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우주에서 조난당한 우주인이 우여곡절을 거쳐 지구로 귀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기술로 볼만한 영상을 만들어 낸다. 날카로운 파편이 내 눈앞으로 휙 날라올 때,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피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3D 영화를 처음보는 촌놈이라 그런가? 슬쩍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볼 뻔 했다. 

 

 

그리고 스필버그식 긴장감도 한 몫을 했다. 우주정거장에 부딪쳐 튕겨나갈 때, 무엇이라도 잡지 않으면 그냥 암흑 우주속으로 빠져버릴 상황이다. 손을 뻗혀보지만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뒤로는 시커먼 하늘에 점점히 박혀있는 별빛들만 냉정하게 비치고, 그 무서운 무저갱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은 느낌, 놓치고, 또 놓치고 아! 놓치면 끝장인데 하는 순간 간신히 손에 걸린다. 제발...꽉 쥐어라 하는 똥줄타는 느낌...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래비티>를 보면서 <쇼생크탈출>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소유즈호에 타고서 휴스턴과 교신을 시도하는 라이언(산드라 블럭). 하지만 휴스턴에서 응답이 없고, 누군가와 교신이 되었지만, 혼선이 된 듯하다. 알지 못할 말로 지껄이는 소리,개가 짖는 소리, 아이 우는 소리, 바로 지구에서 들려오는 일상적인 소리를 듣고 있는 라이언, 그녀는 지난 시간동안 일상의 행복을 놓치고 있었음을 알아챈다. 딸애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후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삶의 행복을 잃었던 것이다. 이제 이 고립무원의 절망속에서, 그리움이 아이의 울음속에 전해지고 있다. 이제는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것인가? 이별인가?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채 편안히 눈을 감는데, 주파수가 맞지 않은 일상 소음들이 배경음악처럼 흐른다. 이 장면, 뭔가 퍼뜩 떠 오른다. 쇼생크탈출의 한 장면이! 교도소 방송실에 들어간 주인공(팀 로빈스)이 문을 잠근 채 피가로의 결혼을 전축위에 올려놓고, 몸을 뒤로 쭉 젓히고 두 손은 뒷머리를 편히 받히고 두 발은 책상위에 올려 놓은 채, 편하게 의자에 기대 앉아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다. 교도소 운동장엔 스피커로 '저녁바람 부드럽게'가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라이언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아름다움, 저 아래 땅에서의 일상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다시 가질 수 없는 그것이 그리운 것이다. 그녀는 비몽 사몽간에 다시 돌아갈 방법를 알게된다. 그녀에게 지상으로 탈출할 길이 열렸던 것이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중국의 우주정거장으로 돌진한다.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는 우주정거장에 가까스레 탑승한 그녀는 모든 것을 도킹 해제하고 지구로 떨어진다. 불타는 불덩어리, 우주정거장의 파편은 대기속에 불꽃으로 사라지고, 그녀가 탄 귀환선속의 기계들도 곧 폭발할듯이 몸부림친다.

 

 

그녀는 깊은 호수속에 잠긴다. 찰랑거리는 빛이 눈부시게 비쳐들어오는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그녀. 수면으로 솟구쳐 오르면서 깊은 숨을 쉰다. 그녀는 생존하여 돌아온 것이다. 해변 모래에 온 몸으로 기댄채 엎드려 갈색 모래를 주먹에 쥐면서 그녀는 무엇을 느꼈을까? 쇼생크 탈출의 탐 로빈슨은 온통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한 채,얻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자유를 벅차게 느낀다. 그녀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방식으로 대기를, 그리고 빛을, 그리고 자연을, 그리고 생명을 느낀다. 벅찬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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