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기억이 가물가물한 오래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당시의 마음 상태를 되살려 내는 것이 가능할까? 현재 자신의 모습조차도 진실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면,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고 마음속에 일렁이던 섬세한 감정들을 되살린다는 것은 더더구나 어려운 일일것이다. 그것은 다만 현재 자신의 사유 방식에 기대어 당시의 심리 상태를 추론하는 과정이랄 수 있겠다. 그런면에서 지나간 일들에 대한 심적인 고백은 차라리 고백을 기록하는 시점에서의 마음 상태를 더 잘 보여주는 것이리라. 

 

고백록의 전반부는 아우구스티누스가 회심하고 개종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과 기도에도 불구하고 이교에 빠져들던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등이 잘 드러나 있다. 고백록의 후반부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창세기 비유적 해석이 실려있다. 러셀은 <서양철학사>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을 언급한다. 시간은 영원한 것인가? 하느님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분인가? 아니면 하느님이 시간을 존재하게 하신 분으로 시간 밖에 존재하는가? 흥미로운 시간에 관한 사색이 펼쳐진다. 현대물리학의 빅뱅이론에 의하면 빅뱅이 있기 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공간과 시간은 시공간으로 하나의 실체를 이룬다. 현대물리학이 시간을 규명하기 전에 이미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의 존재에 대한 사유로 부터 시간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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