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뇌과학자 '마시미니'와 '토노니'의

의식은 언제 탄생하는가?

- 뇌의 신비를 밝혀가는 정보통합 이론


마르첼로 마시미니, 줄리오 토노니 지음/ 박인용 옮김/ 펴낸이 한언


 

우리 은하에는 1000억개가량의 별이 있다. 그리고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1000억개가 있다. 상상할 수도 없이 거대한 우주에 엄청난 수의 별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작은 몸 안에 이 우주보다 복잡한 물질이 있다. 그 신비로운 물질은 우리의 주먹만한 두뇌이다. 두뇌에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이 신경세포들의 결합체인 두뇌는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는 유일한 물질 그것이 바로 인간 두뇌이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사람에게는 이 신비한 의식이 존재한다. 이 의식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의식은 인체내의 장기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니면 육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영혼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러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은 문제들은 두뇌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현시대에 들어와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의식이란 두뇌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식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신비에 싸여 있다. 이탈리아의 뇌과학자 두명은 <의식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를 통해 의식을 정보통합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론을 전개해 나간다.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 무생물에게도 의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특정한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현재, 이러한 인공지능이 과연 의식이 있는지,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게 되면 그도 역시 의식을 가지게 될 그런 날이 오게 될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대상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장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하루는 장자와 혜자가 연못을 거닐다가 물속에 즐겁게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보았다.

장자가 말하기를 "물고기가 연못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군. 물고기는 즐거울 거야."

혜자가 힐난했다. "자네는 물고기도 아닌데 어떻게 저 물고기가 즐거운지를 아나?"

장자가 대답했다. "자네도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아나?"

혜자가 말하기를, "나는 자네가 아니니 자네의 마음을 알 수가 없네. 자네 역시 물고기가 아니니 물고기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네."

.....


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 스스로는 의식이 있음을 알지만 다른 사람에게 나와 같은 종류의 의식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린 다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서 그들 나름의 의식이 있음을 추정할 뿐이다. 그러나 말 못하는 짐승이나 무생물에 이르면 그것들이 의식이 있는지 어떤지 알 도리가 없다. 슈퍼 컴퓨터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어떤 대상이 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아는 것은 도전이 된다. 의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의식 유무를 판별하는 몇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즉 환자에게 간단한 지시를 내리고 그 지시대로 따르는지 보는 것이다. 오른쪽 손가락을 움직여 보세요라든가, 눈을 깜박여 보세요 등과 같은 지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의사의 지시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규정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분명 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의사의 지시를 알아 듣지 못하는 경우는 오판하게 된다. 또 한 경우는 의사의 지시를 알아듣기는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경우 역시 오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혼수 상태 또는 식물인간 상태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의식이 있는 경우도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그 환자의 의식의 유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의식을 정보통합이론으로 접근해 간다. 의식이 탄생하려면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방대한 정보량이다. 둘째는 정보의 통합이다.


첫째, 방대한 정보량, 여기서 정보라는 것은, 'A는 A이다'라고 말할 때 'oo은 A가 아니다'라는 경우의 총량을 정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방이 밝다'라고 말할 때, 이 말에 대한 상대 개념은 "방이 어둡다."라는 한가지 선택지만 있다면 정보는 1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 "방이 붉다' "방이 파랗다' '방에 의자가 있다'... 등등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있다. 경험이 더 많고 더 세부적인 차이점들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이 정보라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배제되는 사항들이 많을 수록 정보량이 많다고 한다.


둘째는 방대한 정보들이 통합되어 있어야 것이다. 예를 들어 정보 A, B, C, D 가 있다고 가정할 때, 각각의 정보가 분리된 상태로 독립적으로 놓여 있다면 이는 통합된 상태가 아니다. A는 B, C,D와 연결되어 있고, B는 A, C, D와 연결되어 있고,... 이런 식으로 정보가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양이 많고 통합의 정도가 높을 수록 의식의 수준도 높아진다. 신경세포가 800억개나 있는 소뇌에 의식이 없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소뇌의 신경세포들은 수많은 모듈로 나누어져 있어 각 모듈마다 고유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고 각 모듈 사이에는 연결점이 없다. 정보가 통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2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시상, 대뇌 피질은 각 신경세포들이 다른 신경세포들과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망의 복잡성은 경이로운 것이며, 두뇌가 우주에서 가장 복합한 물질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 연결망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통합되어 있는 정보들에서 의식이 탄생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 두뇌를 구성하는 대뇌, 소뇌 등 모든 부분이 통합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두뇌에 있는 1000억개가량의 신경세포 중 800억개가 소뇌에 있으며 대뇌에는 200억개가 있다. 그런데 소뇌는 의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소뇌를 절제하여 버리더라도, 의식은 없어지지 않는다. 소뇌는 의식과는 관계 없는 기관인 것이다. 

또한 대뇌는 우뇌와 좌뇌 둘로 구분되어 있고 둘 사이에는 뇌량이라는 신경섬유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뇌량을 잘라버리면 두개의 뇌는 각각의 의식을 가지게 된다. 두개의 의식이 한 사람 속에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우뇌와 좌뇌의 통합이 깨져버리면서 개별의 의식을 가지게 된다. 우뇌의 신경세포에 가해진 자극은 좌뇌로 전파되지 않는다. 좌뇌에 가해진 자극은 우뇌로 전파되지 않는다. 그 자극은 각각의 뇌의 고유의 기억으로 개별적인 의식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이제 저자는 이러한 정보통합 이론에 근거하여 의식의 수준에도 높낮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사람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일부 동물들에게도 의식이 있을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증명되려면 이 이론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측정이 뒤 따라야 할 것이다.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측정의 문제를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중심부에서 점점 변두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인해 인간은 우주의 중심부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의 연장선에 놓아두었다. 두뇌를 포함한 의식에 대한 연구는 인간 존재를 다시 격상시키는 결과를 주고 있다. 인간의 의식을 가능하게 한 두뇌의 엄청난 정보량과 그것을 통합시키는 능력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기적이다. 우주보다도 더 복잡하고 위대한 존재가 두뇌이다. 두뇌는 바다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다. 두뇌는 우주보다 넓고 우주보다 깊다. 이것은 다시 한 번 인간을 모든 자연물보다 높은 위치로 우뚝 세워주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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