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진군으로 동장군은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나고

봄은 마른 나무 가지에 꽃으로 잎으로 자취를 남긴다. 

동장군의 혹독함에 모든 나무들이 헐벗어

숨을 죽이며 이 나무가 저 나무인 듯, 저 나무가 이 나무인 듯 하였지만

봄으로 피어나는 꽃은 꽃나무의 존재를 드러낸다. 

봄 꽃은 한꺼번에 일제히 피어 봄의 도래에 환성을 지른다.  

 

봄의 기운이 성숙하여 여름날에 다가가면서

붉은 장미꽃을 필두로 여름 꽃이 고개를 내민다. 

봄 꽃과는 달리 여름 꽃은 하나 하나 피어나는 듯 하다. 

 

어느날 정원에 새로운 꽃이 피어있다. 

잎만 보고 꽃 나무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꽃이 피기까지는 그런 꽃 나무가 있었는지도 몰랐었는데,

비로소 꽃이 피니 거기에 꽃나무가 있었음을 깨닫는다.

 

꽃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소리없는 함성이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모두 꽃으로 피어

무심했던 눈길을 부른다. 

나 여기 있소.

 

깊은 산골짜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핀 이름 없는 들풀조차

때가 되면 꽃을 피워 존재를 알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꽃을 피워

나비와 벌을 불러 들이니

꽃은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존재를 드러내는 외침이다. 

 

나비와 벌처럼 꽃을 본다. 

나비와 벌은 꿀을 찾아 꽃을 보지만

나는 꽃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네 인생이 아무리 초라하고 그 존재감이 없을지라도

언젠가는 자신만의 꽃으로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두들 거기에 누군가 있었음을 알게 될 날이 올테지..

 

하지만 존재를 꽃피우지 못하면 또 어떠리

그것도 하나의 소풍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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