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서산 하늘을 불태우는 노을이 
서서히 짙어 갈 때면
부엌 아궁이엔 장작불이
타닥 타닥 붉게 타들어가고
초가집 굴뚝엔 밥 짓는 연기가
하얗게 피어 오른다. 
 
하릴없이
마을 위를 떠돌던 연기는
물처럼 안개처럼
산골짝을 천천히 감아 흐른다.  
 
아궁이를 지키는 여인네의 손은
나무가지를 쥔 채 불속을 뒤적거린다.

사위가 어두워질수록
불길은 한층 맹렬하게 

타오르고
여인네의 눈은 이미
널름거리는 불꽃속에 무심히 빠져들었다.   
 
날아 오른 불티가 허공속에 사라지듯
하루의 피곤과 세상 모든 근심이
무심결에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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