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서 송정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때론 울창한 해송 사이로, 때로는 해송 너머로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달맞이 고개길에 자리한 해월정.

해운대 앞바다에서 솟아 오르는 보름달은

어스름 해송숲에 달빛을 뿌리고

바다에 떨어진 달빛은 잔물결에 산산히 조각나

수억개의 달빛 비늘로 향연을 이룬다.  

 

달맞이 고개길 아래로 달리는 동해 남부선 철로.

청사포를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에 오르다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선로로 내려간다. 

 

 

 

허리가 굽어진 소나무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로, 송정 구덕포를 향해 달리는 동해 남부선 폐선선로에 들어선다.

 

철길은 평행선을 긋고 달리지만 인간의 눈에는 저 멀리서 하나로 합친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지만

그 감각은 여전히 불완전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은 녹슬어 가고

힐링을 찾는 사람들은 녹슬은 철길을 걷는 행복을 느낀다. 

 

 

 

동해 바다, 

오륙도를 기점으로 동해와 남해가 갈린다고 하는데...

 

기차 차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 보던 시선들

이제 우리는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쪽으로 바다, 저쪽으로 숲, 그리고 동행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자연과 함께 걷는다.

 

 

 

철길 아래로 가파른 벼랑은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버텨 왔을까? 

벼랑은 깍여 우뚝해 지고

파도는 시퍼렇다.

 

 

 

달맞이재? 달맞이 고개...

작은 터널, 이것은 고개를 관통하는 그런 터널은 아니다.

달맞이 고개의 정중앙임을 알리는 이정표?

 

 

 

터널을 지탱하는 기둥들 사이로 비쳐드는 빛

빛이 있음으로 그림자도 존재하고

이 둘의 조화는 인상적이다.

 

 

 

 

 

함께 걷고 싶은 길,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레일바이크로 개발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 

 

 

 

철로는 달맞이재를 너머 청사포쪽으로 달린다. 

달맞이 고개와 송정 사이에 있는 청사포,

푸른 뱀은 어느 새 푸른 모래로 바뀌어 불린다.

 

저 철로가 굽어지는 곳에서는 ...

 

 

구비 돌아 가니

숲 사이로 달리는 철길이 아름답다.

 

인생의 구비 구비를 지날 때마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각도 못한 비경에

다시 한 번 인생을 생각하기도 한다.

 

새옹지마란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철로는 청사포에 이르고,

우리는 청사포의 한 차집에서,

어두워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한 등대를 바라본다.

 

더 걸어가면 송정까지 갈 수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청사포에서 달맞이 고개를 보니,

소나무 숲은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커멓게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위에 달맞이 길을 따라 레스토랑들, 그 위로 주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멀리 해운대 바다 너머 남쪽으로 보니

이기대와 오륙도가 희미해져 간다.  

 

문득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의 차이를 생각한다.  

 

기차길과 달맞이 길 사이에 또 하나의 오솔길이 있다고 하니,

그 길도 걸어 보고 싶다.

 

8월의 마지막 날은 공교롭게 일요일, 마지막 여름을 보내는 송정 바닷가를 둘러본다. 구덕포쪽에 차를 주차하고 나니 보드를 배우는 사람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넓게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 바다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해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와 놀고 있다.

 

 

 

 

 

 

 

 

 

 

 

 

 

멀리 송정 전경을 바라본다.

 

 

 

 

 

 

 

2014년 여름은 송정바닷가에서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