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연구원


인류의 문명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세대는 번영하는 과학 물질 문명의 혜택을 받아 풍요로운 삶을 즐기고 있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도 우리와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

제레미 러프킨은 이 질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현재와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의해 경제가 지탱되는 경제체제는 결국 붕괴할 수 밖에 없다. 석탄이나 석유 기타 광물질과 같은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의지하는 경제체제는 곧 종말을 고하고야 말 운명이다. 우리가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해서 이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종말을 향해 돌진하는 이 세계의 바퀴를 다른 곳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 인류의 문명의 종말을 피하기 위해 아니 최소한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제레미 러프킨이 제시하는 해법을 들어보고 싶으면, 엔트로피를 읽어 보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와 인류의 문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보해 왔다고들 믿는다. 하지만 <동물의 침묵>에서는 그러한 정신적인 진보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엔트로피>에서는 인류의 물질적 진보 역시 진정한 진보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른바 문명의 진보는 오히려 퇴보이며 무질서만 가중시킬 뿐인 것이다. 이것은 우주의 기본 법칙이다. 물질문명이 발전할 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다시 말해 무질서의 정도가 증가한다. 


사실 현대의 소비 문명에 의구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그 한계가 분명한 자본주의 역시 인류의 존속을 위한 적절한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책 <엔트로피>는 그러한 나의 생각이 일리가 있음에 힘을 실어 준다. 그리고 무엇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하지만 인류가 그 길을 갈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내가 할 바는 무엇인가 심각히 고민해 본다. 




목차

지은이의 말

제1부 세계관의 변화

서문
세계관
그리스인들과 역사의 다섯 단계 : 순환과 몰락
기독교적 세계관
현대적 세계관으로
기계의 시대
기계론적 세계관의 창시자들

제2부 엔트로피의 법칙

엔트로피의 법칙
우주론과 제2법칙
시간, 형이상학, 엔트로피
생명과 제2법칙
신체 외적 도구와 에너지

제3부 새로운 역사관의 틀로서의 엔트로피

역사와 엔트로피 분수령
최후의 에너지 분수령
기술
외부비용
기술의 수확 체감
제도의 발달
전문화
세계관과 에너지 환경

제4부 재생불가능한 에너지와 다가오는 엔트로피 분수령

에너지 위기
합성연료
핵분열 에너지
핵융합
광물
대체와 재생, 그리고 보전

제5부 엔트로피와 산업시대

경제학
농업
수송
도시화
군대
교육
보건

제6부 새로운 세계관으로서의 엔트로피

세로운 경제일노을 향하여
제3세계의 발전
부의 재분배
태양에너지 시대의 새로운 인프라
엔트로피 사회의 가치와 제도
과학의 개혁
교육의 개혁
제2의 종교개혁
엔트로피 위기에 처하여
절망으로부터 희망으로

후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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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레이 지음/ 김승진 옮김/ 이후 출판사


이건 뭐지?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지인이 추천해 주면서 '진보'의 신화를 깨뜨리는 책이라고 이야기한 게 생각났지만 도대체 그레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처럼 잡을 수가 없었다. 끝까지 다 읽고서도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그레이의 의도를 거의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읽기로 했다. 한결 내용이 쉽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그레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손에 잡을 수가 없다. 다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진보'란 없다는 것만 잡힐 뿐. 물론 3부로 나누어져 있는 큰 줄거리를 희미하게 잡을 수 있었다고 느꼈지만, 그걸 느끼는 순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손에 잡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1장 [오래된 혼돈]에서는 진보에 대한 신화를 깨뜨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 인류는 진보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인류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질서와 삶을 만들고 있다. 이른바 '진보'. 이것은 신화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레이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또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타난 미래사회는 진보란 어떤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말만 진보일 뿐 전혀 진보하지 않은 사회이다. 오히려 퇴보한 사회일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축적되지만 정치와 윤리는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레이의 지론이다. 과거의 악덕 예를 들면 노예제 같은 것이 사라졌다고 믿을 지 모르지만, 다시 말해 인류 세상은 진보해 왔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러한 악덕은 다른 형태로 우리 현대 사회에 침투해 있다. "지식에 있어서는 진보가 있지만 윤리에서는 진보가 없다." 인간은 역사로 부터 배우는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지식은 축적이 되지만 윤리는 한 사람이 죽으면 끝이난다. 새로 태어난 사람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2장 [마지막 생각의 너머로] 프로이드와 융의 심리학을 소개한다. 진보의 신화를 깨뜨리고 그 너머로 향하는 그레이의 생각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어딘지 동양 노자철학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생각들이 펼쳐진다. 서양의 주류 사상계에서 벗어난 생각들이 두서 없이 등장하는데, 한편으로는 서양의 비주류 사상가들이 합리주의나 계몽주의에 비추어 볼 때 신비적인 색채를 지닌 사상들을 가지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그러한 사상들 가운데 언어란 불완전한 것이며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언어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언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나 종교, 혹은 자연세계에 빠져든다."그레이는 열렬한 독서광이다. 그는 조명받지 못한 작가들과 사상가들의 말에 기대어 자신의 생각을 넌짓이 제시하는 것 같다. 


