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 지음/ 예담

 

GEB처럼 오랫동안 읽은 책도 없을 듯 하다. 거의 3주에 걸쳐 읽었다. 하권은 어떻게 읽나하는 걱정이 슬며시 들기도 한다. 덕분에 대출기한을 넘겨 근 10일간은 대출금지이다. 아쉽지만 집에 있는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집사람이 사놓았던 책을 들었다. 그 책이 바로 김형경의 <사람풍경>이다. 제목이 어쩐지 마음을 끌어당긴다. 처음 몇장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심리학 또는 정신 분석학과 맥이 닿는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작가도 여성임을 알게되면서 그 문체와 내용도 여성다운 면이 있구나 느껴진다.

 

김형경씨는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을 혼자서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한다. 친절한 사람들, 적대적인 사람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풍경을 그린다. 그러면서 그 풍경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또한 많은 예술작품들을 보면서의 느낌과 작가의 심리를 추적해 보기도 하고, 자신의 심리를 다시 돌아보기도 한다.

 

이 에세이의 첫번째 부분은 기본적인 감정들을 소개한다.

하나 - 무의식, 사랑, 대상선택, 분노, 우울, 불안, 공포

그리고 이어서 선택된 생존법도 소개한다.

둘- 의존, 중독, 질투, 시기심, 분열, 투사, 회피, 동일시, 콤플렉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가치들

셋-자기애, 자기존중, 몸사랑, 에로스, 뻔뻔하게, 친절, 인정과 지지, 공감, 용기, 변화, 자기실현

 

우리네 인간들의 거진 모든 행동들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이 무의식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감정들 및 이미지, 또는 억압되어 있는 것들이 일상생활에 어떻게든 투사되어 나타난다. 작가는 20대부터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관련 책을 읽었으며 실제 자신이 정신분석상담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던 많은 심리적 요소들을 여행중 만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관찰하게 된다. 또한 그들에 대한 자신의 반응에도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행동에 대한 작가의 심리적 설명이 때로는 지나치다고 생각되며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더러 있다. 특히 친절을 논할 때, 보상심리나 방어기제로써 설명하는 지점에 있어, 모든 친절의 행동이 그런 것은 아닐터인데, 때론 심리학적 지식이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회를 보다 냉소적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읽은 내용을 나 자신에게 적용해 보기도 하며,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추어 보기도 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더 나아가 도대체 '나'란 무엇인가? 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일으키기도 한다. 

 

작가가 소설가라서 그럴까? 소설은 아니지만 나름의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걸까?  심리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는 초반부, 그리고 작가의 진단이 다소 진부해지며, 다소 나의 견해와의 갈등이 존재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긍정적이며 훈훈한 느낌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느낌이 드는 마무리.

 

그녀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심리를 치유할 수 있었다.

문득 이 구절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는 작품에서 싯다르타의 깨달음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성경에 나오는 사도바울의 말도 생각이 난다.

 

어떻던 모든 심리적인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전한 콤플렉스와 나르시시즘, 공포, 질투나 시기심,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들이 있기마련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들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며, 그것들을 조절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인간 정신에 '정상'의 개념은 없으며, 생이란 그 모든 정신의 부조화와 갈등을 끊임없이 조절해 나가는 과정일 뿐임을 알게되었다. 작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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