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섬진강길.
전라북도 진안군 상추막이골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 순창, 남원을 적신 뒤 옥정호에 잠시 가두어졌다가 곡성, 구례, 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옥정호에서 구례까지 섬진강과 동행하여 걷는 길을 섬진강길이라 부른다. 이 구간 중 섬진강 시인의 고향인 진뫼마을에서 시작하여 천담마을과 구담마을을 거쳐 장구목에 이르는 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 길은 김용택 시인의 말을 빌리면 '눈곱만큼도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천담가는 길 김용택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릴라요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따라
나도 질라요
강물은 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
내 지나온 자리
뒤돌아 보면
고운 바람결에
꽃 피고 지는
아름다운 강길에서
많이도 살았다 살았어
바람이 흔들리며
강물이 모르게 가만히
강물에 떨어져
나는 갈라요
구담마을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과 TV문학관 <소나기>의 촬영지로 풍광이 예사롭지 않은 마을이라한다.
구례에서 하동까지 강과 나란히 달리는 길은 섬진강 벚꽃길로 불린다. 이 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이다.
구례에서 흘러내리는 이 길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에서 막걸리 한사발 얼큰하게 걸치고는 느긋하게 <토지>의 고향인 평사리에 이른다.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500리길을 구비구비 휘돌아온 섬진강은 하동에 이르러 황금빛 머리결로 흐른다. 여기서 가을은 여우가 어린 왕자를 기다리던 노란 밀밭과 같은 횡금빛이 된다.
긴 여정을 걸어온 길은 동행했던 강물을 흘려보내고 평사리 최참판댁 대청 마루에 걸터 앉아 가을의 구수한 향기가 물결치는 황금 들판을 바라보다가 노곤한 잠에 빠져든다.
저 차 창밖의 길은 차 창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길이다. 물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진 박듯이 망막에 그려넣고, 시간이 지난 후 추억을 거슬러 다시 찾고 싶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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