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명이 비칠 무렵 아침 노을을 보는 일은 게으름뱅이에게 과분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행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부지런을 떨어야 했습니다. 덕분에 조용한 아침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넓게 펼쳐진 밭은 온통 해바라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차나칼레 해협을 지나 이스탄불로 들어오는 길에도 양변에는 끝없이 해바라기 밭이 이어지고 있더군요.

호텔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우리는 먼저 피에롯티 언덕을 방문합니다. 프랑스의 해군 장교 피에롯티가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한 몸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친 후 시인이 된 그는 다시 이스탄불을 찾아왔지만 그 여인은 이 세상을 떠난 후였고 그는 남은 여생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피에롯티언덕을 올라 갑니다.

 

언덕 초입에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이 있군요.

 

 

 

 

피에롯티 언덕을 올라가면서 나무들 사이로 골든혼과 그 주위 시가지 모습이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보입니다. 

 

숲 속의 석조 구조물은 무덤입니다. 혐오시설이라 하여 멀리하는 우리와는 달리 죽은 사람들의 세계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양쪽으로 무덤들이 즐비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다만 향기로운 숲속을 산책하는 듯 합니다.

 

 

 

피에롯티 카페입니다. 아마도 피에롯티는 이곳에서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을 만나곤 했겠지요.

 

카페 밖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언덕을 오르느라 고생한 다리를 쉬어 봅니다. 

 

그리고는 언덕 아래를 내려다 보며 시원하게 펼쳐진 이스탄불 시내와 골든혼을 사진에 담아 봅니다. 

 

 

 

땀을 식힌 우리는 언덕을 다시 내려가 소피아성당과 블루모스크, 톱카프 궁전으로 향할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이 있었더라면 이 피에롯티언덕에서 담소를 나누며 차라도 한 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햇살에 반짝이는 골든혼을 숲 사이로 본 깨끗한 느낌은 오래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트로이를 떠나 다르다넬스해협을 건너 이스탄불로 향합니다. 다르다넬스해협에서는 1차세계대전 패전국인 터키에서 영국군을 몰아낸 차나칼레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 때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장군이 케말 무스타파입니다. 그는 오스만 제국을 뒤이은 터키 민주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어 터키의 근대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합니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 꽤 오랜 시간을 달려 오후 늦게 이스탄불에 도착합니다. 이스탄불에 재입성하여 처음 들른 곳은 탁심광장입니다. 이 곳은 이스탄불의 교통,상업,관광의 중심지입니다. 다양한 공공행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민주화를 위한 시위도 이 곳에서 벌어진다고 합니다.

 

광장 중앙에는 1928년 세워진 터키공화국 기념비가 서 있습니다.

 

 

우리는 탁심광장에서 이어져 있는 번화한 거리로 들어섭니다. 젊은이들의 거리라고 할 만큼 활기가 넘치는 붐비는 터키의 거리를 보게 됩니다.

 

 

 

 

 

 

 

마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종업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군요.

 

어둠이 어슥해지면서 우리는 이스탄불 야경투어에 나섭니다. 갈라타 다리 아래의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주위의 야경을 찍어봅니다.

 

이제 내일 이스탄불의 유명한 명소를 방문하게 될 것을 기대하며 호텔로 향합니다.

첫째날이 밝아옵니다. 새벽3시에 눈이 떠졌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묘한 설레임과 개운함으로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전면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점점이 떠 있는 배들이 골든혼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보스포러스해협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배가 출항할 작은 선착장입니다. 배는 최종 목적지 돌마바흐체궁전에 도착하기전 유럽쪽 해안과 아시아쪽 해안을 둘러 볼 예정입니다.

 

 

배 사이로 골든혼 너머 저쪽의 시가지가 보이네요. 이쪽은 유럽쪽 이스탄불의 구시가지, 저쪽은 유럽쪽 이스탄불의 신시가지입니다.

 

 

사실 이스탄불은 크게 두부분으로, 더 쪼개면 세부분으로 나누어 집니다. 먼저 보스포러스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쪽 이스탄불과 유럽쪽 이스탄불로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유럽쪽 이스탄불은 골든혼이라는 작은 만을 중심으로 남쪽 구시가지와 북쪽 신시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남쪽 구시가지에는 그 유명한 아야 소피아, 블루모스크, 톱카프궁전이 있습니다.

 

우리가 탈 작은 배입니다. 배는 선착장을 떠나 보스포러스해협으로 향합니다.

 

배는 시원한 맞바람을 맞으며, 출렁이는 너울에 흔들리며 골든혼을 나아갑니다. 보스포러스해협을 향해서... 남쪽으로 드넓은 마르마라해가 보이고 해협 양안으론 아름다운 건물들이 풍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의 짧은 항해의 최종 목적지인 돌마바흐체궁전이 보입니다. 오스만 제국 말기 근대화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제국의 위엄을 드높이기위해 지어진 화려한 궁전입니다. 이 건축으로 재정난이 악화되어 제국의 기운이 한층 더 기울었다고 하니 그 화려함이 얼마나 될 지 호기심이 일어납니다.