3장 [또 다른 햇빛] 주류의 시각과는 관점이 존재함을 깨닫게 해 준다. 송골매를 쫓는 한 사람의 기록, 그의 기록은 송골매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아닌, 송골매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본 기록이다. 왜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인간의 관점과 다른 동물들의 관점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유독 인간의 관점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다. "관점을 이동하니 또 다른 장소가 드러났다." "또 다른 햇빛은 또 다른 세상을 만든다. 달라지는 빛의 수만큼이나 많은 세계가 있다." "인간이 만든 것들은 보통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장소들도 숲속에서 볼 수 있는 것만큼이나 신비롭고 찰라적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만드는 주문을 깨면, 탐험가들이 지도에 나오지 않는 곳을 다니면서 발견하는 것처럼 도시안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제레미 러프킨의 <엔트로피>를 읽고 있다. 동물들의 침묵과 엔트로피는 유사한 면이 있다. 진보의 신화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엔트로피를 읽다 보니 동물들의 침묵이 그리워진다. 난해한 문체가 아름다웠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동물들의 침묵에 비하면 엔트로피는 너무 심한 동의반복적이라 느껴진다. 그만큼 동물들의 침묵은 새로운 읽을 거리였다. 그 속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 생경한 생각들이 넘쳐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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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의 칼날 / 찰리 길리피스 / 이필렬

 

증기기관이 과학에 빚지고 있는 것보다 과학이 증기기관에 빚지고 있는 것이 더 많다 - 헨드슨(1878~1942)

 

뉴커먼 기관에서 시작       레고로 만들어 본 증기

그림)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1736~1829)와 증기기관차

영국에서 증기 기관을 빼앗는 것은 석탄과 철도를 동시에 빼앗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영국의 모든 부의 원천을 고갈시킬 것이며, 그 번영이 의존하고 있는 모든 것을 멸망시킬 것이며, 저 거대한 힘을 근절시킬 것이다. 영국이 가장 강력한 방어력이라고 생각하는 해군을 파괴하는 것조차도, 이것과 비교하면 별로 치명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사디 카르노(1796~1832)

사디 카르노는 증기기관을 모형으로 삼아 가장 효율적인 열기관 연구에 착수하였다. 열기관연구의 기본 목적은 열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는 동력에 한계가 있는가, 그리고 증기보다 더 유효하게 힘을 전달하는 것이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에콜 폴리테크닉 출신으로 가능한한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생각하도록 훈련을 받은 카르노는 연구를 일반화시켰다. 증기기관이라는 특수한 것의 연구로부터 즉각 "열에 의한 운동의 생성"이라는 문제를 추상하여 가장 이상적인 열기관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카르노

그림) 영구기관으로 유명한 카르노- 열역학의 창시자로서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보존의 법칙)과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의 법칙)이 열역학분야에서 유래했다.

 

카르노의 열연구는 19세기 물리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뉴턴역학과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물리학의 헛점을 드러내었다.

 

19세기 뉴턴 역학은 물체의 연장(공간속에서 일정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물질의 성질), 질량, 속도(운동)을 기본으로 한다. 힘은 질량에다 운동의 변화를 곱한 양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리학자는 작용을 어떻게 표현해야 했을까? 힘, 일, 열, 불, 화학적 반응성, 자기, 전기, 생명등을. 힘의 전달은 기본적으로 접촉을 전제로 한다. 민다든가, 충격을 가하는 것등은 접촉으로 힘이 전달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접촉되지 않은 물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물체에 힘이 가해지는 현상은 어떤 메카니즘으로 설명해야 할까? 

