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8 - 소돔과 고모라     김형석 역

 

자동차를 타고 알베르띤느를 데리러 가는 길 위에서 마르셀은 스떼르마리아 아씨를 좋아하던 시절, 그리고 다음에는 게르망뜨 대공 부인을 연모하던 시절, 그 시절에 그녀들을 보러 나섰던 길들을 생각하며 뭔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길들이 나에게, 유령들만을, 그 실체의 상당 부분이 나의 상상 속에 있던 그 존재만을 뒤쫓는 것이 나의 운명임을 상기 시켜 주었다.' 
 
'재산이라든가 성공 및 높은 지위  등 타인에 의해 확인될 수 있고 확정된 가치를 가치를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는 -또한 그것이 젊은 시절부터 나의 경우였다- 사람들이 실제로 있으며, 그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유령들이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8 -소돔과 고모라> 
 
프루스트는 스떼르마리아나 게르망뜨 부인을 좋아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마음 속에 그녀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스스로 창조해 내었고, 그가 좋아한 것은 바로 그 마음 속의 그녀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프루스트의 인물 묘사는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순전히 주관적이어서 때로는 자신의 정신 속에 형성된 그 실체가 그러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결국 예술이란 객관성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거라서 그래서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살면서 한 여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을 것이다. 실체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허상을 사랑하는 것인데(마르셀은 그 허상을 유령이라 칭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즉 허상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그 나름대로 기여하는 바가 있으니, 그 결실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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