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에서 경주로 들어가 포항가는 7번국도를 시원하게 달린다.

포항을 지나 7번국도를 계속 달리면 화진포를 지나치게 된다. 

화진포 휴게실에서 바라본 동해

 

 

 

 

영덕대게로 유명한 영덕을 지나 북쪽으로 계속 달리면 영해면이 나온다.

영해에는 개인이 조성한, 아니 아직까지 조성하고 있는 세쿼이아 숲이 있다.

근 10년째 숲을 조성하고 있으며, 아직도 주위의 산과 땅을 사들여 나무를 심고 있다고 한다.

진입로도 변변찮고 화장실등 시설이 없어 관광객이 방문하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이 있지만

어찌 알고 알음 알음 사람들이 찾아 온다고 한다.

 

10~15분가량 느린  걸음으로 산책을 하며 나무 향기에 젖어 본다.

쭉쭉 뻗은 숲의 모습도 담아 보면서...

 

 

 

영해는 고려말 한학자인 목은 이색의 고향이다.

그는 중국의 괴시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그의 고향을 괴시마을이라고 이름 지었다.

고향 마을이 중국의 괴시와 많이 닮았던 것이다. 

 

괴시리마을 입구에 있는 연못에 연꽃이 막 피려고 한다.

넓은 연잎들이 온통 연못을 채우고 여기저기 하얀 연꽃 봉우리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괴시리 마을을 관통하는 골목길 담장 너머 접시꽃과 장미꽃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에서는 병마에 쓰러져 가는 아내를 '접시꽃 같은 당신'이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가만히 접시꽃을 보고 있으면 소박한 아내의 모습이 연상된다.

 

5월은 계절의 여왕, 장미는 5월의 꽃

가시돋힌 가시위에 붉은 장미꽃의 자태를 어디에 비할까?

 

 

 

 

 

괴시마을에 있는 괴시리 영감댁의 정원에 피어 있는 보라색 꽃, 하얀 꽃...

 

 

 

 

괴시리 영감댁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는 마당에서 텃밭을 가꾸신다. 

다니러 온 지인에게 주려고 텃밭에서 키운 작물을 뜯고 있다.

 

 

 

괴시리 영감댁 건물은 한 쪽에 마당을 둔 ㅁ자 모양을 하고 있다.

ㅁ자 속에 들어 앉은 안채에서 바라본 하늘은 사방이 기와로 갇혀 있다.

 

 

 

연꽃이 자라는 연못 옆에는 부들이 자란다.

 

 

 

영해 괴시마을에서 축산항까지 산길은 사색의 길. 해파랑길의 한 구간으로 블루로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언젠가 이 길을 따라 걷고 싶다. 

아마도 오랜 옛날 이색선생도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숲에 취하고 바다 풍경에 취해가며 사색에 잠기지 않았을까?

이색선생과 함께 걷는 길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 둔다.

 

하지만 영해에서 축산항으로 가는 도로길도 멋지다.

축산항에 면해 있는 죽도 입구에서 바라본 해안선.

확실히 동해안의 물이 맑다.

 

 

 

길을 가는 사람에게 목적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길을 즐길 수 있다면...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인생이고, 인생의 종착지가 어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 오는 그것이라면

그 길은 급하게 서둘 길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쉬어 가기도 하고, 때로는 가지 못했던 길을 가기도 하며

길의 아름다움에 젖어 보는 것도 괜찮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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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해에 있는 괴시마을은 고려말 문신이자 학자 이색의 고향이다. 목은 이색은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킨 '삼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색이 중국으로 사신으로 갔다 온 뒤, 중국의 괴시와 비슷하다 하여 그의 고향을 괴시라고 불렀다고 한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대하드라마 <정도전>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이 이색의 제자라 한다. 이색과 정도전은 스승과 제자의 사이였으나,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서로 반대의 길을 걷는다. 정도전은 조선왕조 개국의 일등 공신이 되어 조선의 기틀을 잡은 반면, 이색은 조선의 벼슬을 고사하고 초야로 돌아간다.

 

이색 박물관 앞에는 그의 시 두 수가 새겨져 있다. 부벽루는 그가 중국으로 사신 갈 때 고구려의 옛도읍 평양을 지나면서 이제는 지나간 찬란했던 영광을 추억하며 지었다하며, 또 다른 시는 갈 곳없는 그의 우국 충절을 노래하고 있다.  

