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무엇으로 정의할까? 여행이란 역사탐구란 느낌이 든다. 터키 여행은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를 돌아보는 길이었다고나 할까? 이제는 찾을 길 없는 사라진 인생들이 남긴 희미한 발자취를 통해 잠시나마 꿈같은 시간여행을 했었고, 카파도키아 지역의 황량한 들판과 계곡을 보면서 자연이 시간의 힘을 빌어 지표면에 남긴 흔적에 자그만 탄성을 내질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아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그 한계의 테두리를 넘어 서게 될 수 있다. 책속에서만 존재했던 역사가 눈 앞에 그 자취를 보이고, 다람취 체바퀴같은 일상의 공간은 그 문을 열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새로움에 익숙해질 즈음엔 다시 이제는 다소 낯선 것이 되어버린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여행이란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인가? 돌아갈 집이 있기에 여행이라 하는 것일테지, 돌아갈 집이 없는 여행이란 방황일 뿐일테니까. 여행은 현재 삶의 뿌리를 찾으러 떠난 길이 다시 현재로 이어진 길일 것이다.   

 

여행은 자유의 느낌을 진하게 풍긴다. 여행이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기때문이다. 하지만 자유란 또 다른 구속으로의 선택일 뿐이라 생각한다면, 여행은 상대적으로 더 작은 구속- 더 큰 자유를 향한 것일 것이다. 패키지여행은 자유여행에 비해 자유의 정도가 더 약하다. 어느 것이든 선택할 수  상황을 자유라고 정의한다면, 패키지 여행은 선택의 가능성이 작은 자유이다. 가장 큰 자유를 주는 여행이라면 누가 뭐라해도 도보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나 멈추고 싶은 곳에서 멈출 수 있기때문이다. 비록 한정된 시간에 더 멀리 가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의 선택의 폭은 넓을 수 밖에 없다. 도보여행과 자전거여행이 댕긴다.

 

자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문득 "쇼생크 탈출"이 떠오른다. 자유를 향한 갈망을 그린 영화. 교도소 안에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아리아 '저녁바람 부드럽게'는 이상스럽게도 자유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한가로운 어촌에서 배를 손보고 있는 앤디의 모습... 그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자유의 느낌을 본다. 열려 있는 바다를 향한 작은 배, 앤디의 마음은, 그의 자유는 바다를 향해 있다. 자신이 만든 배로, 자기자신만의 힘으로 더 넓은 자유의 바다를 향하는 앤디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 쇼생크 탈출 마지막 장면 ->http://pann.nate.com/video/1382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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