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일연지음/ 이동환 옮김/ 장락

 

<삼국유사>는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1206~1289년)이 기록한 삼국시대의 역사서이다. 일연은 저술을 위해 청년시절부터 원고를 수집했고, 70세 후반에 집필을 시작하여 84세 죽기전에 <삼국유사>를 완성했다.  

 

<삼국유사>하면 그 짝으로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떠오른다. <삼국사기>가 왕의 명령에 따라 편찬된 '관찬적 정사'라면, <삼국유사>는 개인이 편찬한 '사찬적 야사'이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서 빠뜨린 고대의 기록들을 수록해 놓았다.

 

<삼국유사>에는 고조선의 개국신화인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기자조선 및 위만조선, 북부여, 동부여, 백제, 삼한, 가락국의 역사가 담겨있고, 고대의 신화, 설화, 지리, 민속, 사회, 사상, 신앙, 옛어휘와 불교와 관련된 내용이 풍부하다.  

 

<삼국유사>는 모두 5권 2책으로 구성되었는데, 권과는 별도로 아홉편목으로 나누어진다. 

1. 왕력: 신라, 고구려, 백제, 가락국, 후고구려, 후백제등의 간략한 연표 수록

2. 기이: 고조선에서 후삼국의 단편적인 역사를 수록

3. 흥법: 불교가 삼국에 수용되는 과정과 융성, 고승들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

4. 탑상: 탑과 불상에 대한 사실

5. 의해: 유명한 승려들의 전기

6. 신주: 신라의 밀교적 신이승에 대한 이야기

7. 감통: 신앙의 감응과 영험에 관한 기록

8. 피은: 은둔한 승려들의 행적

9. 효선: 불교적 선행과 부모에 대한 효도에 관한 미담

 

<삼국유사>는 신화와 옛 전설을 풍부하게 간직한 책이다. 연오랑과 세오녀, 만파식적등 익히 아는 여러 설화들도 만나게 된다. 특히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향가 14수는 고대문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서동요, 융천사의 혜성가, 풍요, 광덕의 원왕생가, 득오의 모죽지랑가, 견우노인의 헌화가, 신충의 원가, 월명사의 도솔가와 제망매가, 충담사의 찬기파랑가와 안민가, 희명의 도천수관음가, 영재의 우적가, 처용가등이다. 향가의 배경 이야기들은 그 향가를 더욱 잘 이해하게 도와준다.

 

의해편에서 익히 아는, 세속 오계를 펼쳐 화랑도 정신의 원류가 된 원광, 신라불교의 법도를 세운 자장, 요석공주와의 사이에서 설총을 낳았던 원효, 화엄종의 정통을 이은 의상등의 고승들의 기록들을 읽게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보면 유홍준 교수는 답사한 여러 절집의 창건자나 창건설화들을 들려준다. 부석사와 낙산사를 창건한 의상, 의상과 당대에 어깨를 견주던 원효의 이야기등 절집의 역사를 이야기해준다. 의상과 원효는 함께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도중에 원효는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유학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화엄종의 한 유파인 해동종을 창시한다. 한편 의상은 원효와 헤어진 후 중국에서 유학하여 정통 화엄경을 배우고 돌아와서 부석종을 일으킨다. 원효는 실천적인 불교를 대중속에서 널리 알리고, 정교한 화엄체계를 이룬 의상의 불교는 체계적인 국가를 향한 통일 신라의 사상적 바탕을 이룬다.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고리타분한 번역, 많은 한자어와 어려운 불교용어, 예스러운 표현들때문에 어렵다고 느꼈기때문이다. 원전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겠지만, 책이란 모름지기 읽어서 쉽게 이해되어야 한다. 이 책의 편찬자는 일반인만이 아니라 중고등학생이라도 수월하게 이해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동양의 고전을 번역할 때는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로 옮기려는 노력보다는 한자를 그대로 쓰려는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는 한자어 단어가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동양고전의 번역에 있어서도 일대일 대응의 직역투보다는, 원전의 사상을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의 현대어로 번역하려는 노력이 경주되기를 바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