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에 오르는 길은 수도 없이 많이 있지만, 정상으로의 최단코스는 재송동 장산 동국 아파트에서 출발하는 코스이다.  재송동이라는 마을 자체가 이미 산 중턱까지 올라 앉아있어서 정상까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장산 동국 아파트 뒷길로 해서 정상으로 15분쯤 올라가자면 장산 너덜길과 만난다. 단숨에 정상으로 가는 길은 시간을 단축시키기는 하지만 그만큼 힘든 길이기도 하다. 

 

정상이 원래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비껴서서, 장산 둘레길로 조성된 너덜길을 따라 폭포사 방향으로 향한다. 재송동에서 해운대 대천공원까지 3시간을 걷는다. 바쁠 것도 없고 서두를 없는 길,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편안하게 걷는다. 잔뜩 찌푸린 구름은 을씨년스럽고, 가랑비 마저 뿌린다. 바짝 마른 낙엽위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가랑비 떨어지는 소리이다. 가랑비는 소리없이 너덜 바위위에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 계속 내릴 비일까? 오다 말 비일까? 하늘을 쳐다 본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다. 큰 비만 아니라면 맞아도 괜찮다.


재송동 위 너덜길은 부산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산의 풍경은 볼 품이 없고 그 보다는 탁 트인 도시의 모습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걸으면 한 쪽에서는 웅웅거리는 도시의 낮은 소음이, 또 다른 쪽으로는 겨울 산의 적막함이 느껴진다. 마치 도시의 소음과 산의 고요한 적막함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경계선에 서 있는 듯 하다. 도시의 소리, 아마도 자동차 소리인듯한 소음은 길 따라 늘어선 건물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먼지처럼 공중으로 떠 올라 넓게 펼쳐진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장산의 적막한 공간으로도 어김없이 침입해 들어온다. 인류가 종말을 고하고 기계만 남은 세계를 묘사하는 '나인'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들었던 잔인한 기계소리. 웅웅거리는 낮은 소리에 산은 다만 삭막한 겨울의 침묵으로 답한다. 떨어진 낙엽을 적시는 가랑비 소리오 이따금 들리는 새들 소리는 적막의 소리인양 소음으로 ㄴ껴지질 않는다. 생명의 자취를 찾아 보기 힘든 겨울 산의 삭막한 정경. 이것이 장산의 모습일까?  

 

 

 광안앞바다와 광안대교 너머로 이기대도 보인다.

 


 

표지판에 성불사 위 길이라고 씌여있는 곳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다. 조금만 목을 축인다. 저 쪽에 중봉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온 산행인 한 명이 두산 위브 아파트로 내려가는 길을 묻는다. 지난 번에 가 본 길이라 자신있게 대답한다. 성불사 내려가는 길 따라 가면 그리고 갈 수 있다고. 하하하...이 산을 잘 아는 사람처럼 정확한 대답을 해 주고 나서 산사람이나 된 듯 으쓱하는 기분이 든다. 아마 이 너덜길 따라 대천공원까지 걷고 나면, 이 쪽 산 길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중봉 전망대 올라 가는 길은 데크길로 잘 만들어져 있다. 데크길 아래에는 옛길이 허름하게 무너져 가고 있다.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길, 하얀 빛이 섞인 회색으로 퇴색해가는 통나무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지가 꽤 되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더 지나야 완전히 그 길의 모습을 잃게 될까? 중봉 전망대를 올라가는 계단 이쪽과 저쪽의 장산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면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나무들로 황량해 보이는 우중충한 산은 문득 해송의 푸른 빛이 아직도 겨울을 견디고 있는 살아있는 산으로 앉아 있다. 이 쪽으로는 도시의 회색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아래로 보이는 것은 숲. 넓게 펼쳐진 숲과 능선, 조금씩 내리는 가랑비가 소나기로 내리게 되면 온 공간이 푸른 빛을 바탕으로 희뿌연 비안개로 뒤덮여 장관을 이룰 것만 같은 그런 풍경이다. 중봉 전망대에 산불감시 초소에 근무하는 분은 하루 종일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서 어떻게 지낼까? 카톡카톡소리에 희색을 띠며 스마트 폰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처음 보는 사람인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안부쪽에서 올라왔습니까?" "아뇨, 재송동쪽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리로 계속 가면 억새밭으로 갈 수 있는가요?" "한 15분쯤 가면 억새밭이 나올 겁니다."

