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꽃보다는 나무잎이 풍성합니다. 봄에 화려함을 자랑하던 벚꽃은 바람에 날려 스러지고, 그 자리에 연한 연두색 새끼잎들이 나오더니 어느새 진한 초록색으로 짙어져 갑니다.

 

벚꽃이 피어 있을 무렵에는 그것이 벚꽃나무임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았건만, 벚꽃이 지고 잎새만 무성한 나무를 보니, 이게 벚나무인지 느티나무인지 도무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잎사귀를 주의깊이 살펴보니 벚나무는 잎사귀가 달걀모양으로 넓직하지만, 느티나무는 길쭉한 내 얼굴을 닮았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밖에서 또 다시 그 나무들을 볼 제, 아니 아직까지 벚나무, 느티나무? 왔다리 갔다리 구별이 모호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잎사귀를 따서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하던 관찰을 해 봅니다.

 

아래에 4개의 잎들중 3개는 동일한 나무의 잎임을 알 수 있겠지요.

왼쪽 세개의 잎들은 잎사귀 주위가 큰 톱니처럼 생겼습니다. 그러나 오른쪽 잎은 아주 작은 실톱과 같은 모양의 톱니가 자잘하게 나 있지요. 어느 것이 벚나무이고 어느 것이 느티나무 잎일까요?

 

나뭇잎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해 봅시다. 이것은 자잘한 실톱니모양을 가지고 있는 잎사귀입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톱니 하나와  큰 톱니 하나가 짝을 이루어 나 있어 흥미롭네요. 그리고 큰 잎맥 사이로 작은 가느다란 잎맥들이 얼기설기 뻗어나온 모습이 눈에 보이죠. 이 잎사귀가 왕벚나무 이파리입니다.

 

 

 

 

그러면 다른 잎들은 느티나무 잎이겠죠. 자세히 관찰해 보니 왕벚나무잎과 느티나무 잎은 완전히 다르네요.

 

 

먼저 잎사귀주위에 예쁜 톱니모양이 아주 뚜렷하게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잎맥이 자라서 톱니를 만든 것처럼 톱니의 뽀족한 끝에까지 잎맥이 정연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잎맥들 사이에 얼기설기 뻗어나온 가느다란 잎맥들도 눈으로는 식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듯 한데요... 

 

이렇게 둘을 나란히 놓고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네요. 이제는 누가 뭐래도 잎사귀만을 보고도 벚나무와 느티나무를 구별할 수 있겠습니다.

 

몇 일전 도서관에서 식물도감을 쭉 훑어 보았습니다. 우리 땅에 서식하고 있는 이름모를 야생화들,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의 사진과 설명이 눈을 어지럽히더군요. 그런데 그 이름들이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문득 이 이름들이 다 지어진 유래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를 들어 노루귀꽃이 있습니다. 예쁜 이름이죠. 꽃 모양이 노루귀를 닮았나요, 아니면 줄기가 그런가요? 어떻게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개망초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개망초를 보고 계란을 닮았다고 '계란꽃'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중앙에 노른자, 바깥쪽에 흰자가 있는 것이 정말 계란같이 생겼습니다. 어쨌든 '개망초'의 '초'는 풀을 가리키는 말임에 틀림없는데, '개망'은 무슨 뜻일까요? 무슨 영문으로 어감이 좋지 않은 이런 이름을 얻었을까요? 궁금해 집니다.

 

노루귀        쌍떡잎식물 - 개망초

(좌) 노루목  (우)개망초

 

수많은 야생화와 나무들의 이름을 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꽃들과 나무들의 이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나 또는 꽃이나 나무가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한결 쉽게 이러한 이름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해 볼 만한 주제이겠지요.

 

이제 이 똑 소리를 내며 딴 잎새들을 버리기가 아까워집니다. 그래서 책갈피사이에 꽂아 둡니다. 딸애가 오면 이 잎새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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