 

 

 

돌마바흐체궁전에 들어가기 앞서 우선 보스포러스해협의 양안을 더 둘러봅니다. 아래 건물은 대학인지 고등학교인지 어쨌든 학교건물인 듯 합니다.

 

 

 

제1보스포러스교가 보입니다. 보스포러스해협을 가로질러 유럽쪽과 아시아쪽을 연결시켜주는 현수교입니다.

 

 

보스포러스대교 아래에 있는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제1 보스포러스교 아래를 지납니다. 다리위에서 절망에 찬 사람이 배위로 떨어지리라는 생각은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보스포러스교에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사람의 도보통행이 금지되어 있기때문입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라고 하네요. 유럽쪽 이스탄불에서 아시아쪽 이스탄불로 갈 때에는 통행료를 지불하지만, 반대쪽 통행에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유럽쪽 해안에 가까이 붙어 계속 나아갑니다.

 

 

 

제1보스포러스대교 아래를 지나 멀어져 가는 보스포러스교를 바라봅니다. 

 

 

보스포러스해협에는 현재 두개의 대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3대교가 현대건설에 의해 건설될 계획이라는군요

 

 

이제 뱃머리를 돌려 아시아쪽 해안 가까이로 접근하여 그 풍광을 둘러봅니다. 붉은색 지붕을 한 주택과 건축물들이 푸른 숲,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보스포러스해협 양안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진으로 제대로 재현되지 못해 아쉽군요. 더구나 바다위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파도를 가르는 느낌은 어떻게 전달을 해야할까요? 바람에 너울거리는 파도를 타고 앞뒤로 흔들거리는 선상의 느낌도 설레임을 더해줍니다. 이제 가슴이 확 터이는 짧은 선상여행을 마치고 돌마바흐체궁전으로 향합니다.

여행이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여행은 '익숙함과의 결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익숙함과의 결별은 필연적으로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을 의미하겠죠. 미지의 세계는 불확실의 영역에 속하기때문에 여행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한편 모험적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이 오히려 호기심과 짜릿한 흥분을 주기도 합니다. 어쨌건 주사위는 던져졌으며 이미 비행기는 날개를 펼쳤습니다. 

 

밤 11시 부산을 떠나 터키의 이스탄불에 도착하니 터키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반입니다. 터키는 우리와 6시간 시차가 나기때문에 우리 시간으로는 밤 10시반에 도착한 셈입니다. 부산에서 이스탄불까지 30분 모자라는 24시간이 꼬박 걸렸습니다. 꽤 먼 길입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 튀르크 공항까지 8000km가 넘는 거리를 장장 12시간을 쉬지 않고 날았습니다. 이스탄불은 실크로드의 종착지입니다. 옛날에는 도보로 몇달을 걸리던 이 길이라 생각하면, 단 12시간만에 날아온 것은 대단한 일이기도 합니다.

 

터키 제1의 도시 이스탄불의 관문은 아타 튀르크 공항입니다. 아타는 '아버지'란 뜻이고, '튀르크'는 터키를 말하기때문에 아타 튀르크는 '국부'란 뜻입니다. 터키의 아타 튀르크는 터키 민주공화국의 설립자인 케말 무스타파를 가리킵니다. 터키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아타 튀르크 무스타파 케말입니다. 그는 제1차세계대전의 패배로 연합국에 점령당한 오스만제국의 영토를 되찾아 터키 민주 공화국을 설립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아랍나라들이 이슬람 국가인데 반해 터키는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의 98%가 무슬림이긴 하지만 이슬람교를 터키의 국교라 부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아랍의 이슬람국가와는 달리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무슬림들도 이슬람교의를 따를 것을 강제받지 않습니다. 여성들도 히잡이나 차도르를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히잡은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와 같은 것이고, 차도르는 눈을 제외한 다른 부분을 모두 가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체제는 모두가 아타 튀르크 무스타파 케말덕분인 것입니다.   

 

아타 튀르크 공항에 도착한 후 첫번째 방문지는 '그랜드 바자르'입니다. '그랜드 바자르'를 향하는 길의 오른쪽으로 '마르마라해'를 끼고 달리다 보니, 해안가에 거의 6km나 뻗어 있는 하드리아누스 성벽도 보입니다. 또한 여기저기 둥근 지붕을 한 모스크들이 눈에 띕니다. 

 

'그랜드 바자르'는 1543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이후 얼마 되지 않은 1561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니, 그 역사만도 450년정도가 되네요. 관광객을 위한 수많은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 '그랜드 바자르'에서 우리 일행은 일차 쇼핑을 합니다. 길거리에서 많은 아이들이 물이나 기념품을 팔기위해 분주합니다.

 

터키에서의 첫날밤 새벽 3~4시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더워서일까요, 아니면 가이드말처럼 시차때문일까요? 한국과의 시차는 6시간, 매일 1시간씩 시차가 적응된다고 하니, 집에 갈 때쯤이면 완전히 시차에 적응이 되겠군요. 이제 첫째날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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