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스콧 피츠제럴드/ 김욱동 옮김

 

읽지 말 걸 그랬나?

<위대한 개츠비>에 취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 단편선에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제2, 제3의 <위대한 개츠비>로 보인다.

문체는 여전히 차갑게 빛나고, 소설 속의 분위기에는 아름다운 슬픔이 배여있다.

그의 소설에는 여전히 데이지처럼 아름다운 소녀, 숙녀들이 등장하고, 

개츠비처럼 그녀를 사랑하고 동경하는 남자들이 나온다,

반짝 빛나던 사랑과 헤어짐, 시간이 흐른 후 해후. 시간은 모든 것을 색 바랜 추억으로 만드는 마술사이다.  

지나간 아름다웠던 젊은 한 때의 추억은 잃어버린 시간 속에 다시 갈 수 없는 슬픔으로 남는다.

"아무리 영원히 찾아 헤매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

지나버린 청춘, 4월처럼 빛나던 그 시절은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다.

언제나 그대가 아름답게 남아있기를 바라지만, 시간을 바람처럼 갈대를 흔들고 어디론가 가 버린다.

 

이 단편선에는 아홉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 하나 되짚어 되돌아 보면 제각각 다른 이야기임에도,

얼핏 생각할 때 다 비슷한 이야기로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내용이 뒤섞여 버린 그런 느낌이다.

그것은 모든 이야기들이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과 피츠제럴드 특유의 문체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아뭏든 수록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다시 찾아온 바빌론/ 겨울 꿈/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 광란의 일요일/ 기나긴 외출/ 컷글라스 그릇/ 분별 있는 일/ 부잣집 아이/ 오월제

'다시 찾아온 바빌론'은 대공황으로 온 재산을 날린 주인공이 다시 회복해서 처형집에 맡겨둔 딸을 찾으러 온 남자 이야기

'겨울 꿈'은 골프장 캐디를 하며, 부잣집 딸을 사모하던 소년이 자수성가하여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시간'은 어릴 때 좋아하던 여자를 찾아가 엇갈린 사랑을 맛보는 이야기

'광란의 일요일'은 전도양양한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계의 인사들의 파티에 참석하여 벌어지는 이야기 

'기나긴 외출'은 정신병동에 있는 부인이 매일 남편을 기다리는 이야기.

'컷글라스 그릇'은 결혼 선물로 받은 컷글라스 그릇이 그 가정에 가져다준 파국에 대한 이야기,

'부잣집 아이'는 명문가에서 태어난 서민들과는 다른 종족으로 자란 남자 이야기,

'오월제'는 오월제의 축제가 한창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절망에 빠진 남자의 파국,

 

'문학의 주제는 모두 동일하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만이 다를 뿐이다.'라고 말한 김연수의 말이 떠 오른다.

모든 문학의 주제가 동일하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대동소이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대부분의 문학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한 작품이 표현해 내는 사랑은 다른 작품에 표현된 사랑과는 다르다.

각각의 사랑법이 다른 것이다. 사실 사랑의 모양은 사랑하는 사람의 수 만큼이나 많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작품이란 독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사랑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닐런지? 

 

피츠제럴드의 사랑법은 투명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것은 전후 미국 재즈시대 상류계층의 정서를 반영하는 사랑일 것이다.

만일 그 사랑법은 우리네 사랑법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면 내가 사랑을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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