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타인 백/ 김승욱 / 민음출판사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꼭 읽어야 할 100권  ☞http://blog.daum.net/ccsj77/48


인간의 탐욕은 어느정도까지일까? 가진 자의 탐욕을 언제까지 참아내야 하는 것일까? 인간성안에는 탐욕을 상쇄시키는 그 무언가 고귀한 것이 있는 것일까?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가진 자들의 탐욕에 대한 분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터지지 않는 분노가 가슴 한 켠에 자리잡는다. 언젠가는 터질 시한 폭탄처럼...


1930년대 어느 때인가 톰 조드는 막 출소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톰의 가족은 서부 캘리포니아로 이주할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오랫동안의 가뭄으로 농민들은 땅을 모두 잃게 되었고, 땅에서 쫓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톰과 그의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가면 좋은 일자리를 얻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긴 여행을 떠난다. 서쪽으로 가는 66번 도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나선 이들로 가득하다. 이 여행은 만만하지가 않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생스러운 여행중 숨을 거두게 된다. 드디어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 산위에서 바라본 캘리포니아 계곡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일자리를 얻기는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수많은 이주민들이 몰려든 탓에 노동력 공급 과잉으로 인해 품삯은 터무니 없을 정도이다. 이 품삯으로는 가족들이 먹고 살기에도 어려울 지경이다. 더구나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멸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이다. 이주민들은 공권력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불공정한 처사에 반대하여 파업을 하던 케이시는 몽둥이에 맞아 죽게되고 톰은 또 다시 사람을 죽이게 된다. 쫓기게 된 톰, 그리고 위기에 처한 톰이 가족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서 일자리는 더 이상 찾기 어렵고, 몇일동안 계속된 비로 주거지는 물에 잠기게 된다. 톰의 여동생은 우중에 사산을 한다. 비를 피해 자리를 옮기던 톰의 가족은 헛간을 발견한다. 그 헛간에는 어린 아이와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가 누워있다.     


산 너머 산이라더니, 톰의 가족이 그 꼴이다. 상황은 악화되어갈 뿐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농장주들, 그들이 심장에도 따뜻한 피가 돌까? 가진 자들은 가진 것을 나누어 주려고 하지않는다. 오히려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총을 사고, 독가스를 사고, 감시원들과 경비원을 고용한다. 가진 자들은 품삯을 낮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를 불러모은다. 이주민들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불공정한 조건에 기꺼이 합의한다. 악순환이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이주민들은 말보다 못한 존재이다. 일일 품꾼인 이주민들은 일하지 않는 계절에도 먹을 것이 주어지는 말들보다 못한 존재이다. 인간이 인간을 이렇게 대우해도 되는 것일까? 권리를 찾기 위해 뭉친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며 린치를 가하는 사람들은,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무한한 탐욕을 그 근간으로 삼는 산업자본주의의 폐해는 인간 생명 경시에 분명히 드러난다. 인간 생명보다는 이익이 우선시 된다. 여기서 분노가 시작된다. 배고픈 자들의 분노.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오렌지를 불태운다. 굶주인 사람들 앞에서. 수확한 감자를 강물에 버린다. 굶주린 사람들이 감자 한 알이라도 건지려고 하지만, 감시원들이 그들을 막아선다. 공급 과잉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에는 불꽃이 튄다.


'분노의 포도'를 읽으면서 톰의 가족의 상황이 나아지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조금 좋아지겠지 하는 허망한 기대를 수없이 가졌다. 하지만 끝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도리어 상황은 폭주 기관차처럼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끈을 놓지 않는 톰의 어머니. 어떻게 보아야 할까?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냥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는 생명력 특유의 끈질김이랄까? 그것이 생명력의 본질일까?


우리 시대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 영리를 최고의 신성한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인간 생명을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사유 재산이 신성하는다는 사상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터무니 없는 꼼수이다. 사유 재산을 신성한 수준까지 높인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이다. 이 것은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고 보호하려는 꼼수이다. 돈이나 재산, 이윤보다 더 귀중한 가치를 찾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꿈에 불과한 것일까?


'분노의 포도'를 읽고 아직 우리 사회는 불완전하며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직시하면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회을 바꾸려는 마음까지는 갖지 않더라도, 자신만은 그런 더러운 자들처럼 살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아름다운 꽃을 피울 한 알의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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