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지음/ 고미숙 옮김


연암 박지원, 조선의 글쟁이. 박지원의 글은 당시 지식인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고 한다. 신분사회의 폐단을 드러내다는 점에서 뿐아니라 그의 글은 전통적인 글쓰기와는 사뭇 달랐던 것이다. 당시의 글쓰기란 전혀 창의적이지 않았다. 다만 옛글을 본 뜨는 것을 최고로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지원의 독창적인 글은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것을 넘어 이단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박지원의 글은 당시의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다만 글쓰기만 그러하겠는가, 그의 사상 즉 양반사회를 비판하고 신분사회를 부정하는 그의 사상도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당시의 글쓰기에 대해 전혀 무지한 사람인고로 박지원의 독창성과 파격성을 느낄 수는 없다. 다만 열하일기에 나타난 박지원의 호방함과 재치, 그리고 해학적인 성품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 열하일기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자.


박지원은 조선 사신단의 일원으로 청나라 연경으로 간다. 청나라 황제는 그 때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열하에 가 있었다. 조선 사신단은 연경에서 700여리 떨어진 열하로 향한다. 청나라 황제의 70세 생일인 만수절에 맞추어 열하에 도착하기 위해 사신단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 열하에 도착한다. 황제의 만수절 축하가 끝난 후 그들은 다시 연경으로 되돌아 온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압록강을 건너 연경으로 가는 여정, 그리고 연경에서 열하로의 여정, 마지막으로 열하에서 연경으로의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그 여정에서 만나게 된 풍경, 사람들, 문화등이 열하일기에 녹아져 있다.


열하일기를 번역한 고미숙님은 열하일기의 광팬이다. 다시 말해 박지원에 대한 고미숙님의 애정이란 놀라움 그 자체이다. 그저 열하일기를 읽는 독자로서의 느낌과 열하일기의 번역자로서의 감회가 같을 수는 없다. 먼저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같을 수 없을 것이며, 글에 표현된 작가의 심리를 읽어내는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열하일기를 첫번째 읽을 때의 감상과 두번째 읽을 때의 감상이 확연히 다름을 느낀다면, 번역자가 느낄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경탄은 독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일 것이다.


그러면 박지원의 유머에 대한 고미숙님의 분석은 어떨까? 고미숙님은 박지원이 유머를 구사한 것은 고도의 글쓰기의 방법의 일환이라고 본다. 당시의 글쓰기 상황을 배제하고 그냥 생각한다면, 박지원의 글에 나타난 유머는 그저 스스로 자신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방법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시의 글쓰기와는 파격적으로 다른 그의 글쓰기의 특징이 유머라면, 고미숙님이 보는 것처럼 혁명적인 그의 사상이 당시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보다 거부감없이 접근하려는 고도의 방책이라 볼 수도 있겠다. 


우스개 소리는 일반적으로 천박하고 얄팍한 사유와 연관되기도 하지만, 박지원의 유머는 상당히 다르다. 그는 유머스러하면서도 그 사유의 깊이가 대단하다. 그는 스스로를 희화화한다. 자신이 독자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신감의 발로라 할 수밖에 없다. 박지원은 풍채도 대단했다고 하는데, 성격도 그만큼 호방했던 모양이다.


열하일기에서는 청나라의 문물을 배워야 한다는 북학파의 논리가 들어있다. 그가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알게된 청나라의 문물을 조선의 것과 비교하는 것도 모두 더 인간다운 삶이 있는 사회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평생 관직에 나아가지 않던 그는 말년에 몇몇 관직을 얻게 된다. 경상남도 함양에 있는 안의 현감으로 봉직하면서 박지원은 청나라에서 보았던 물레방아를 실제로 설치하여 사용해 본다. 안의면 용추폭포 올라가는 길에 거대한 물레방아와 함께 박지원을 기리는 유허지가 있다. 함양을 물레방아골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언제가 함양에 갔다가 물레방아를 보고, 왜 박지원의 사적비와 물레방아가 여기에 있을까 하고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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