 

 

중봉전망대 올라가는 데크길

 

중봉전망대에서

 

 

정상의 억새밭을 향해 올라가는 길, 산불 감시원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해가 지기전에 빨리 내려가셔야 할 겁니다." 억새밭을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초행길에 날이 어두워지면 낭패인데. 그래 억새밭은 다음 기회에 미루자. 찌푸린 날씨라 더 빨리 어두워질 거야. 산속에서는 금방 해가 지고, 해가 지면 순식간에 어두워진다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난다. 늦기전에 내려가자. 되돌아 가는 것이 낫겠다. 그래서 억새밭을 뒤로 하고, 다시 너덜길로 내려온다. 이제는 하산하는 길이다. 조금 내려서자니 도시의 풍경은 완전히 가려진다. 오른쪽은 윽녀봉과 안부로 이어지는 능선에 가리었고, 뒤쪽은 중봉 능선에 가려진다. 능선사이에 갇혔다. 도시의 소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한층 도드라진 고요가 자리잡는다.  깊은 산 속이란 느낌이 와락 달려든다.

 

오락가락하는 비도 제법 내렸나 보다. 내려가는 길이 축축하다. 물기있는 길은 미끄럽다. 나무 뿌리를 밟으면 미끄러질 수 있다. 조심 조심. 10여분이 지나 넓은 체육공원에 이른다. 대천공원에 인접한 체육공원이다. 여기서부터는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잘 닦여진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간다. 길 옆 계곡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린다. 그러고 보면 장산 북면에는 이런 물많은 계곡이 없었던 듯, 그래서 더 적막 강산이었는지도. 

 

 

대천공원 양운폭포

 

 

대천천

 

폭포사의 지붕

 

 

장산 북면은 버려진 땅이라면 이 쪽은 축복받은 땅이다. 계곡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나다. 이 대천천을 따라 대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이 길로 장산의 억새밭과 정상으로 올라간다.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숲도 조성되어 있어 꽃과 나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학습장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다음 산행이 가능하다면 그 코스는 대천공원에서 시작하여 장산마을을 지나 억새밭까지 가는 길일테다.

 

 


 

부산의 명소 하면 해운대!  해운대하면 해수욕장! 이것은 일종의 화석처럼 변하지 않는 공식처럼 되어 있다.

여름에는 땀을 식혀주는 바닷 바람이며, 뜨거운 몸을 식혀주는 차가운 바닷물 때문이라도 해수욕장이 최고로 치이겠지만, 봄이라면 누가 뭐라 해도 달맞이 길이 가장 멋진 명소일 것이다. 한 쪽으로는 해송숲과 바다, 맞은 편엔 멋진 카페들이 즐비하니 어우러진 아름다운 언덕 길이 달맞이 길이다. 해운대 미포를 떠난 길은 해월정, 청사포를 지나 송정 바닷가에 이른다. 

 

4월의 달맞이 길은 아름답다. 벚꽃 잔치가 벌어지는 때는 물론이거니와 벚꽃이 가지를 떠나는 때라면 더 좋다. 그 때가 되면 소나무 무성한 숲 사이로 언듯 언듯 보이는 푸른 바다는 여느 때와 다름이 없으려니와, 도로 위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성한 벚꽃의 하얀 향연은 운치를 한결 더해 준다. 더구나 꽃잎이 가지에 작별을 고하며 영원한 고향을 향해 떠나는 꽃잎들의 영결식은 더욱 찬란하다. 꽃잎은 일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공기의 흐름과 저항에 따라 몇번이나 뒤집어지고 엎어지고, 짧은 공간을 횡단하며 떨어지는 꽃잎이 자세를 바꿀 때마다 눈물 어린 미소가 반짝거린다. 그리고 그 슬픔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냥 행복하게 꽃잎을 머리에 이고 걷는 사람들...     

 

달맞이 길 정점에 자리한 해월정, 해월정에 달이 뜨면 해운대 앞바다는 보름달이 뿜어내는 마력에 홀린다. 하얀 달은 부드러운 빛을 질펀한 까만 바다에 뿌려대고, 부드러운 은빛가루는 바다 한 복판에 은빛 찰랑이는 길을 놓는다.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의 은빛 달길을 가지고 있다. 모든 길은 달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 앞 정면에서 시작되어 저 멀리 까만 하늘과 닿아 있는 수평선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다. 넓게 시작된 길은 점점 폭을 좁혀가다가 달과 가장 가까운 수평선에서 끊어진다. 은빛 달길위에는 수만 수억의 은빛 비늘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달빛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힘이 있다. 문득 벚꽃이 흐드러진 달 밤에 달맞이 길을 찾으면 어떨까? 갑자기 내년 봄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긴다. 

