

"소설가의 첫번째 일은 초고를 쓰는 일이다. 그 초고를 앞에 놓고 이렇게 묻는다.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쓸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일단 모르는 것, 쓸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소설가의 두번째 일이고, 모르는 것을 알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게 세번째 일이다."

쓸 수 없는 것을 쓴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오랫동안 읽히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문장이 좋아야 한다. 미래에도 읽힐 수 있는 명문은 어떻게 쓰는걸까? 지금 내가 쓸 수 없는 것을 쓰면 된다. 모든 위대한 소설가는 자신이 쓸 수 없는 것을, 몰랐던 것을 쓴 사람이다.

쓸 수 없는 것을 쓰기 전에 쓸 수 있는 걸 정확하게 쓰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3단계로...

 

3. 서술어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토해놓은 걸 치운다.

문장을 손 볼 때는 서술어 부분을 최대한 줄여야만 한다. '~을 하다.'를 '~하다'로 바꾸어 진짜 동사를 드러낸다. 가능하면 동사와 시제만 남도록 서술어 부분을 단순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문장이 명확해 지면서 글의 내용의 빈약함이 드러난다. 이제서야 내가 무엇을 쓰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쓰지 않은 걸 채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하지만 그 순간 '토고'의 문이 열린다.

 

4.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면 감각적 정보로 문장을 바꾸되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계속!

소설 속의 문장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맡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단어들로 이뤄졌다면, 소설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나눠줄 때 아름다워진다.'는 문장 보다 '다른 사람을 안으면 둘 모두 따뜻해진다'는 것이 소설의 문장에 가깝다.

 

소설 잘 쓰는 법 30초 강의

"삼십 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든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 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날씨와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강의 끝" 

 

5.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이 세계를 감각하라.

글을 쓰기전에 소설가는 생각하지 않고 감각한다. '감각한다'는 원고를 쓸 때 사용하고, '생각하다'는 교정할 때 사용한다. 감각해서 알아낸 단어와 표현으로 원고를 쓰고, 그 원고에 대해 생각하면서 새로운 단어와 표현으로 교정한다.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은 재미있게 쓰여있다. 그리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오래 기억해 두고 싶은 말도 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소설은 아니더라도 감각적인 글을 쓰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메모한 글

 

우리가 욕망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에 그 욕망을 가리기 위해 짐짓하는 말들이 바로 문학의 말들이다.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건 대사와 행동과 표정과 몸짓같은 것 뿐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지 않은 자는 이 봄을 누릴 자격이 없노라. (이윤기)

 

문학적 표현의 본질은 진부한 말들을 새롭게 표현하는 걸 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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