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선정 100권 중 <객관성의 칼날> 제 9장 에너지학 / 찰스길리피스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법칙) - 줄과 마이어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된 증기기관의 발명은 과학에 빚진 것이 거의 없다. 증기기관은 수준높은 과학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어떻게 보면 단순한 기술이었다. 오히려 증기기관은 과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카르노로 부터 시작된 열역학은 증기기관의 연구에서 비롯되었기때문이다.

 

열역학에는 몇가지 법칙이 있다. 먼저 열역학 제1법칙 즉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있고,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다. 그런데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증명되지 않은 것이라 하면 조금 놀랍다. 왜냐하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전우주를 관통하는 기본적인 원리로 받아들여지기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열역학 제1법칙이 성립되었으며,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 부터 어떤 과학적 사실들이 도출되었을까?

 

수학은 철학과는 달리 기본적인 방법론으로 증명을 내세운다. 증명되지 않은 사실은 수학적 진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증명된 사실만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이 위에 또 새로운 진리를 세워나감으로 수학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논리적 체계를 가지고 형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엄밀함의 학문인 수학조차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면 놀랍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수학보다 엄밀함이 떨어지는 물리학에서야 오죽하겠는가? 그 전제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사용한다고 나무랄 순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자연의 궁극적인 힘들이 서로 교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왔었다. 화학적 반응에 있어, 반응전의 계의 질량과 반응후의 계의 질량이 동일할 것이라는 증명되지 않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바탕으로 화학이 발전해 왔던 것과 똑 같이, 열역학 제1법칙 즉 에너지 보존법칙은 증명되지 않은 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여져 왔던 물리학의 전제였다. 이런 전제가 옳음을 보여주는 여러 간접적인 증거들에 의해 이 전제에 대한 믿음은 점점 더 굳건해졌다.   

 

벤저민 톰슨(1753~1824)은 마찰에 의해 운동이 열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는 대포의 포신을 깍을 때 발생하는 열로 물이 심하게 끓는다는 것을 통해 열은 운동에 존재함을 주장했다. (1798) 그러나 그는 운동으로부터 열로의 변환을 수량화하지 못했다. 

 

40년뒤 제임스 프레스코트 줄(1818~1889)은 운동과 열사이의 수량화에 성공했다. 그의 초기실험은 기계적 동력의 소모와 열의 발생 사이에 일정한 비율이 성립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연의 위대한 힘은 창조주의 엄명에 의해 영원불멸임에 대하여 만족한다. 기계력이 소모되면 언제나 정확히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열이 얻어지는 것이다."리고 줄은 말했다.(1843)

 

줄은 카르노의 연구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실린더에서 증기가 팽창할 때, 실린더 속의 온도가 감소한다. 그리고 감소한 온도에 비례하여 피스톤에 전달되는 기계적 힘이 증가한다. 즉 열의 감소는 힘의 증가와 정확히 상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활력은 소멸되지 않으며 단지 다른 형태의 힘으로 변환될 뿐이다.> 

 

이러한 일과 열과의 변환에 대한 사실이 과학적 객관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량화에 성공해야 한다. 즉 어느 정도의 열이 어느 정도의 힘으로 변환되었는가하는 것이 수량적으로 보여져야 한다. 줄은 바로 이러한 수량화에 성공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러한 과정을 수량화했을까?

 

줄은 특별한 장치를 고안하였다. 물통속에서 회전하는 물갈퀴를 만들고, 추가 내려가면 물갈퀴가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추가 하강하면서 물갈퀴가 움직이고, 물갈퀴가 움직이면서 물과의 마찰로 인해 물의 온도가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 한 일과 온도의 상승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일과 열사이의 수량화에 성공한 것이다. 1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높이는데 772파운드의 무게가 1피트 낙하하는 기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줄은 이 실험을 통해 열과 일의 등가성을 보여주었다. 즉 열과 일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변환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것은 좁은 의미로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줄은 실험을 통해 그의 업적을 이루었지만, 마이어(1814~1878)는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방법으로 줄과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줄이 실험물리학자였다면 마이어는 이론물리학자였던 셈이다. 실험과 이론이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면, 이는 증명하지 않고 사용한 전제조건이 받아들일 만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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