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소식에 하마 벚꽃이 다 질까

나중에 좋은 꽃 구경 다 놓쳤다 아쉬워하느니

이 참에 벚꽃 구경을 나서자.


벚꽃이 좋다는 황령산을 오른다. 차로 드라이브다. 벚꽃길 드라이브.

 



황령산은 거의 정상 아래턱까지 2차로가 잘 닦여져 있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이 한창이다. 지금까지 본 벚꽃길 중 가장 인상적이다.


 


황령산 청소년 수련원 위쪽에 구름산장 휴게실 앞 정원을 걷는다.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둘이 나누어 마신다. 


 


구름산장 아래 길이다. 걷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정다운 길이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인가요?"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묻는다. "부산여상으로 내려가게 되요." 그렇구나. 이 길은 금련산 헬기장으로 가는 길이다.

길 아래쪽으로 인공 조림된 벚나무 숲이 이 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듯 하다.  

벚나무 숲은 하얀 벚꽃으로 뒤덮여 있다. 하얀 벚꽃이 마치 구름처럼,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하얀 벚꽃 바다이다.


 


황령산을 내려와서는 남천동 벚꽃 거리로 달린다. 아뿔사, 남천동 벚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남천동 벚꽃길을 통과하여 광안대로로 차를 올린다. 


해운대 달맞이길로 향한다.

해운대 달맞이 길은 벚꽃길 명소이다. 

4월 벚꽃이 날릴 즈음 봄비 오는 날, 뿌연 비안개 흐르는 수줍은 얼굴의 달맞이 벚꽃길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친 걸음에 달맞이 길도 달려보자. 


달맞이 길 들어서는 초입부터 벚꽃이 심상찮다.

바닷가 솔숲쪽으로 심겨진 벚나무는 유난히 굵은 가지를 도로위로 뻗치고 있다.

그 가지위에 얹힌 수많은 벚꽃들은 도로위에 꽃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해월정에 이르니 벚꽃 구경도 잠시 쉬어간다.


 


해월정을 지나 청사포 내려가는 길을 지나치자 해마루에 당도한다.

이제 해마루를 넘어서자 길은 구불 구불 이리 저리 휘어져 돌아간다. 

차를 천천히 몰면서 앞 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벌여놓으니 앞 쪽 벚꽃길을 향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다.

도로 위를 뒤덮은 벚나무는 벚꽃 터널을 만들었다. 

벚꽃 그림자를 마구 짓밟으며 달린다.




4월 벚꽃이 만발한 달맞이 길에 들어서면 절로 아래 턱이 떨어지며 소리없는 탄성을 발하게 되겠지만,  

청사포 지나 해마루 지나 송정가는 구불 구불 구비진 길의 벚꽃길을 보지 못했다면 달맞이 길의 숨은 모습을 놓친 것이다. 

미포에서 해월정까지 관광객으로 북적 북적하다. 그들은 결코 달맞이 벚꽃 길의 진풍경을 알지 못한다. 

해마루 지나 송정 내려가는 구비진 길을 달려본 사람만이 달맞이길을 이야기하라. 

뱀처럼 휘어진 길의 구비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비경이 열리고, 구비를 돌아갈 때마다 순간 기대감으로 숨이 가쁘다. 


이 길은 걸어도 좋을 그런 길이다.


달맞이 길이 끝나는 곳에 있는 송정역.

동해남부선은 폐선되었지만 아직 그 철길은 남아 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너른 송정역 앞 철길에 기차 두세량이라도 갖다 놓으면 멋지겠다.

송정역 바깥 벽에는 그림 열차가 달린다.


 


송정 해수욕장 해변도로에 조그만 길거리 카페 '목마와 숙녀'

빨간 차가 앙징맞다.


 


송정 바닷가...


 


어김없이 한 순간 바람에 날릴 벚꽃이다. 비방울의 두드림이 없더라도 곧 지게 될 벚꽃인데,

비가 온다고 하니, 화사한 벚꽃의 봄날이 그만 너무 빨리 지나갈 것만 같다. 

벚꽃의 봄이 지나기 전에 ~


 

금련산 청소년 수련원에서 문현동 바람고개까지 널찍한 임도가 있다. 이 길은 가파르지 않고 널찍하여 천천히 산책을 즐기기에 딱 좋다. 