 

달맞이 언덕에는 아름다운 세개의 길이 있다. 첫째는 달맞이 길이요, 둘째는 동해선폐선 철길이요, 세째는 문탠로드이다. 달맞이 길은 차도와 보도가 어우러진 길이요, 철길은 기차가 달리지 않는 해안 폐선이요, 문탠로드는 달맞이길과 해안철길 사이 소나무 숲 속을 관통하는 오솔길이다. 문탠 로드는 달빛이 숲을 비출 때 가장 강한 마력을 뿜어대는 길이다. 달빛이 소나무사이로 달빛을 흘릴 때 이 길은 가장 신비한 생명력을 얻는가 보다. 숲 사이로 보이는 달빛 가득한 바다와 숲 사이로 비치는 달빛에 홀리고 싶은 마음을 한 쪽에 가두어 둔다. 추석 지나 다음 보름달이 뜰 무렵, 이 길을 걸어보자고 마음속으로 약속해 본다.

 

갈매기와 길을 형상화한 이정표, 길이라고 읽는다. 갈맷길이라고 읽는 사람은 센스쟁이!

 

 

문탠로드 입구 표지판이다. 달빛 기운 가득한 길!

 

 

 

햇살이 스며드는 오솔길. 소나무는 아니 해송은 볼 때마다 더 멋져 보인다.

 

 

세찬 바다 바람이 숲을 휩쓸 때면 소나무 숲은 머리를 흔든다. 쏴쏴 하는 소리가 파도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

 

 

문탠로드 전망대

 

저 앞 쪽에 보이는 해안은 이기대 해안, 이기대 왼쪽 끝에 점점이 멀어지는 섬들이 오륙도, 오륙도 너머 영도가 보인다. 영도에는 부산의 또 다른 명물 태종대가 있다. 

 

가까이 당겨본 오륙도. 왼쪽 끝에 뽀족한 등대가 희미하게 보인다. 등대섬이다. 그 오른쪽에 가장 큰 형의 모습을 한 굴섬과 송곳섬, 조금 떨어져 있는 수리섬, 그리고 조금 외롭게 떨어져 있는 우삭도. 우삭도는 왼쪽의 큰 솔섬과 오른쪽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방패섬 두개로 이루어져 있다. 밀물이 들면 우삭도는 솔섬과 방패섬 두개로 나누어지고, 썰물이 나가면 두 섬은 하나의 우삭도가 된다. 등대섬과 굴섬, 수리섬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서로 떨어져 있는 섬이다.

 

문탠로드는 또 다시 다섯개의 길로 나누나 보다. 이 길은 한 바뀌 순환하는 길이다.

 

삼포해안길은 해운대 미포, 청사포, 송정의 덕포로 이어진 길. 문탠로드는 삼포길의 일부, 삼포길은 갈맷길의 일부이다.

 

문탠로드 오솔길에서 청사포의 쌍둥이 등대를 바라본다. 바로 아래에 동해폐선길이 살짝 보인다.

 

문탠순환길에서 벗어나 동해폐선철길로 들어선다. 숲 사이로 나란히 달리는 철길은 영원히 만나지 못할 평행선이지만 결코 멀어지지 않는 선이기도 하다.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이렇게 영원히 함께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철길 나무 침목 위로 하얀 꽃을 피운 쑥부쟁이. 구절초와 비숫하다. 쑥부쟁이는 꽃잎이 더 가늘고, 구절초는 꽃잎 끝이 더 둥글다. 봄에 꽃을 피우는 데이지와 가을에 꽃을 피우는 구절초도 많이 닮아 있는 품이 서로 닮은 꼴로 달리는 선로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철길 옆에 장승들이 무더기로 서 있다.

 

햇살이 하얗게 내려 앉은 해운대 앞 바다. 해풍에 무심히 흔들리는 풀. 바람이 일면 풀은 눕는다든가.

 

풀과 나무, 숲과 바다와 함께 걷다가 인간이 만든 도시를 만나는 이 길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하더라. 광안대교의 모습도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해선 아래 해안에는 분단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철조망길이 보인다.

 

동백섬 너머로 해운대 마린 시티가 자연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그리고 해운대 백사장... 