 

 

 

 

 

 

목은 이색의 생가터에서 바라본 정경이다. 어려서 이색은 이러한 풍경을 바라보며 자랐을 것이라 생각하며, 먼 옛날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괴시마을에서 볼 수 있는 기와지붕은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음을 끈다. 이색 박물관의 기와가 주위와 어울리는 모습은 자연 그 자체인듯하다.

 

유독 기와지붕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보이는 연유는 무엇일까? 내내 생각하다 기와지붕의 절묘한 곡선미가 그 이유라고 단정지어본다. 기와지붕의 곡선을 이루는 처마를 잡아 보았다. 처마가 직선으로 되어 있는 개량 한옥도 눈에 띄었다. 단아한 모습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역시 곡선이 배제된 모습에서는 정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

 

경상북도 영해...포항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여 달리면 영덕지나 영해를 만날 수 있다. 영해읍에 있는 괴시전통마을을 찾았다. 전통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그 곳은 바람도 잠든, 시간마저 멈춘듯한 조용한 마을이었다. 목은 이색선생이 태어난 마을이기도 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오른쪽 골목을 따라 올라 간다. 대부분의 고택은 굳게 문이 닫혀있고 심지어는 잠겨있는데, 지금 가는 괴시리 영감댁은 아예 대문이 없다.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시는데, 마당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괴시리 영감댁으로 가는 길이 한적하다.

 

 

기와지붕 끝자락이 아름다운 고택들의 지붕을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예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것은 현대세계의 시간에 쫓기는 모습이 아니라 정적이며 시간이 정지한 느낌이다. 느끼기 어려울 만치 아주 완만하게 이어져 있는 고택 기와지붕의 선들과 숲의 조화는 계속 바라보고 싶은 아름다움이다.  

 

 

기와를 이고 있는 흙 담벼락도 구수하고, 낮은 담벼락 너머로 집 안쪽이 다 들여다 보인다. 나즈막한 담벼락은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개방적인 일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마 골목을 오고가는 이웃들은 집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담너머로 눈 인사를 나누었을 듯하다.  

 

 

정말 오래된 담인 것 같다. 담위에 올라탄 기와 조각들에 핀 저승꽃은 이끼와 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 기와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담 너머에 있는 나무조차 기와보다는 어려보인다.   

 

 

흙과 돌로 만든 담에 붙어 있는 방 창. 이게 들창인가? 그 옛날 이 방에 있던 처녀에 연정을 품은 사내들의 가슴은 이 창을 바라보며 얼마나 설레었을까? 설마 골목을 향한 방에 귀한 딸을 두었을리가, 아마도 하인들이나 하녀들의 방이었겠지...

 

 

괴시리 영감댁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집은 정부에서 유지보수해 준다고 한다. 흙담이 떨어지거나 기와가 파손되는 등 집에 문제가 생기면 문화재청에서 보수해 준단다. 대신에 집 주인은 마음대로 집을 팔 수가 없다고 한다. 

 

 

괴시리영감댁에 들어서서 마당에서 집 정면을 바라본 모습이다. 마루에 면해 있는 사랑방에 고댁체험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뒤쪽에 따로 할머니 한 분이 살림을 하는 방이 있다.

 

 

양지바른 마루 앞에 텃밭을 가꾸어 놓은 넓은 마당이 있다. 그리고 마당 맞은 편 나즈막한 담 너머로 정겨운 앞집이 보인다. 보고 또 보아도 자연과 어우러진 기와지붕은 그 자체로 자연인듯 하다. 

 

 

마루에 새겨진 나뭇결이 거칠게 남아 있는 까닭은 그다지 사람의 손길에 닿지 않았기때문이리라. 옛날 그 시절에 들고 나는 사람들의 손길과 발길에 닳아 반질반질해졌을 마루가 사람의 왕래가 뜸한 지금은 자연의 비바람에 거친 모습이다. 

 

 

마루아래에는 삽살개가 낯선 사람을 경계하여 숨어있고 누구 것인지 모를 오래된, 아마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신 한켤레가 무심히 놓여져 있다.

 

 

마루에서 위로 치어다 보니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무들이 정답다. 

 

 

마루에 접한 사랑방에 들어가 문턱에 팔꿈치를 걸치고 앉아 방문밖을 내어다 보니, 흡사 내가 그 옛날의 선비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한가로운 오후의 햇살이 밝고 따뜻하지만 방안은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군청에서는 고택체험 민박을 권한단다.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여유로 민박을 운영하며 고택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이 있으면 좋으련만, 할머니 혼자서는 벅차다.

 

 

한참을 괴시영감댁에서 조용한 적막과 햇살을 즐기다가 일어섰다. 그리고 고려말 충신 목은 이색선생의 박물관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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