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liver's Travels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한상숙 엮음/ 지경사

 

조나단 스위프트가 "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보다 화나게 하려고 이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 당시 유럽사회 아니 더 나아가 인간세계의 탐욕적인 면들을 풍자적으로 꾸짖고 있다. [걸리버여행기]는 <소인국 이야기> <대인국 이야기> <하늘을 나는 섬나라 이야기> <말의 나라 이야기>등 네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에는 인간 사회에 대한 풍자적 비판이 드러나 있다.

 

제1편 소인국 이야기

소인국 나라 '릴리퍼트'왕국은 평화로워 보였으나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아주 사소한 문제들이 그 이면에 깔려 있는데...굽이 높은 구두를 신느냐, 낮은 구도를 신느냐. 또한 달걀을 먹기 위해 껍데기를 깰 때 넓고 둥근 쪽을 깨서 먹어야 하는가 아니면 뽀족한 쪽을 깨어야 하는가 하는 아주 어이없는 문제들 때문에 혼란과 싸움 급기에는 전쟁이 야기되는 상황이 있게 된다.  

 

릴리퍼트에서는 도둑질보다 남을 속이는 것을 더 큰 범죄로 여겼다. 도둑은 조심하고 단속을 잘 하면 막을 수 있지만, 정직한 사람들은 속임수에 쉽게 넘어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기에 사기를 치는 사람은 언제나 사형에 처했다. 또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형벌을 가했지만,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이에게는 상을 주는 조항도 많이 있었다.

 

소인국 사람들은 남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는 정직성을 먼저 보았다. 만약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 그것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하면 큰 비극을 가져 온다는 것을 알았기때문이다. 그들은 훌륭한 인품이야말로 진리와 정의를 실천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라 여겼다.

 

제2편 거인국 이야기

거인국의 왕은 유럽의 무역과 전쟁, 종교의 분열들에 대해 듣고는, 하찮은 벌레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정치도 하고 무역도 하고 전쟁도 한다고,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배반한다고 조롱하며 비웃는다. 또한 영국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상원 의원에 선출되는 귀족은 진실로 훌륭한 사람들인가? 왕에게 아첨하는 사람들은 아닌가? 하원의원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월급도 없는데 그렇게 지원자가 많다는 것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큰 돈을 벌 수 있기때문이 아닌가?"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싸움이나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정치적으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음모를 꾸미고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키고 추방하다니, 참 더러운 역사가 아닌가!" 라고 말하며 "그대의 조국에 사는 사람들은 벌레들 중에서도 가장 나쁜 벌레들이야. 왜냐하면 그 벌레들은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가졌기때문이지." 라고 비판한다.

 

걸리버가 화약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제안에 거인국 왕은 "집을 부수고 사람을 죽이는 약을 만들어 내고는 잘난 체 하다니! 그대는 그런 약을 만들 줄 안다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야단치기도 한다. 또한 "정치를 하는 데 복잡한 기술은 필요 없다네. 수백권을 책을 읽고 백성들이 자기를 존경하게 하는 방법을 쓰는 사람보다는 곡식 한 포기, 풀 한 포기밖에 자랄 수 없는 땅에 곡식 두 포기, 풀 두 포기가 자랄 수 있게 하는 사람이 훌륭한 정치가라고 생각하네."라고 말하여, 영국이 정치한 책이 수백권이나 되는 문화 민족이며 학문이 발달된 나라라고 자랑하는 걸리버를 부끄럽게 만든다.

 

제3편 하늘을 나는 섬나라 이야기

하늘을 나는 섬은 '라퓨터'라고 불렸다. 이 나라 사람들은 늘 불안에 사로 잡혀 있었다. 대부분 천체의 움직임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 했는데, 예를 들면 언젠가는 태양이 지구를 삼켜 버릴 것이라든지, 태양이 계속해서 빛을 소모한다면 언젠가는 모든 연료를 다 써서 빛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들은 이런 여러가지 걱정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고 잠도 편히 자지 못하였다.

 

라퓨타의 사람들은 수학과 음악을 제외한 다른 것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라퓨타의 수도인 지상의 라가도라는 도시에 내려왔을 때, 걸리버는 누더기 옷을 입은 사람들, 무너질 것같은 오두막집들, 황폐해 보이는 농지들을 보게된다. 라가도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라퓨타에서 수학에 대한 지식을 조금 배워온 이후로 그들은 농사일을 경멸하면서 예술과 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수많은 연구소를 설립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소들에서는 황당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열사람 일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다든지, 1주일에 새 궁전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든지. 심지어 대변을 다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드는 연구를 하기도 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한 현구소에서는 공부라고는 전혀 하지 않은 가장 무식한 사람이라도 철학과 시, 정치학, 법률, 수학등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기계를 연구하고 있었다. 수많은 단어와 문법규칙을 적은 조각들을 다양한 배열로 바꾸어 가며 나타난 문장을 조사하여 수집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하기를 "이것은 엄청난 자료입니다. 앞으로 이 세상의 학문과 과학 체계를 완전하게 만들 것입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고, 그러는 동안 나라는 황폐해지고 말았다.