 

가는 길 다르고 오는 길 다르다.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걸으면서 보는 풍경과 그 반대로 걸으면서 보는 풍경이 다르다. 산을 오르면서 보는 산과 내려오면서 보는 산의 모습이 다른다. 고은 시인은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못 본 그 꽃'이라고 노래했지만, 난 '가는 길과 오는 길은 다른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이란 익숙함을 벗어나서 좀 멀리 떠나는 것이 제 맛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도 갈 곳이 지천으로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구나 같은 곳이라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면 얼마나 자주 가든지 상관이 없을 터이다.

 

겨울 바다가 다르고, 여름 바다가 다르다. 봄 산이 다르고, 가을 산이 다르다. 

조그맣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눈. 그는 모든 것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 본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조르바는 정말 살 맛이 나는 삶을 산다.  '조르바'의 눈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주위에도 새로움과 놀라움이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리리.   

 

얼마전 동생말에서 잠깐 맛 본 바다 풍경을 다시 찾았다. 광안리 바닷가에 인접한 남천비치에서부터 시작하여 메트로 시티 유람선 선착장을 지나

이기대 입구 동생말을 거쳐 부산의 절경 이기대 갈맷길을 느린 걸음으로 유유히 걸어 본다. 

서둘 것도 없고, 바쁠 것도 없다. 끝까지 갈 것도 없고, 그냥 돌아 서고 싶은 곳에서 멈추면 된다.

따뜻한 봄 볕을 즐기며 오고 가는 사람들도 보고 봄 바다와 봄 숲도 보고 숨어 있는 들풀도 보고... 

 

지도의 왼쪽에 오륙도(16번)가 보인다. 이 오륙도를 기점으로 신선대 쪽이 남해, 이기대 쪽이 동해로 갈린다.

이기대 가장 동쪽 끝 오른쪽이 동생말(8번)이다. 한문으론 동산미(東山尾). 아마 이기대의 동쪽 끝이라는 뜻이리라.

 

동생말에서 시작하여 널찍한 광장이 있는 어울 마당(12번)을 거쳐 갈맷길(10번)이 순환도로(4번)와 만나는 곳까지 걸었다. 그리고 순환도로를 따라 다시 동생말까지.

이기대를 걷는 길은 여러 길이 있다. 먼저 갈맷길(10번길), 해안 순환 도로(4번길), 장자봉(7번)을 넘어 가는 길, 갈맷길도 더러는 해안길과 숲길로 나누어진다.

 

 

 

왼쪽으로는 바다,오른쪽으로는 장자산 기슭의 울창한 숲, 나무, 꽃...

 

 

 

 

이기대 갈맷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바다.

 

 

 

 

이기대 해안. 이기대는 제주도, 울릉도에 이어 내륙으로는 처음으로 국가 지질공원으로 등록되었다.

다양한 퇴적층 및 화성암들. 해식동굴, 돌개구멍등 다양한 해식지형 때문이다.

 

 

 

 

한 때는 이기대에 공룡발자국이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해식작용으로 인한 돌개 구멍으로 밝혀졌다.

돌개구멍, 바위에 조금 움푹 들어간 곳의 모래와 자갈이 파도의 힘에 의해 수백년 수천년 아니 수만년을 맴돌면서 저런 원형의 구멍을 만들었다고 한다.

 

 

해안 길 위 쪽의 숲길에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저 멀리 동백섬과 달맞이 고개 사이에 길게 늘여선 황금빛 해운대 백사장이 보인다.

 

 

산과 바다를 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부산, 이 가운데 살고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주위를 먼저 보는 눈을 가진다면 누구나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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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서 송정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때론 울창한 해송 사이로, 때로는 해송 너머로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달맞이 고개길에 자리한 해월정.

해운대 앞바다에서 솟아 오르는 보름달은

어스름 해송숲에 달빛을 뿌리고

바다에 떨어진 달빛은 잔물결에 산산히 조각나

수억개의 달빛 비늘로 향연을 이룬다.  

 

달맞이 고개길 아래로 달리는 동해 남부선 철로.

청사포를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에 오르다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선로로 내려간다. 

 

 

 

허리가 굽어진 소나무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로, 송정 구덕포를 향해 달리는 동해 남부선 폐선선로에 들어선다.

 

철길은 평행선을 긋고 달리지만 인간의 눈에는 저 멀리서 하나로 합친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지만

그 감각은 여전히 불완전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은 녹슬어 가고

힐링을 찾는 사람들은 녹슬은 철길을 걷는 행복을 느낀다. 

