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륜대! 다섯 노인이 지팡이를 꽂아 놓고 놀았다는 오륜대! 오륜을 알던 사람들이 살았다는 오륜대! 

선동 상현마을은 갈맷길 8코스와 9코스의 시발점이다. 상현마을에서 선동교를 지나 철마천을 따라 걸어가면 철마를 지나 기장으로 이어지는 갈맷길 9코스, 회동수원지를 왼편으로 두고 가는 길이 갈맷길 8코스이다. 오늘은 상현마을에서 오륜대마을과 부엉산을 거쳐 오륜본동까지 걷는다. 초등5학년 딸아이랑...

 

 

 

 

선동교 위에서 저 쪽 숲을 보니, 숲 속 기와 지붕이 발걸음을 잡는다. 강릉김씨 상현당이다. 강릉김씨의 시조는 신라 혜공왕때 시중을 지냈던 김주원이라 한다. 조선초기 생육신이었던 김시습도 강릉김씨였는데, 생육신 사건 이후 김시습의 종제인 김검은 동래 수내동으로 와서 숨어 지내게 되고 김검의 아들인 김선은 동래 북쪽 선동 상현리에 자리를 잡는다. 단종이 죽은 후 김선은 선동 시냇가에 정자를 지어 북으로 문을 내어 절하며 스스로 호를 북계()라 하고 은둔하여 후학을 가르친다. 그 이후로 그의 후손은 이 곳을 터전으로 하여 대대로 살아왔다고 한다. 상현당은 강릉김씨 제사를 지내는 재실이다.

 

상현마을 앞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수원지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상현마을을 떠나 수원지 둘레길을 걷다가 호수 건너편을 보니 방금 출발했던 선동교가 보인다.  

 

저기 정면에 보이는 산이 부엉산이고, 그 절벽이 오륜대이다. 숲 속길을 걷다 멈추어 귀를 기울이니,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마치 수달이 물장난치는 소리같다. 바람에 일렁거리며 기슭에 첨벙거리는 소리가 유리잔이 쟁거렁거리는 소러처럼 싱그럽게 귀전에 부딪혀 온다. 소리죽여 들어보니, 물소리만 아니라 귀뚜라미 소리, 찌르레기 소리등 풀벌레 소리도 들리고, 이따금 산새들 소리도 들리고, 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가을 바람도 시원하지만 숲의 소리도 바람 못지 않게 서늘하다. 사진으로 풍경은 담을 수 있지만 소리까지는 담을 수는 없다.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워 숲의 소리를 담아 보려고 조용히 동영상을 하나 찍어 본다. 쉿~!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 주인공 유지태와 김영애가 소리사냥을 다녔던 것 같은데... 누구에게나 잡아 두고 싶은 소리가 있는가 보다.  

 

상현마을을 출발한지 20~30분쯤 되었을까? 오륜새내마을에 도착했다. 지도에는 오륜대마을로 표시되어 있다. 이 마을에는 오륜대를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맛집이 있다. 옛사람들도 오륜대 가까이에서 풍류를 즐기지 않았을까?

 

가까이서 본 오륜대! 언덕이나 절벽을 가리켜 '대'라고 한다. 바다를 접한 부산에는 해안선을 따라 작은 바위언덕이나 절벽이 발달한 곳이 많다. 해운대, 이기대, 신선대, 태종대, 몰운대등이 그러한 곳이다. 오륜대는 바다가 아닌 호수를 끼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대가 많기도 하다. 대부분 바다를 끼고 있지만 오륜대는 호수를 끼고 있다.

 

 

 

오륜대전망대는 해발 175미터의 부엉산 정상에 있다. 평평한 길을 걷다가 산길을 올라가자니 숨이 차다. 딸 아이는 헉헉거리며 언제 도착하냐며 계속 묻는다. 힘이 드는 모양이다. 산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누가 많이 줍나 시합을 한다. 딸아이는 도토리를 찾아 줍느라 힘든 것을 잊어버린다. 이렇게 부엉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딸아이는 계속 재잘거린다. 숨이 차 힘들어 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하하하...

 

드디어 부엉산 정상에 도착한다. 왔던 곳을 뒤돌아 본다. 호수 저쪽으로 우리가 출발했던 상현마을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부엉산 초입에 자리잡은 상수도 취수장과 오륜새내마을도 보인다. 오륜새내마을에서 차가 들어오는 길을 따라 나가면 걷기에 아름다운 길을 따라 오륜본동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어진다. 차가 다니는 이 길은 '아름다운 길'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숲길보다 아름다우랴. 취수장으로 들어서서 부엉산으로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오륜대아래의 물길이 보인다.

