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 황선미 장편동화

 

딸애가 빌려온 책이다. 가끔은 초등 5학년 딸아이가 보는 책도 읽는다. 밤 12시경에 잡은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다 읽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으나 진한 여운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잎싹'은 제 한 몸을 돌리기에도 빡빡한 양계장 케이지 안에서 알을 낳아야만 하는 암탉이다.  잎싹은 향기나는 아카시아 잎이 피고 지는 안 마당을 동경한다. 그리고 알을 품어 새끼를 갖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은 죽은 닭들과 함께 구덩이에 버려지지만 다행이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그러나 안마당 암탉의 텃세로 마당에서 쫓겨난다. 잎싹은 숲속에서 주인없는 알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알을 품게 된다. 그것은 청둥오리 나그네의 알이었다. 알을 낳은 어미는 족제비에게 물려갔고, 아빠 청둥오리는 잎싹과 알을 보호하기 위해 제 몸을 족제비에게 내 준다. 무사히 알을 깐 잎싹은 새끼가 청둥 오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잎싹은 안 마당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고 새끼 '초록'이와 함께 자연에서 살기로 마음을 굳힌다. 

 

자연은 자유를 주었지만 또한 생명을 위협하는 족제비가 있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안 마당 밖으로 나온 잎싹은 족제비를 따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거처를 옮겨다닌다. 그러나 영원히 족제비를 피해다닐 수는 없는 법, 잎싹은 족제비와 마주치고, 족제비는 새끼 초록이를 물고 가는데, 눈에 불이 난 잎싹은 모성의 본능으로 족제비에게 달려들어 뒤엉켜 부리로 무지막지하게 쪼아댄다. 잎싹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눈을 하나 잃은 족제비는 새끼를 내버려 두고 도망을 치고만다. 잎싹은 야생 닭으로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어느 날 하늘의 뒤덮은 한 무리의 청둥오리 떼가 연못을 찾아 온다. 잎싹의 새끼 초록이는 본능적으로 청둥오리 떼와 함께 하려고 한다. 자신을 떠나려는 초록이를 보고 잎싹은 쓸쓸해 진다. 초록이는 청둥오리떼의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그 무리에 속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러다 청둥오리떼의 파수꾼이 되어 그 무리와 함께 하게 된다. 어느 날 저녁 갈대숲을 지켜보고 있던 잎싹은 족제비가 숨어 사냥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청둥오리들이 잠자리를 잡으려는 것을 알게된다. 가장 먼저 자리에 내려 앉는 파수꾼은 족제비의 딱 알맞은 먹이가 될 것이다. 잎싹은 자기의 새끼가 절체절명의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된다. 잎싹은 온 힘을 다해 언덕을 뛰는지 구르는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황급히 날개짓 퍼덕이며 언덕을 내려와 족제비에게로 달려간다. 새끼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잎싹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잎싹은 언젠가 보아 두었던 족제비의 굴에서 족제비의 어린 새끼들을 물고 나와 족제비를 위협한다. 발에 물컹하게 잡히는 부드러운 그 생명을 죽이겠다고...어미 족제비는 사정을 한다. 타협은 이루어지고 잎싹의 새끼 초록이는 무사하다.

 

청둥오리들이 겨울을 지나고 떠날 때가 되었다. 잎싹의 새끼 초록이도 청둥오리떼와 함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입싹을 찾아 온 초록이는 하늘을 몇 바퀴돌며 인사하고는 무리에게로 날아간다. 잎싹은 그래야만 한다는 건 이해하지만 쓸쓸함은 어쩔 수가 없다. 넋을 놓고 있던 잎싹은 족제비가 자신의 앞에 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할 바를 다했다고 느낀 잎싹은 때가 다 되었다고 생각한다. 잎싹은 이제 자신의 몸뚱이가 족제비의 어린 새끼들의 밥이 되고 그렇게 족제비들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잎싹은 자신의 몸을 기꺼이 족제비의 이빨에 맡긴다. 잎싹은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 저 아래에 잎싹을 물고 가는 족제비가 보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면서 울컥해 지는 순간도 있었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도 많았지만, 글로 쓰자니 소중하게 느껴졌던 무엇인가가 빛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앞선다. 아마도 책을 일고 난 후의 안타까움과 여운을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뭔가 숨겨져 있는 그 무언가를 발견해 내지 못했음을 느낀 때문일까? 생각이 무르익어 흘러 넘칠 때까지는 그냥 내 버려 두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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