 

제4편 말의 나라 이야기

말의 나라는 휴이넘이라는 고상한 성품을 가진 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그 나라에서는 사람과 비슷한 야후라는 동물이 있었다. 이들은 더럽고 야만적인 동물이었다. 인간 세상과 달이 휴이넘에게는 거짓말, 돈, 전쟁은 심지어 그런 단어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휴이넘들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휴이넘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랑과 우정이었다. 그리고 절약과 근면, 건강과 청결등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휴이넘들의 생활과 생각을 알게된 후 걸리버는 그들을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그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휴이넘의 세계와는 다른 너무나 다른 자신의 세상, 영국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하지만 결국 영국으로 돌아오게 된 그는 한 동안 야후와 같은 모습을 한 인간들과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여행후기

걸리버는 자신의 여행중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하여 글을 쓰기로 작정한다. 그는 그가 경험한 일을 토대로 여행기를 쓰고자 결심한다. 이 여행기에 소개되는 소인국, 대인국, 하늘을 나는 섬, 말들의 나라등을 정복하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일뿐더러 오히려 그들로 부터 명예와 정의, 진실과 도덕성, 충성과 순결, 우정과 사랑에 대한 정신을 배워 유럽사람들을 개화시키는 것이 더 좋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한다. 

 

독후감

우리 딸 아이의 동화책을 읽었다. 우리 딸애도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고 나도 이렇게 글을 썼다. 그런데 딸애가 보는 시선과 내가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다. 나의 딸 아이는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읽는 기쁨에 이 책을 읽었다면, 오히려 나는 좀 더 어른의 시선으로 조나단 스위프트가 본 인간세계의 모순등에 눈길이 가는 것이었다.

 

스위프트의 예술, 과학, 수학, 학문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아마 그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학문에 대한 비판이라 받아들이고 싶다. 혹자는 철학은 흥미로우며 인간 사회를 올바로 형성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이상학적인 철학의 세계는 비실용적인 면이 없지 않다. 라퓨타의 연구소에서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완전한 학문과 과학체계를 완성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 당시 베이컨의 귀납적 방식, 온갖 종류의 실험적 사실들의 방대한 수집은 과학을 완전하게 만들어 가는 기초가 될 것이라는 사상을 겨냥한 것일까?아니면 데카르트의 형이상학적인 기계론적인 세계에 대해 풍자일까? 순수 이성에만 기초를 둔 철학은 때로는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 이성으로 세계에 대한 진리에 이를 수 있을까? 만일 진리에 이르렀더라도 그것이 진리임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수많은 사상들이 등장했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회귀적인 상황이 끝없이 연출되는데, 그 어느 것이 절대 진리임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 있어서 현대 물리학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의 물리학은 과학의 범주를 벗어나 수학적, 철학적 논의로 점점 빠져든다. 초끈이론은 아름다운 수학이론이지만 실증을 요구하는 과학의 범주에 넣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또한 인플레이션 우주론이나 양자론에 기반을 둔 다중 우주, 평행우주의 개념들도 그러한다. 또한 우주의 4%만을 파악할 뿐 나머지 96%는 알지 못한 채, 그것을 단지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로 부르는, 우리에게 알려지 있지 않은 미지의 것으로 가득찬 우주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하고 논쟁하는 것은,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너무 오만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엄청난 우주의 기원이나 역사, 그리고 그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큰 경이로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천한 지식을 근거로 독단적인 우주론을 주장하거나, 자신들의 이론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 또는 우주를 존재하게 한 '신은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까?

 

학문에 대한 스위프트의 비판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반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도 있다. 쓸데 없는 것 같은 연구들이 실용성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때문이다.  20세기 초 유명한 영국의 수학자 하디는<어느 수학자의 변명>이란 책에서 자신이 연구하는 수학의 순수성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즉 비실용적인 수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데서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수학자들 자신도 소수 연구를 비롯한 정수론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순수수학으로 여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연구들이 실용적인 기술과 접목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소수의 연구와 컴퓨터 암호화기술의 상관관계. 리만가설의 소립자세계와 연관성. 유명한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는 이를 두고 '수학의 비합리적 효용성'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본다면 적어도 수학에 대한 스위프트의 비판은 빗나간 화살인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는 아이들이 즐겨읽는 동화이지만 그 속에 풍자된 것은 깊이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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