 

 

 

부엉산 바로 아래에 우리가 갈 오륜본동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한반도 모양을 한 회동 수원지의 모습도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 전망대 포토존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벤치에 앉아 좀 쉬어간다. 딸 아이는 오히려 쉬었더니 다리가 풀렸다고 하면서 휘청거린다. 그리고 아빠 곁에 붙어서 산을 내려간다. 힘을 내라! 거의 다 왔단다. 하하하    

 

부엉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 두개다. 하나는 수원지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 쪽 길이 험해 보여 걷기에 쉬워보이는 길을 택해 간다. 수원지쪽으로 내려가는 길 따라 가면 오륜본동의 황토길이 있는 곳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부엉산을 내려오는 길에 노랑나비 한마리가 길을 안내하듯이 팔랑팔랑 앞서간다. 한참을 앞서가더니 숲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노랑나비 이야기하느라 또 딸 아이는 힘든 것을 잊어버린다. 딸 아이는 또 재잘재잘 댄다. 아빠! 아빠! 고시랑 고시랑... 딸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오륜본동에 도착해서는 김민정 갤러리에서 시원한 빙수를 먹으면서 피로한 발을 쉬어준다. 갤러리 창가에 놓인 작은 그림 속의 아이가 꼭 숲속길을 걷고 있는 딸아이 같다. 상현마을을 떠난 지 1시간 10분정도 걸렸나 보다. 아주 기분 좋은 길을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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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한 발만 걸으면 풍광이 끝내 주는 계곡이 있다. 서울에. 도심에서 10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숨은 명소.

겸재 정선이 그린 산수화 '수성동'에 나오는 수성동 계곡.

(유홍준교수와 함께하는 서울 답사에서   ☞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791)

 

 

부산에서도 한 발만 걸으면 자연이 숨쉬고 있는 곳이 지천이다.부산은 천혜의 바다를 끼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름에서 보이듯 산이 함께하는 도시다.

부산,울산,마산처럼

 

조선태종실록에 보면 부산이라는 지명이 처음 나오는데 그 때는 富山 이라고 표기되어있다.

성종(1470)때에 이르러 釜山 이라는 표기가 처음 등장하고

동국여지승람(1481)이 완성된 15세기말엽부터 이 명칭이 일반화 되었다.

 

釜山 은 원래 산 이름이었다. 산모양이 가마솥을 닮았다고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는데,

이 부산은 오늘날 동구 좌천동 뒤에 있는 증산이 그 산이다.

대한민국 제일 관문 부산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생겼났다. 

사실 부산에는 도심안에 산이 많아

그 이름이 딱 잘 어울린다. 

 

부산의 산을 따라 만들어진 갈맷길중 8코스는

오륜대를 지난다.

 

부산시내에는 수원지가 두개가 있다.

하나는 성지곡 수원지,

또 하나는 회동수원지(오륜대수원지).

양산 법기 수원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한번

가두어져 부산의 상수원지 회동수원지가 되었다. 

 

가톨릭 대학 앞을 지나 5분을 달리니

도심내에 이런 정다운 시골이 있을 줄이야...

오륜동이다.

 

부자유친()ㆍ군신유의()ㆍ부부유별()ㆍ장유유서()ㆍ붕우유신()

아버지와 자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와 친구 사이의 인간관계를 규정한 유교의 기본 도덕 규범.

 

옛날에 이 마을에는 오륜과 학식을 갖춘 선비들이

살았다고 하여 오륜동이라 불린다고.

 

오륜동 가까운 곳에 선동이 있다.

신선 선仙을 써서 선동인데,

오륜대와 인접하여 신선이 노닌 곳이라 선동이라 불렸다는 설도 있고, 

선돌[]의 한글 소리[]만을 취해 선동이 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단다.

오륜동에 사람이 살게 된 것은 아마도 산과 물이 함께하는 아름다움 경치도 한 몫 거들지 않았을까.

오륜동의 한 밥집에서 시골 풍경을 내다 본다. 

 

 

 

식사후 오륜대 황토길을 걷는다.

 

 

 

황토길에 면해 있는 수원지

 

 

얼마나 오래된 소나무일까?

휘어진 모습이 험란한 세월처럼 기괴하다.

선송이라 이름 지어 본다.

 

 

 

늪지에는 부들, 붓꽃등이 자란다.

 

 

 

 

 

 

여유로운 황토길을 걷고 나서 갤러리 카페에 들린다.

 

 

 

 

 

주인장의 작품인가?

 

 

 

갤러리 카페 옆에 있는

식샤를 한 밥집의 기와 지붕이 환히 보인다.

 

 

 

오륜대와의 짧은 만남의 기억을 마음속에 담고서

오륜동과 작별을...

 

 

그러고 보면 숨은 명소가 하나 둘이 아니다.

길은 갈래 갈래 여러 길이 이어져 있고,

그 모든 길을 걸을 수는 없어도

또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오륜대,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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