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데이빗 소로우 지음/ 김성 옮김

 

두 번째다. 몇 년전 월든을 처음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지난 번에는 월든 호수 주위의 자연을 묘사한 장면에 마음이 기울었다. 월든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광경은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번에는 소로우의 생각들이 보인다. 삶에 대한 그의 생각들. 삼십이 조금 넘은 나이에 쓴 이 글 속에 인생을 달관한 듯한 태도로 쓴 글, 그것도 동양의 사상에 꽤 기울어져 있는 그의 생각들, 서양식 사고가 채 가시지 않은, 그리고 완전히 동양의 정적인 세계에 스며들지 못한 채 표현된 자연 사상들, 어렴풋이 풋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로우의 자연사상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던져 준다.

 

편견을 버리기에 너무 늦은 경우란 없다.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나 행동 방식이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 해도 증거없이 믿어서는 안된다.

 

 

소로우는 자연과 함께 하는 무소유의 삶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를 요청하고 있다. 경험해 보지도 않고 그저 오래동안 내려오던 생각에 기대어 그러한 삶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로우는 그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해 보이기를 원했다. 그것이 월든 호수가에서는 삶을 시작한 이유였다.

 

문명은 가옥을 개량해 왔다. 하나 거기에 사는 인간까지 똑같이 개량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망원경이나 현미경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것은 배울지 모르지만 육안으로 보는 법은 결코 배울 수 없다.

 

 

소로우는 현대 문명에 의문을 표시한다. 아니 더 나아가 회의를 품는다. 과연 현대 문명 속에 사는 인간들은 행복한가? 참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선과 박애에 관해서...그의 선의는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끝없이 솟아 오르는 맑은 샘물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소로우의 동양 친화적인 사상의 단면이 드러나 있다. 실제로 월든에서는 <논어>에서 여러 번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공자보다는 노자에 가까워 보인다. 그는 자신이 선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면에서, 도덕경에 "천지불인天地不仁, 성인불인聖人不仁" 이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無爲무위로서의 선이 아니라 의식적인 선행에 대해서 그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무의식 중에 끝없이 솟아 오르는 맑은 샘룩과 같은" 선의는 무위적 선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사람들은 전쟁으로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밤나무 그릇 하나만으로 족한 그 때면.

 

 

무소유의 사상이 세상에 가득하면 탐욕으로 인해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전쟁이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염원을 표현한 말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날마다 동물성이 사멸하고 그 자리에 서서히 신성함이 자리 잡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는 인간은 행복하다. - 월든의 '더 높은 법칙' 가운데

삶이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거기에서 얼굴을 돌리지 말고 그대로 살아야 한다. 가난해도 삶을 사랑하길. 구빈원에 들어가 있어도 즐겁고 가슴 뛰는 시간은 있을 것이다. 저녁 노을은 부자의 저택뿐만 아니라 양로원의 유리창도 불게 물들인다. 봄이 오면 위 집 문 앞이건 쌓인 눈이 녹아내리긴 마찬가지다.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곳에 살아도 궁전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만족감을 누릴 것이요, 자신을 분기시키는 사상을 품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하지만 소박한 삶에 대한 동경이 그의 글에 진하게 남아 있다. 물론 그것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일 경우에 말이다. 자연은 물질적 부가 가져다 주지 못하는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자연과 함께 하면서 정신적인 삶을 사는 것의 가치를 소로우는 크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소로우의 <자연사상>은 당시에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아니 누구도 거의 관심조차 갖지 않는 삶의 태도였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큰 조명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소로우는 예언자적 삶과 사상을 설파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에 더하여 자연을 아름답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그의 글은 산문보다는 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가 되면 다시 한 번 더 월든을 읽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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