바람고개에 다가가면 편백숲 우거진 길이 있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무렵이면 아주 멋지다. 어두운 숲속에 비쳐든 황금빛 저녁 햇살이 숲속에서 춤을 춘다.    

  


바람고개 지나 문현동쪽으로 내려가면 문현동 안동네 벽화거리마을에 갈 수 있다. 

 

 

 

문현 벽화마을은 감천문화마을과 비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 마을은 공동묘지였던 자리에 지어졌다. 그 만큼 가난하고 허름한 마을이다. 좁은 마을 골목길을 지나다 문득 길 옆에 잡초가 무성한 다 허물어져가는 무덤 하나를 보았다. 우와...무덤과 공존하는 마을이네. 죽음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런가? 어째 으시시하기도 했다.

마을 벽에 그려진 많은 동화이야기들은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은데, 성냥팔이 소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걸까? 백설공주, 피노키오...

 

 

 

 

 

 

 

 

 

 

 

 

 

 

 


그림이 있는 마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마을에는 개발의 흔적은 없다. 마을 사람들의 삶은 벽화와 관계없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아마 벽화가 없었더라면 그냥 잊혀진 가난한 마을로 남아 있었을테지만, 이제 슬슬 입소문이 나고 관광객이 하나 둘 늘어나면 개발 바람도 불지 않을까?


 



이 마을 유일한 개발지라면 주민들의 쉼터인 작은 공원이다. 그 공원 너머로 마을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최신 첨단 건물이 보인다.

아마 금융도시 부산의 위상을 보여주는 금융건물이리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대평포구의 박수기정  (0) 2016.04.09
벚꽃 드라이브  (0) 2016.04.07
감천마을은 낮보다는 밤이다.   (0) 2016.01.11
수영구도서관 ~ 황령산 ~ 남구도서관   (0) 2016.01.08
순천만자연생태공원  (0) 2016.01.06

감천문화마을.

느지막히 나선 걸음이라 감천마을에 도착해서도 제대로 마을을 구경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감천마을 올라가는 까치고개에 차들이 밀린다.

감천 마을 찾아가는 차량들...

이렇게 밀려서야, 오늘 구경은 다 물 건너 갔다.

 

고개에 들어 설 때, 차창밖으로 까치 고개를 걸어서 올라가는 관광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라 가는데, 결국은 걷는 사람이 먼저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가지 각색의 목어들이 모여 커다란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목어들이 마을 곳곳으로 헤엄쳐 돌아 다니나 보다.

마을 군데 군데 목어들이 벽에 붙어 있다.

 

 

 

마을에 도착헤서 주차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어영부영, 길을 찾느라 오락가락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애초에 마을 입구에서 마을 지도를 보며 움직였어야 하는데,

마냥 움직이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해가 떨어지면서 마을의 골목길을 밝히는 조명등이 하나 둘 켜진다.

 

 

 

감천항을 내려다 보는 감천마을

해가 저물면서 저녁놀이 서쪽에 머문다.

 

 

 

마을 곳곳에는 포토존이 잘 만들어져 있다.

예쁜 그림도 있고,

이처럼 마을 전경을 보면서 앉아 있는 어린 왕자도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줄이 길다.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키우는 자기의 소행성에서

먼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을게고,

그 옆에 앉은 관광객은 마을을 밝히는 조명별을 쳐다 보겠지.

밤이 깊어 맑은 밤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땅에서는 마을을 밝히는 별들이 어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감천마을은 나이 든 세대에게는 새로울 것이 하나 없는 그런 마을이다.

가난했던 옛 시절, 어렵게 살았던 그 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는 달동네, 산동네...

가파른 경사에 좁고 골목길, 미로처럼 이리 저리 얽혀 있는 비탈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이런 집들이 모여 마을이 되었다. 

 

감천마을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이든 사람들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마을, 그 추억이 떠오를테지.

하지만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이런 세상도 있었나 하는 느낌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아파트 계단과 달동네의 골목길은 아래위로 통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마는

그 성격이 아주 다르다.

아파트의 계단은 비상통로의 개념이라면,

달동네의 좁은 미로처럼 얽힌 가파른 골목길은

통행길이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다.

소통의 공간이다.

이웃 사촌끼리 오고 가는 정이 이 골목길을 따라 흘렀던 화합의 장이었다.

