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구길, 부산 초량 산복도로에 있다.

삶의 애환이 서리 서리 쌓여 있는 길에서는

풀어 놓지 못한 이바구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유치환 선생의 "행복"은 여기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카페에 앉으면 부산항 대교 너머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된, 유치환 선생이 보았음직한 하늘과 바다를 오롯이 볼 수 있다.

마음이 동하면 엽서을 띄울 수도 있다.

1년 후 자기 자신에게로.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편지를 쓰는 아가씨가 아름답다.

비록 오락가락하는 비로 에메랄드 빛 바다는

회색빛 하늘과 하나가 되어 있지만...

 

 

 

 

유치환 우체국을 떠나 스카이 웨이 공원을 걷는다.

빗 속에 싱그러운 풀 냄새가 콧 속으로 밀려든다.

 

 

 

부산역에서 산복도로까지 최단으로 오르는 길이 168계단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쳐 갔을 길 한 쪽에는

주민들을 위한 모노레일이 오르락 내리락거린다.

하지만 모노레일은 정작 주민들보다는 관광객들 몫이다.

 

"이런 곳에 뭐 볼게 있다고 사람들이 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168계단 중국집 배달하는 아저씨가 툴툴거린다.

자신이 사는 곳의 아름다움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함께 가까이 있는 것은 어느새 생활 속에 스며들어, 그것은 더 이상 아름다움이나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이 되어 버린다.

한꺼풀 눈을 덮고 있던 비늘이 떨어지면

세상은 다시 보일텐데

 

 

 

고단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

오늘날의 삶은 또 다른 고단함을 준다.

하지만 옛 고단함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오늘날의 고단함은 절망속에 힐링을 기다리고 있다.

 

 

 

삶을 보는 또 다른 눈을 가지면

고단한 삶의 현장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추억의 한 장이 된다

 

 

 

뉴욕타임즈 선정 100권 중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오, 멋진 신세계여......"

(<템페스트> 5막 1장중에서)

 

지금까지 읽었던 뉴욕타임즈 100선 중에서 가장 일기 쉬웠다. 하지만 그 속에 인간, 자유, 행복, 신, 종교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책이기도하다.

 

 

특히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문명국으로 온 야만인 존이 문명국의 세계총통 무스타파 몬드와 인간과 행복, 자유와 종교, 예술등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자유냐, 행복이냐 하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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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9

"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

"그렇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야만인은 반항적으로 말했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긴 침묵이 흘렀다.

.

.

.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야만인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무스타파 몬드는 어깨를 추슬렀다.

"마음대로 하게"하고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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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의 시대적 배경은 포드 기원 632년이다. (헨리포드는 미국의 자동차 왕으로 1863년~1947에 살았다.) 기원 2495년인 셈이다.

 

전체주의 정부는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안정된 사회를 구축해 놓았다. 총통은 "안정, 사회 안정이 없이는 문명은 있을 수 없다. 개인적인 안정이 없이는 사회의 안정도 없다...안정이야. 이것이야말로 원초적인 필요조건이며 궁극적인 필요조건이야. 안정! 여기에서 현재의 모든 것이 탄생한 것이다." 라고 말한다. 안정된 사회가 형성되었지만 그 댓가로 인간적인 감정과 격정의 상실, 획일화등으로 인해 원초적인 자유는 사라지고 만다. 

 

이러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불만스러운 버나드 마르크스는 야만인 보호구역으로 여행하던 중, 한때는 문명국에 살았던 린다와 그녀의 아들 존을 만나게 된다. 그들을 문명국으로 데려 오면서 존은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된다. 

 

존은 레이나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만인은 만인의 소유물"이란 구호아래 완전히 개방된 성문화에 환멸을 느낀다. 또한 린다의 죽음에, 아니 모든 죽음에 대해 무덤덤한 비인간적인 문명에 극심한 혐오감을 갖는다.

 

존은 세계총통 무스타파 몬드와 이야기하는 중, 이 문명 사회는 안정과 행복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과 개별성등을 포기한 사회라는 것을 알게된다. 인간이 꿈꾸어왔던 사회가 바로 이것이란 말인가? 존은 환멸과 혐오감속에 문명사회를 벗어나 새로운 자신만의 사회를 만들려고 하지만... 

 

<멋진 신세계>는 여러번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  http://n_dimension.blog.me/120108284571

 

 

영화 <매트릭스>에 보면, 인체에너지를 기계에게 빼앗기고 가상세계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가상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대비되는 모습을 보게된다.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며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을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는가? 가상세계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을 구출할 필요가 있을까?

 

최근에 읽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도 생각난다. 밀은 자유가 사라지고 몰개성화된 사회, 획일적 사회는 발전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밀의 주장에 따르면 <멋진 신세계>의 문명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결국은 붕괴할 운명인 셈이다. 

 

<멋진 신세계>는 그리 멋지지 않다. <멋진 신세계>에서 제시하는 완전한 사회는 우리가 바랄만한 그런 사회는 아니다. 단지 올더스 헉슬리는 이런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게다.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열매에 너무 취하게 되면 그것은 독이 되기도 한다는 메세지?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면서 동시에 행복을 주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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