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지음 /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을 때, 묘하게도 생텍쥐베리의 <야간비행>이 생각났다. <야간비행>은 생텍쥐베리의 친구 기요메의 이야기를 모델로 하여 쓰여진 작품이다. 생텍쥐베리의 친구 기요메는 비행기 조난사고로 안데스 산맥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기요메는 생사를 넘나드는 8일간의 사투끝에 생존하여 귀환했다. 기요메는 안데스 산맥을 헤맬때, 추위와 배고픔의 고통에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하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가 생존하여 귀환하게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기요메의 대답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생존한 빅터 프랭클의 이야기와 기묘하게 닮아있다. 기요메는 자기를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생각하며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귀환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기요메는 자신이 생존하여 귀환하는 것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고립무원의 살인적인 험란한 안데스산속에서도 살아 귀환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생존동기였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럴 수도 있는 것이구나. 생각의 전환이라고나 할까? 전혀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면서, 이제는 30년 가량의 세월이 흘러 잊혀졌을 법한 그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는 것은 그 때의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말해준다. 빅터 프랭클도 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귀환한 생존자이다. 빅터 프랭클을 죽음의 소용소에서 끝까지 살아 남게 한 것은 무엇일까?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에 밀란 쿤데라가 <무의미의 축제>라는 새로운 책을 냈다.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라는 말이 <무의미의 축제>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이다. 빅터 프랭클은 인생에 의미가 없다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생에 의미가 없어지면 그 때부터 인간은 죽기시작한다고 말한다. 각 사람은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야만 할 중요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아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다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살아갈 이유도, 희망도, 의미도 없는 사람은 생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쿤데라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에서 깨닫게된 사실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대를 갖기 위해 때대로 자기 마음을 밀어붙여야 할 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재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있을 때, 그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이다." (132쪽)

 

니이체의 말을 인용하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137쪽)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생존에 대한 책임과 그것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아주 중요한 의미로 부각된다. 사랑으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나, 혹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된 사람은 자기 삶을 던져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 (142쪽)

 

그리고 빅터 프랭클박사는 이러한 말로 자신의 체험담을 끝맺는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제 이 세상에서 신이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161쪽)

 

혹독한 시련끝에 생존한 빅터 프랭클 박사는 <로고테라피>라는 이론을 개발하였다.

"이 이론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맞춘 이론이다. 로고테라피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보고 있다."  프로이트 학파에서는 '쾌락의 원칙'(쾌락을 찾고자 하는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아드리안 학파에서는 '우월하려는 욕구' 로 불리는 권력에의 추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로고테라피에서는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중요시한다. 

 

이 이론을 정신의학분야에 적용하여 실제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온 임상 결과들이 많이 누적되고 있다.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만들어 정신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의 로고테라피는 검증된 이론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져 내리면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 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실존적 공허를 대처하는데,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은 빛을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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