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을유 출판사

 

뉴욕 타임지 선정 100권중 하나인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한스 카스토르프는 사촌 요아힘을 방문한다. 요아힘은 스위스 알프스산에 있는 국제요양원 베르크호프에 있다. 해발 3000미터의 고산지대의 신선한 공기와 풍광은 결핵 치료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3주간의 방문은 예상치도 못한 일때문에 길어진다. 근 7년간을 한스는 베르크호프에 머물게 된다. 한스도 결핵에 걸린 것으로 판명이 난 때문이다. 이 7년간 국제 요양원에서 겪었던 다사다난했던 일들의 기록이 <마의 산>의 내용이다.

 

한스는 20대 초중반을 베르크호프에서 보내면서 정신적을 성숙해진다. 요양원 특유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그로 하여금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쇼샤부인과의 만남과 사랑. 문필가이자 인문주의자인 세템브리니의 영향- 세템브리니는 한스에게 애정을 가지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세템브리니는 민주주의, 인간의 자유,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크게 평가한다. 그리고 인류의 진보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후에 알게 된 예수회 수도사 출신인 나프타는 세템브리니와는 상반된 사상을 가지고 있다. 한스를 사이에 두고 세템브리니와 나프타의 논쟁은 극을 향해 치닿는다. 한스는 이 두 스승으로부터 각각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던 중 한스는 폭설이 내리던 날 명상을 위한 홀로만의 자리를 대자연의 침묵가운데서 발견하기 위해 나섰다가 길을 잃고 헤맨다. 잠깐 창고 오두막의 나무 벽에 기대어 정신을 잃은 한스는 꿈결같은 아름다운 환영에 빠진다. 깨어난 그는 세템브리니와 나프타의 사상과는 다른 자기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한스와의 사랑의 하룻밤을 보내고 요양원을 떠났던 클리브디아 쇼샤부인이 다시 요양원에 들어온다. 그녀는 페퍼코른이라는 네덜란드인과 함께 온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커피왕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인물이다. 그는 말이 어눌하지만 그의 풍모에서는 왕의 카리스마가 보인다. 그리고 그의 말과 행동은 힘이 있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만든다. 한스는 이 인물에게서 강함을 느낀다. 세템브리니나 나프타처럼 이론과 말을 앞세우는 사람과는 달리, 그는 현실적이며 행동으로 무언가를 나타내는 인물로 느껴진다. 한스는 페퍼코른을 그의 또 다른 스승으로 받아들인다.

      

세템브리니와의 격렬한 논쟁중에 모욕을 느낀 나프타는 결투를 신청하게 되고, 그 결투중에 나프타는 자신의 관자놀리에 총을 쏘아 자살을 하고 만다. 또한 쇼샤와 한스와의 관계를 알게된 페퍼코른 역시 독극물로 생을 스스로 끝내고 만다. 쇼샤와 한스와의 사랑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병으로 인한 초라한 죽음 대신 위엄있는 죽음을 택하려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의 왕의 카리스마로 볼 땐 후자에 가깝지 않겠는가 추측해 본다.

 

이러한 와중에 유럽은 1차세계대전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한스는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소년병들과 함께 죽음의 전쟁터에 투입된다. 빗 속의 진흙탕속에 포탄이 터지고 주위에서 아우성과 비명소리, 피튀기는 전장에서 그는 유령처럼 넋이 나간 사람처럼, 초점잃은 눈으로 슈베르트트의 <보리수>노래를 부르며 죽음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 총 7장의 <마의 산>의 전반부 1~5장은 다소 평이하여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나 하고 느꼈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토마스 만의 해박함이 드러나며 그의 문장들은 빛나기 시작한다. 특히 6장에 세템브리니와 나프타와의 설전은, 내가 이해하지 못할 철학적 논쟁들로 이어진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느끼는 바는 있어 한 사람의 사상의 전제 즉 기초가 어떠한가에 따라 세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얼마나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정말 놓쳐서는 안될 두 장면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마력적인 묘사...이 소설 <마의 산>의 백미가 되는 눈 장면. 알프스의 깊은 산 속에 자연은 위대한 침묵을 들려준다. 대자연 앞에 경건함. 폭설이 쏟아지고, 말 그대로 주위는 온통 하얗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밝음 속에 압도되는 하잘 것 없는 존재. 폭설속에 정신을 잃고 꾼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 행복한 청년들과 아가씨들. 그의 몽환적인 꿈은 나의 꿈인 듯 느껴진다. 그가 그 꿈들로 깨달았던 깨달음을 망각했듯이 나도 그것을 망각한다.

 

이 소설의 결말부, 한스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터에 투입된다. 한스의 모습은 유령처럼 보인다. 한스의 모습은 그 당시 세계의 모습이었으리라. 목적도 없고, 목표도 없이 허공을 떠도는 유령처럼 한스는 진흙탕을 철벅거리며, 쓰러진 소년병의 몸을 밟으며 빗속을 나아간다. 그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듯, 그의 눈은 허공을 향해 부유하고 있다. 눈의 묘사에 뒤지지 표현. 알 수 없는 깨달음, 아니 깨달음을 얻었을 것 같은. 비참함과 아우성 속의 명상, 무, 허탈, 허무. 한스의 운명에 대한 애달픔,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아스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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