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까? 지금은 밤 4경, 밖에서는 바람이 우는 소리가 윙윙거리고, 잠을 이루려고 뒤척거려도 마음과는 달리 잠으로 빠져들질 않는다. 생각이 많아서일까?

 

참 아름답구나하고 느낀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달빛이다. 오래전의 일인데...아마 30여년 전의 일이지 싶다. 내 나이 10대초반이던 중학생때의 그 때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때가 아마 보름이었나보다. 그 당시 조그마한 공터 너머 저 쪽 어둡게 보이던 숲의 무수한 나뭇잎 위에 흐드러지던 달 빛, 당시... 지금도 그렇지만 그 아름다움,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지 못하겠다. 다만 '은은한 달빛'이라는 말이 이런 것인가 하였었다. 정말 달빛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나보다. 나도 눈에 비치는 그 풍경에 미칠듯 하였으니 말이다.

 

이효석씨도 그러했나보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의 한 장면을 옮겨본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게로 흘러간다."

 

보름이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들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 숨막힐 듯한 느낌을 말로 다할 수 없음에 참 안타깝다. 욥은 '달빛에 매혹되어 입맞춤을 보내지 않겠다'고 했었댔지....몇몇 음악가들도 달빛을 노래하였는데, 드뷔시는 구름에 달이 가는 모습을 피아노로 표현하고 싶었겠지. 꽤나 그 표현은 설득력이 있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지. 박목월 시인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노래하였었는데,

 

음...아름다운 글을 쓰는 것, 아니야...아름다운 글이 아니라, 느낌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글을 쓰고 싶다. 갑자기 그가 생각났다. 예전에, 그에게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었지. 내가 말하고픈 느낌과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지 못하고, 머리속에서 그 느낌만이 뱅뱅돌던 것들을, 그는 마치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것 처럼, 표현해 내곤 했었지.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 내가 어렴풋하게 느끼던 그의 천재성의 정체는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기억의 고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달빛에서 시작하여 작은 구름에까지 왔군그래...허허...작은 구름에 달이라...!

 

내일을 위해 자자. 잠을 좀 자 두자. 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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