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지음/ 동아시아 2012년 12월 2일 완독
한권으로 시작하는 동양고전 핵심명저 25
나는 동양고전을 알지 못한다. 때론 그냥 그 이름만 들어 본 정도가 전부이며, 학창시절에 시험을 위해 공부하던 시절에 대략 알게된 것이 전부이다. 실제로 그 고전들중 그 어느 하나도 읽지를 못했다. 그런데 중국사를 읽다가 갑자기 중국의 고전에 관심이 갔다. 익히 알려진 수많은 사자성어들이 유래된 춘추전국시대와 그 이전의 역사들을 읽으면서, 그들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사상등에도...
하지만 그 방대한 고전들을 어떻게 선별할 것이며,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 눈에 띄인 것인 바로 이 책이다. 그래, 동양의 고전을 소개한 이 책을 먼저 읽으면 이 것이 방향을 지시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부분에서는 '어...상당히 난해한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마, 뒤로 갈 수도록 점차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짧게 잘 정리되어 제시하는 각 고전에 대한 신정근 교수의 창의적 독법과 그로 인한 창의적 해석은 중국 사상의 흐름의 윤곽을 잡기에 충분하였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토록 방대한 사상의 흐름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목차를 더듬어 보면 얼마나 방대한 작업의 결과를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명백해 진다.
팔경
1. 주역 2. 시경 3. 서경 4. 예기 5. 춘추 6. 악경 7. 이아 8. 효경
오서
9. 논어 10. 맹자 11. 대학 12. 중용 13. 소학
십이자
14. 관자 15. 묵자 16. 노자 17. 장자 18. 순자 19. 손자 20. 한비자 21. 상군서 22. 전국책 23. 공손룡자 24. 양주 25. 추연
중국 고전을 읽기전에 선행되어야 할 사항은 먼저 중국 역사를 읽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삼황오제시대에 이어 하,은,주나라의 전개된다. 그리고 뒤이어 춘추전국시대로 이어지면서 제자백가의 출현은 당시의 사상계를 풍부하게 한다. <열국지>는 바로 춘추전국시대를 풍미했던 현자들, 유세객들의 수많은 군상들을 보게 된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통일시키 진시황은 통일제국을 이끌어가기 위한 정치철학이 절실히 필요하였다. 여기에 부응한 철학자 및 정치가들의 사상은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 이후 진의 멸망을 초래한 항우와 유방이라는 걸출한 인물들이 쟁패를 다투다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한제국을 설립한다. 이 역사이야기는 <초한지>를 통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열국지>를 거쳐 <초한지>를 읽게 되면 그 당대의 수많은 인물들에 대해 알게되고 그들의 사상을 드러내주는 위와 같은 고전의 읽기 및 이해도 한결 수월해 지리라 생각이 된다.
25가지 고전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그들 사이의 상호관계이다. 신정근 교수는 25책의 특성에 따라 사상사의 맥락을 고려한 읽기를 제시한다. 다음은 신정근 교수가 제시하는 동양사상의 흐름이며 읽기를 제안하는 한가지 방법이기도 하다.
인간과 세계의 운명을 다루는 <주역>을 제일 먼저 읽는다. 그리고 운명이 정해지면 삶의 질서를 세워야 하는데, <예기>를 읽음으로 세계의 규범과 조직화를 통찰한다. <시경>은 성왕들이 세계를 다스리며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기념할 것은 기념하고 즐길 것은 즐긴 노래를 담고 있다. <악경>은 힘든 세상을 살며서도 억누를 수 없는 즐거움을 다루고 있다. 시와 (음)악이 있는 만큼 사람들은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서경>은 성왕들이 세계를 다스리며 했던 말과 행동을 담고 있고, <춘추>는 경의 기준으로 춘추 시대의 세계를 평가하여 바로 잡으려고 한다. <효경>은 경의 시대가 꿈꾸는 질서가 영워히 재생될 수 있도록사람에게 윤리의식을 심어주고자 한다. <이아>는 경에 담긴 글자의 뜻을밝혀서 경학의 전체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 준다.
성왕과 같은 특별한 인물에 의해 세계적 질서를 유지하던 경학의 시대가 끝나고, 제자백가와 같은 다수가 각자의 논리와 가치를 주장했던 '자학의 시대'가 열린다. 이 자학의 시대를 연 인물은 제나라 관중, 오나라 계찰, 정나라 자산, 제나라 안영등이다. 제자백가의 자학은 성왕의 경학과 달리 소인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즉 보통사람들의 등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관중은 구질서의 막내이자 신질서의 맏이로서 존왕양이의 기치를 내걸면서 소인을 시대의 주역으로 보아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 뒤를 어어 공자는 관중의 가치와 역할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경학의 성황 세계에 직접 다가가고자 했다. 공자는 자신이 위상을 경학의 전달자 역할에 한정하면서 사람다운 사람의 정체를 탐구하고자 했다.
묵자는 겸애를 주장하면서 공자가 말한 사람다운 사랑이 가족에 한정될 때 세상의 구원이 아닐 갈등을 낳는다고 공격을 퍼부었다.(묵자의 사상이 잘 드러난 중국 영화 '묵공'이 있다.) 양주는 공자와 묵자의 추구가 결과적으로물질적 소유로 향하게 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경물중생의 기치를 내걸며 사상의 방향을 물질과 욕구의 경쟁에서 생명의 보장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맹자는 양주의 비판에서 공자를 구원하고자 내면의 성선에서 올바른 삶의 진정한 근원을 찾아 냈다. 그는 국가주의 기획을 인민의 고혈을 짜서 지배자의 탐욕을 정당화시키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상앙<상군서>은 국가가 부국강병을 추구할 때야말로 전국 시대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손자는 인간의 주관 능동성에 조목해서 필승의 방법을 탐구했다. 소진과 장의<전국책>는 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조작주의 사고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
공손룡은 백마비마(흰 말은 말이 아니다)의 역설로 언어에 숨겨진 보편자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개별자의 존엄성을 옹호하고자 했다. 언어와 세계의 관계에 대한 고손룡의 집요한 추적은 노자와 장자만이 아니라 한비의 비판 정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노자는 국가주의의 의도가 그물처럼 펼쳐지는 망상사회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비판했고, 장자는 의무가 자연성인 양 사람의 본성으로 강제되는 규범 사회의 폭력성을 폭로했다. 두 사람의 사상은 개인의 행복, 창조성, 개별자 우위의 측면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순자는 자신의 시점에서 제자백가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하여 앞으로 도래할 제국 질서의 청사진을그렸다. 순자는 현실적 인간을 전제로 하고서 그들을 이상적 존재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대학>과 <중용>은 맹자와 순자를 이어서 그들이 만든 길을 넓게 만드느라 도식화와 정식화 제시했다. 추연은 책이 전해지지 않지만 자연과 역사를 아우르려는 거대 담론에 참여해서 역사(왕조)전개의 원칙을 찾아냈다. 한비는 상앙 등 선배의 업적을 이어받으면서도 단점을 메워서 부국강병의 시대정신을 현실화시키고자 했다. <소학>은 부계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한 아동 교육의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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