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 김효순 옮김/문학동네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때론 궁금했다.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좋은가?

김병완씨는 <48분 기적의 독서법>에서 3년 1000권 프로젝트를 권한다.  ☞ http://blog.daum.net/ccsj77/38

그는 1년에 1000권의 책을 읽고 '의식의 혁명'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아마 김병완씨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은 바로 그러한 생각을 대변한다.  


제1부 양에서 질로의 전환 (슬로 리딩의 기초편)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이란, 한 권의 책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책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과 노력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책읽기 방법이다.


왜 슬로 리딩을 해야할까?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슬로 리딩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글을 쓰"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 다양한 장치를 숨겨두고 있다. 소설 속의 다양한 묘사와 세세한 설정은 무의미한 것으로, 그리고 플롯을 파묻히게 만드는 것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러한 세세한 점들이 소설을 소설답게 만든다. 이러한 장치나 세부 설정에 유의함면 더 즐거운 독서가 가능해진다.


"<법의 정신>은 몽테스키외의 붉은 보르도이다." 스위스의 고명한 비평가 장 스타로뱅스키의 말이다.

최상의 깊은 맛을 내는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성이 필요할까?

일류 지성의 소유자인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을 저술하는데 이십년을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책을 단숨에 들이키면 그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천천히 읽으면서 이해하고자 노력을 기울일 때 책은 자신의 비밀을 조금씩 밝혀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알아낸 지성만이 시간과 노력이 빚어낸 포도주와 같은 성숙을 경험할 수 있다.



제2부 매력적인 '오독'의 권장 (슬로 리딩의 테크닉편)


조사, 조동사에 주의하라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는 말과 '나는 사과를 좋아하기는 한다.'라는 말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조사나 조동사의 사용에 따라 주는 인상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사전 찾는 습관'을 기른다.

지식을 심화하려면 귀찮아하지 말고 사전을 찾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잘 모르는 말이 나오면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말고 잠시 멈추어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는 것, 그것은 책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작자의 의도는 반드시 있다.

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설이든 에세이든 논문이든, 기본적으로 작품의 한 단어 한 구절에서부터 작품 전체에 이르기까지 '읽는 사람이 이렇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작자의 의도'가 반드시 있다. 이 의도를 찾아내려고 주의를 기울이라.


창조적 오독

한편,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작자가 독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미리 상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독자의 창조적 독서행위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일종의 '오독'이지만 이러한 '창조적인 오독'은 풍요로운 독서경험으로 이끈다. 

슬로 리딩을 통해 심사숙고한 끝에 '작자의 의도' 이상으로 흥미 깊은 내용을 찾아내는 것은 '풍요로운 오독', '매력적인 오독'이라 하겠다.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은 타자와의 만남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생각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오독'을 즐기고 다른 판편으로는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이는 슬로 리딩의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왜'라는 의문을 갖자

왜 이런 내용을 썼을까? 왜 굳이 이렇게 썼을까? 왜 이런 말을 썼을까?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썼을까? 스스로 이런 자문자답을 하면서 읽자.

의문이 생기면 대충 넘어가지 말고, 혹은 일방적으로 책의 결함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그 구절에 귀를 기울여 보자.

좋은 책에는 어느 것에나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그것을 푸는 기술은, 독자 개개인이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앞 페이지로 돌아가서 확인하자

모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책을 계속 읽어나가더라도 이해도는 반감된다.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나서 다시 읽어나가는 게 좋다. 앞 페이지로 돌아가서 다시 뒤적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라.


보다 '앞으로'가 아니라 보다 '깊게'로

한 작가가 쓴 작품의 배후에는 엄청나게 광대한 말의 세계가 있다. 하나의 작품은 여태까지의 문학이나 철학, 종교, 역사들의 방대한 지식의 축적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을 서둘러 '앞으로'만 읽어나갈 것이 아니라, 보다 '깊게' 읽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작품에서 나오는 다른 작가나 작품을 읽어보고, 또 그 작품에 나오는 다른 작가나 작품을 읽어보는 연쇄 고리 여행을 하는 것은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소리내어 읽지 않는다.


베껴쓰기는 비효율적이다.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읽는다.

블로그에 독서 감상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밑줄과 표시

중요사항이나 기억할만한 구절등에 표시한다. 자신의 느낌이나 감상을 여백에 적어놓는다. 어려운 철학서나 평론을 읽을 때, 대명사가 가리키는 것을 표시한다. 접속사에 표시를 하며 읽는다. 특히 역접의 접속사에 유의한다.


'내 처지'로 바꾸어 본다.

진정한 독서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 주며, 주체적으로 참가하는 독서의 방법이기도 하다.


'재독'이야말로 가치가 있다.

"독서에는 시기가 있다. 책과의 절묘한 만남을 위해서는 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나라는 소설가의 창작법>에서

1년, 5년, 아니 10년 후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과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들이 많이 있다.


제3부 슬로리딩 실천편은 목차를 그대로 옮겨놓는다.


제3부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읽다(슬로리딩 실천편>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회화속의 '의문문'에 주의한다.

'위화감'에 주의한다.

'시대배경'과 '5W1H'를 생각한다.

다시 전체로


모리 오가이의 <다카세부네>

'부자연스러움'은 장면전환의 표시

'생각하는 틀'을 명확히 한다.

독자를 '잠깐 감정 고르기'로 유도한다.

'감정의 효과'를 놓치지 말자

조건을 바꾸어 다시 읽는다


카프카의 <다리>

'첫 문장'에 의미가 있다

'형용사와 부사'에 착목한다

'장면전개의 의미'를 생각한다

대담하게 해석하는 용기를 가질 것!

'오독력'을 즐긴다

느낌은 몇 번이고 바뀔 수 있는 것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왜 이런 신(scene)이 들어 있을까?

'사상의 대결'로서의 대화

'세세한 기술의 효과'를 감지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

'주어의 생략'에 주의한다

'일인칭 소설'은 경계해야 한다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

테마를 설정하여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본다

문장 표현을 '체감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송>

'이미지의 중층성"을 놓치지 말자

'작자에 대한 반감'이 머리를 작동시킨다

싫증이 나면 쉰다


푸코의 <성의 역사1-앎의 의지>

어려운 평론은 '보조선을 긋는다'

'상식에 대한 도전'을 시각화한다

문장을 쓸 때 참고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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