 

 

 

동해 바다, 

오륙도를 기점으로 동해와 남해가 갈린다고 하는데...

 

기차 차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 보던 시선들

이제 우리는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쪽으로 바다, 저쪽으로 숲, 그리고 동행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자연과 함께 걷는다.

 

 

 

철길 아래로 가파른 벼랑은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버텨 왔을까? 

벼랑은 깍여 우뚝해 지고

파도는 시퍼렇다.

 

 

 

달맞이재? 달맞이 고개...

작은 터널, 이것은 고개를 관통하는 그런 터널은 아니다.

달맞이 고개의 정중앙임을 알리는 이정표?

 

 

 

터널을 지탱하는 기둥들 사이로 비쳐드는 빛

빛이 있음으로 그림자도 존재하고

이 둘의 조화는 인상적이다.

 

 

 

 

 

함께 걷고 싶은 길,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레일바이크로 개발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 

 

 

 

철로는 달맞이재를 너머 청사포쪽으로 달린다. 

달맞이 고개와 송정 사이에 있는 청사포,

푸른 뱀은 어느 새 푸른 모래로 바뀌어 불린다.

 

저 철로가 굽어지는 곳에서는 ...

 

 

구비 돌아 가니

숲 사이로 달리는 철길이 아름답다.

 

인생의 구비 구비를 지날 때마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각도 못한 비경에

다시 한 번 인생을 생각하기도 한다.

 

새옹지마란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철로는 청사포에 이르고,

우리는 청사포의 한 차집에서,

어두워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한 등대를 바라본다.

 

더 걸어가면 송정까지 갈 수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청사포에서 달맞이 고개를 보니,

소나무 숲은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커멓게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위에 달맞이 길을 따라 레스토랑들, 그 위로 주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멀리 해운대 바다 너머 남쪽으로 보니

이기대와 오륙도가 희미해져 간다.  

 

문득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의 차이를 생각한다.  

 

기차길과 달맞이 길 사이에 또 하나의 오솔길이 있다고 하니,

그 길도 걸어 보고 싶다.

이기대엔 흐린 날도 좋다

오래전 기억이 난다

밤새 차가워진 대지와

솔사이로 부딪히는 서늘한 기운

나무줄기 사이의 이기대의 바다가 떠오른다 

 

 

오륙도가 내려다 보이는 

이기대 스카이워크 동산에서

벼랑아래를 내려다 본다

 

두 명의 기생이 왜장을 안고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이기대...

그래서 이기대라 한다는데,

어디쯤일까?

 

멀리 해운대를 바라보며

신선대를 뒤에 두고

나 여기 이기대에 서 있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그리 아슬아슬해 보이지 않은데

스카이워크 유리판위에 서면

움찔, 발걸음을 내딛기가 무섭다

돌틈 사이로 퍼런 바닷물이

저 아래서 출렁인다

 

쏴 쏴아 철썩

 

손에 닿을듯한 오륙도의 첫번째 섬

방패섬이라든가?

 

짙은 바다물이

일렁인다

어른거리는 물결

 

섬그림자가

흔들린다

 

풍덩! 

빠져든다

 

해풍에도 

생명은 여지없이

이어진다

 

들꽃이 피어있다

소리없이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부산의 명소는 해운대이다. 해운대의 떠오르는 지역은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수영강 건너 센텀시티 맞은 쪽 갈맷길을 걸으며 센텀시티를 조망하다. 수영강 변에 보이는 파도모양의 지붕을 한 건축물이 '영화의 전당', 그 뒤쪽의 고층 건물에는 KNN이란 조명이 희미하게 보인다. 영화의 전당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신세계백화점, 가장 왼쪽의 은빛 원기둥형태의 건물이 보이는 지역은 마린시티.

 

 

 

 

수영 제2교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지역이 센텀시티 아파트단지.

 

 

 

갈맷길과 이어져 있는 휴식터...

 

 

 

점점 공간이 어두워져 감에 건물들의 조명은 더 밝아진다. 영화의 전당의 지붕은 파도 모양, 지붕을 현란한 색으로 물들이는 조명은 언제 켜질까?

 

 

 

 

중앙에 보이는 건물이 신세계백화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센텀시티 아파트의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수영강변으로 나 있는 갈맷길을 걸으면서 센텀시트 부근에서 해질녘을 보낸다. 부산에도 가 볼만한 명소가 많은데, 좋은 카메라를 장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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