 

자기 - (a) 막대자석

그림) 자석의 주위 공간으로 미치는 힘의 영향이 보인다. 붙어있지 않고 떨어져 있는 물체에 힘을 가하는 것은 어떤 메카니즘에 근거한 것인가? 입자론적인 고전역학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또한 기계론적 물리학이 자연을 기술하는데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기술자가 인간이나 동물, 바람이나 물의 운동으로부터 지레, 도르레, 기어, 스크류등에 전달되는 힘만 다루어야 한다면, 고전 역학의 원리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열을 동력으로 삼자마자 고전 역학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되었다. 증기에 의하여 피스톤이 밀려가는 것과 원통 속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의 관련성을 어떻게 모멘트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격증 정보]실린더

그림) 피스톤 운동 - 증기기관은 열을 동력으로 실린더내에 피스톤 운동을 유발시키고, 이 직석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기구를 통해 바퀴를 회전시켜 일을 하는 장치이다.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카르노는 이러한 깊은 논의에 집착하기 않았다. 그는 열을 단순히 받아들인 뒤, 열을 전달하는 열소 즉 칼로릭이 있다고 전제하였다. 그는 칼로릭을 보존되는 성질이 있는 유체로 취급하였다. 그리고 증기기관의 운동은 칼로릭의 흐름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론이 전개한다. 따뜻한 물체에서 찬 물체로 칼로릭이 흐름으로 평형이 깨어지고 그 이후 다시 평형이 수립된는 과정에서 피스톤 운동이 생긴다. 즉 칼로릭이 자신의 준위를 찾아 복원되는 과정에서 동력이 끌어내지는 것이다.

 

이러한 메카니즘은 카르노의 영구기관에서 구현되었다. 기체는 압축되면 뜨거워지고, 팽창하면 냉각된다. 만일 기체를 압축시키면서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하려면(등온압축), 우리는 그 기체속의 칼로릭을 제거해야 한다. 또 역으로 팽창시키면서 온도가 내려가지 않게 하려면(등온팽창) 칼로릭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른바 등온압축, 등온팽창이라는 개념이 나타난다. 이러한 열역학에 근거하여 카르노의 영구기관은 [등온팽창-> 단열팽창-> 등온압축 ->단열압축]의 사이클을 거쳐 초기상태로 돌아온다.

 

카르노기관 - 카르노기

그림)  P=압력, V=부피, 1=초기상태, 1-2 = 칼로릭이 공급되는 등온팽창, 2-3 = 칼로릭의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팽창함으로 온도가 내려가는 과정(단열팽창), 3-4 = 칼로릭이 회수되는 등온압축, 4-1: 칼로릭의 공급 및 회수가 중단된 상태에서 압축됨으로 온도가 올라가는 과정(단열압축), 1=최종상태=초기상태

이러한 사이클로 무한 운동이 가능한 이상적인 영구기관의 가역적 과정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엔트로피법칙이 탄생하게 된다.  

 

카르노의 영구기관은 초기상태에서 시작하여 초기상태로 되돌아가는 이상기관이다. 카르노의 영구기관에 나타난 이러한 가역성 개념은 관성 운동개념과 비교된다. 현실의 운동 중에서 직선위에서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운동은 없다. 마찬가지로 현실의 과정 중에서 가역적인 과정은 없다. 그러나 현실의 비가역적 변화 대신에 이론적인 가역 변화를 생각할 수 있다. 초기상태와 최종상태의 온도차를 한없이 작아지도록 한다면 이론적으로 초기상태는 최종상태와 같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적인 가역성은 연속성을 의미하며 미적분을 응용할 수 있게 해 준다.

 

클라페이롱(1799~1864)은 카르노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다루었다. 클라우지우스는 클라페이롱의 논문을 통해 카르노의 업적을 알게 되었고, 그 가역성은 클라우지우스가 엔트로피개념을 이끌어 낸 필수조건이 되었다. 클라우지우스는 가역성이 "절대로 도달할 수는 없지만 무한히 접근할 수 있는 한계"같은 것이며 "그러므로 이론적으로 고찰을 할 때는 이것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도 좋으며, 비록 한계로서일지라도 이론에서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썼다.

 

클라우지우스가 들려주

그림) 엔트로피법칙을 유추해낸 클라우지우스, 그는 그 세대의 과학자들중에 가장 유연한 사고를 지닌 사람이었다. 엔트로피라는 불가해한 양을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물리학의 추상범위에 관해서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칼로릭모델을 사용하지 않고도 카르노가 그러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운동론적 열이론으로부터는 가역성이라는 핵심적이고도 역설적인 개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열역학이라는 학문은 열교환을 유체의 이동으로 보는 칼로릭 이론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칼로릭은 실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에너지와 엔트로피라는 개념속으로 사라졌지만...

 

찰스 길리피스의 객관성의 칼날은 무딘 연마석에 의해 예리하게 변해 왔다는 것이 놀랄 뿐이다. 오류는 오류를 낳지만, 때로는 오류로 인해 진리로 인도되기도 한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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