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 지음 / 즐거운 상상

 

"이제 번역가는 글쓰기로 말한다"

 

직역인가, 의역인가? 이 문제는 점점 도를 더해 가며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이슈이다. 원문의 결도 살리고, 원작의 내면을 잘 드러낸다면 이보다 좋은 번역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양자 택일을 해야만 하는 때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원문의 향기는 살아있지만, (물론 번역 과정에서 원문의 향기가 온전히 살아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번역보다는, 원문의 결을 조금 손상시키더라도 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을 선호할 것이란데 이론은 없을 것이다. 점점 의역이 대세를 잡아가는 데에는 이러한 상황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번역은 글쓰기이며, 번역은 창작이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창작은 자연의 언어를 원어로 하는 번역물이다. 자연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바꾼 것이 원작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창작이자 또한 번역이다.

 

그러므로 좋은 번역을 위해서는 좋은 글쓰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좋은 번역가가 되려면 글쓰기에 집중하라'는 제하에 번역가의 글쓰기를 위한 7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첫째 상투를 잡지 마라

상투적 표현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신문과 잡지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직유, 은유, 기타 비유법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진정한 창작이 되려면 개성, 독창성이 살아 있는 표현을 찾아야 한다.

 

둘째, 불분명한 단어를 피하라

작가의 생각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수식어를 억제하라

러시아의 소설가 체홉은 수식하는 명사와 형용사와 동사가 너무 많으면 문장이 독자의 주의력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러 수식어를 동원하여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면 문장이 애매모호해 질 수 있다. 수식어를 사용하려면 그 사용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네째, 연결이 좋아야 한다

하나의 문장 내에서 각 단어와 어구들이 잘 연결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문단내에서 각 문장들이 잘 연결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문단과 문단이 서로 잘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각 문단의 첫번째 문장을 어떻게 제시하는가에 따라 그 문단의 성격이 결정된다.  

 

다섯째, 구조를 갖추어라

기승전결과 같은 구조가 뚜렷한 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에 기여하지 않는 디테일(세부사항)은 아무리 인상적인 표현, 인용, 대화라 해도 제거해야 한다.

 

여섯째, 여백을 남겨 놓아라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고서도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열 마디로 말할 것을 일곱 마디 정도로 말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일곱째, 솔직하라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솔직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 

 

글쓰기는 작가마다 다 그 방법론이 다를 것이다. 이종인씨가 제시하는 일곱가지 중에서도 나름 필요한 요소를 뽑아 자신의 글에 적용할 수 있다면 보다 향상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글 쓰기는 번역을 하기 위한 좋은 기초가 될 것이다.

 

번역가들의 노고가 없다면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에 제대로 접근할 수가 없을 것이란 점에서 본다면, 그들에 대한 대우가 사뭇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번역가들은 더욱 큰 책임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해야 함에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법이라 생각하며, 꽤 매력적인 번역가의 길을 흘낏 쳐다본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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