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읽고 있다.

이 책의 초반부에 하이젠베르크가 고등학교 졸업할 당시 친구들과의 원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한 요점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요소는 실제적인가? 아니면 비실제적 대상일 수도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일차적으로 물질을 영원히 잘게 쪼갤 수 있는가? 아니면 최소의 기본 입자가 있는가? 하는 문제에 마주치게 된다. 최소의 기본입자가 있다고 할 경우에도 문제는 또 있다. 경험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사물의 특징들이 기본입자에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야 하는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에 대해서는 실제론적 관점에서 보는 경우와 관념적인 관점에서 보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 아인쉬타인을 비롯한 일단의 학자들이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에 반대하며 주장하던 바는 실제론적 관점에서 보는 경우라 하겠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불확실성원리는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후자의 입장을 견고하게 유지했던 하이젠베르크는 어린 시절부터 그러한 견해를 품고 있었던 듯 한데, 그가 읽은 플라톤의 책에서는 기본 입자의 구조가 4가지 정다면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에 대해, 처음에는 어이없는 주장이라 생각했으나, 결국엔 그 뒤에 숨어있는 의미는 수학적구조가 기본입자의 구조로 나타난 것이라 이해하게된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물질 세상과 그것을 이루고 있는 미세단위가 꼭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아는 '믈'이란 물질과 그 현상은 분명히 그 '물'을 이루는 산소나 수소와는 다른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감각되는 물질의 성질들은 말 그대로 우리의 감각기관과 그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일진데, 우리의 감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미세세계의 기본입자들이 반드시 경험적으로 인지되어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부분과 전체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물질들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원자는 전자,양성자,중성자등 같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온 만물이 같은 구성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구성물로 이루어진 존재들 모두가 다른 모습과 현상으로 우리에게 인지되고 있으니, 전체와 부분이 다르다고 할 수 밖에...

 

현대물리학은 물질은 최소단위인 소립자들이 실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비실체적인 것일 가능성에 큰 확신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예를 들면 끈이론에서는 '진동'이 소립자들의 기본 구조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아인쉬타인의 ,E=mc^2에서 보여지듯이 물질과 에너지는 동일하다는 견해에 비추어보면 소립자들은 '에너지'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는 물질이 아니다. 심지어 하이젠베르크의 책 초반에 나오는 투로 보아 그는 소립자들의 구조는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구조라고 주장할 듯 하다. 이것은 아마 그의 확률론적 양자역학해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렇듯 우리의 감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세계도 있다는 것과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세계와는 또 다른 본성이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색다른 입장이 제기될 듯하다.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경험적인 것으로 신의 존재를 주장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은 주관적 색채가 너무 짙다. 그러면 선험적인 또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신의 존재를 주장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신은 이 두가지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논리적인 확신과 경험적인 확신이 아울러 믿음이라는 것을 형성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것들을 온전히 타인과 공유할 수 없기에 객관적인 증명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불가능하겠지. 이런 점으로 보아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믿음'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개인적 믿음은 경험적 확신이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타인에게 증명하고자 할 때에는 이성적, 논리적 판단의 잣대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기때문에 소위 증명을 통해 확신을 심어주기란 어려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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