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 발견부터 부시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 / 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추부밭 2012 10 24-26 읽음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학자의 눈에 따라 역사는 달리 서술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낀다. 전통적인 역사서술과는 달리 진보적인 역사서술, 민중 중심의 역사 서술을 통해 본 역사는 사뭇 달라 보인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역사를 보는 눈을 새롭게 해 주며,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탐욕이 어떻게 역사속에 투영되어 잔혹하고 더러운 역사가 진행되었는지, 더 나아가 현재의 역사의 흐름에 있어 그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지며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이러한 진보주의에 입각한 민중중심의 역사를 얼마나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도 아울러 가져다 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는 이제까지 우리가 듣거나 배우지 못한 전통적인 역사 이면에 숨겨져있던 잔혹하고 더러운 검은 손을 드러내 주며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다.
콜럼버서는 신대륙을 발견한 최초의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콜럼버스가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악명높은 인디안 학살범으로 설명하고 있다. 평화롭게 지내던 신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 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내디딘 콜럼버스와 그 일행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인디언들에게 금을 얻기 위해 총칼을 들이대고 학살을 자행한 잔혹한 사람. 이 이후로 미국역사 전체를 걸쳐 인디언은 이 땅을 침입한 이방인들에게 속고, 강탈당하고, 뺏기고, 죽임을 당하는 치욕과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데, 그 누가 아니 그 아무도 이러한 역사를 가르쳐 준 사람이 없다.
미국의 흑인노예, 아프리카에서 잡혀와 기구한 노예로서의 생활을 감내해야 하였던 흑인들의 역사, 그리고 흑인노예만큼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가난한 백인들, 전통적인 역사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없다. 다만 가진 자들의 역사일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의 집단이 더 추가되는데, 바로 여성들이다. 오랫동안 피억압자로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그 집단... 이 모든 힘없는 민중들의 역사가 바로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역사>에서의 주인공들이다.
놀라운 것은 미국 헌법도 사실은 가진 자의 보호막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는데, 그 헌법을 만든 사람들은 모두 가진 자들이었으며, 인디언과 흑인과 가난한 백인 그리고 여자들은 아무도 그 가운데 속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 헌법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가늠하게 해 준다.
미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경위는 과연 정의를 위한 것이었는가? 전쟁이 끝난 후 냉전체제가 시작되고 공고히 된 것은 실제 상황이 그러했기때문인가? 베트남 전쟁이나 걸프전등은 과연 인류애에 근거한 전쟁이었는가? 기타 등등 미국의 국내 정책이나 외교정책은 그 이면에는 탐욕,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늘리려는 가진 자들의 제국주의적인 행동이었음을 이 책은 고발하고 있다.
쿠르드 괴델이라는 수학자가 미국시민권을 얻기 위해 공부하던 중 미국 헌법이 독재 정권을 출현시킬만한 요소들이 있는 취약한 것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심사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줄줄이 설명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읽은 적인 있는데, 과연 미국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 핀 아름다운 나라인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진정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고자 한다면 이러한 탐욕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겠지. 가진 자와 대항하여 깨어지고, 넘어지고, 억압을 당하면서도 계속 생존을 위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 놓고 투쟁한 그 민중의 역사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민이 현재 누리고 있는 그 권리들은 이러한 피 흘린 민중들의 투쟁의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현재에도 여전히 가진자의 횡포가 법을 빙자하여 자행되고 있는 상황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가진 자의 역사와 못 가진 자의 역사, 그 둘을 아울러 살펴보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작업은 역사가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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