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탄생 / 이희재 지음/ 교양인 출판사

 

뉴욕타임지 선정 100권의 고전을 몇 권 읽고서 이 책들은 참 어렵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어려운 까닭도 있었지만, 때로는 번역이 난해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번역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의 탄생>은 20여년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 이희재씨가 실제 경험을 토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낸 역작이다. 예전에 읽어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도와주었다. 이 책은 <번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신선한 답을 던져 줄 것이다. 왜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이라고 그럴까? 훌륭한 번역이란 어떤 것일까?   

 

번역의 탄생

 

번역이란 단지 외국어와 한국어의 일대일의 대응이 되어서는 안된다. 원문에 얽매인 번역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원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커다란 틈이 있기때문이다. 이러한 틈을 메워주는 역할이 번역자에게 달려 있다. 번역자는 독자가 원문의 의도를 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번역의 탄생>은 번역 기술을 다루고 있다. 수동태는 능동태로 바꾸어 준다든지, 불필요한 주어는 과감하게 없애준다든지 하는 등의 기법 말이다. 하지만 좋은 번역은 단순히 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는 외국어와는 다른 특별한 개성이 있다. 한국어는 프랑스어나 영어에 비해 훨씬 동적이며 구체성이 강하다. 영어는 명사와 형용사를 중시하지만 한국어에는 동사나 부사가 잘 발달해 있다. 그래서 이러한 한국어만의 특징을 살려 표현할 때 독자들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번역의 탄생>을 읽으면서 얻게된 또 하나의 소득은 글을 잘 쓰는 방법에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준다는 것이다. 간결한 문장을 쓰는 비결- '군살을 뺄 수록 아름답다'. 아름답고도 정겨운 표현 - '느낌이 사는 토박이 말'. 이제껏 내가 썼던 글은 번역체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자연스럽게, 쉽게, 간명하게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또한 이 책은 장차 이루어야 할 중대한 과제를 던져준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발전시킬 책임과 특권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번역자들은 이 일을 위해 일선에 서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전은 한 언어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전,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는 사전, 우리의 삶이고스라히 담긴 사전이 아직 없다는 것이 슬프다. 이런 사전을 만드는 것은 시대의 과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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