이웃간의 정이 사라진 지금

감천마을의 골목길은 아이들에게 옛 것의 가치를 전해 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

아이와 함께 이 마을을 방문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알지 못하는 가치를 이야기해 줄 수 있으리라.

 

 

 

 

밤이 깊어가면서 초롱초롱 별이라도 보이면 좋으련만...

부산에서 그런 별을 보기란 힘든 일이다.

산기슭에 빛나는 조명으로 만족할 일이다.

 

낮에 본 감천마을과

밤에 볼 수 있는 감천마을은 사뭇 다르다.

내게는 낮보다는 밤이 더 낫다.

 

감천마을을 구경하려거든

오후 3~4시에 들러서, 낮시간에 문을 여는 전시실이나 기타 볼거리를 보며

골목길을 쏘다니며 밤을 기다렸다가

감천마을의 밤 모습을 보고 가기를...

 

 

 

감천마을을 감싸고 있는 큰 도로가에는 불을 밝힌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맛난 것도 먹고, 불빛 아래 사진도 찍고, 하늘에 떠 있는 별은 아니지만,

깜깜한 밤을 밝히며 빛나는 조명도 보고...

 

 

 

감천은 낮보다는 밤이다.

그냥 내 생각.

수영구도서관 > 금련산 청소년수련원 > 황탑 > 편백나무숲 > 바람고개 > 남구도서관

 

장산이 해운대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면, 황령산은 광안리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황령산 동쪽에는 광안 대교가 가로지르는 광안 바다, 북쪽으로는 망미동과 연산동, 서쪽으로는 서면과 문현동, 남쪽으로는 대연동. 이렇게 사방으로 시내로 둘러싸인 황령산과 금련산은 도심의 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남천동 신협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서, 이른바 인문학 거리의 입구로 이어지는 KBS홀 울타리를 따라 올라 간다. 예전에는 대통령별장이었던 부산시관사의 담장을 따라 올라가 산길로 접어든다. 구불 구불한 2차선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황령산 정상인 봉수대 바로 아래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도로 오른쪽으로는 금련산이요, 왼쪽으로는 황령산이다. 매번 차를 타고 왔던 이 길을 오늘은 걸어서 올라간다. 흙길은 도로와 만났다 헤어졌다 하며 위로 위로 향한다.

 

뒤 돌아 보니 저기 멀리 두개의 나지막한 산봉우리. 이기대 백련사가 자리잡은 동산이다. 작은 산봉우리 아래쪽이 이기대 입구인 동산말, 또는 동생말이라 불리는 곳이다. 두개의 봉우리 오른쪽에는 이기대의 장자산. 그리고 그 너머에는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가 있다.

 

 

금련산 청소년수련원 앞에서 황령산쪽으로 향해 있는 작은 오솔길, 지난 여름 저물녘, 햇살이 비스듬히 파고 들던 숲, 그 숲속으로 향한 작은 길, 매혹적인 여인이 손짓하듯 유혹하던 길. 나는 그 숲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저녁 무렵의 신비함이 나를 잡아 당겼다. 그런 기억에 사로 잡혀 또 다시 나는 이 길을 향한다. 이 작은 길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내가 가고자하는 바람 고개까지 이어져 있는 길일까? 허...참! 허망하게도 이 길은 산림관리 차량만이 허용된 임도로 연결되어 있었고, 나는 그 길을 따라 다시 청소년 수련원 앞으로 나오고 말았다.

 

청소년 수련원 입구에서 다시 출발이다. 큰 길가로 나 있는 흙길을 밟으며 위로 올라가다 보니, 숲으로 향한 또 다른 길이 열려져 잇다. 그래 이 길이 바로 바람 고개로 향해 있는 그 길, 황령산 등산지도에서 보았던 그 길이렸다.   

 

 

 

얼마나 걸었을까? 황령산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와 있는 골짜기를 돌아서, 이제 나는 청소년 수련원을 업고 있는 능선이 보이는 건너편에 섰다. 저쪽 산등성이에 스노우캐슬이 보이고, 그 너머로 이기대의 동생말이 보인다. 그리고 용호동의 메트로 시티 아파트도.

 

 

겨울산은 황량한 느낌이 든다. 잎을 다 떨군 휑한 가지 사이로 차가운 겨울 햇살이 거침없이 차가운 대지를 데우는 숲은 무채색 숲이다. 삭막한 숲이다. 그러나 때로는 푸른 소나무 숲도 지나치게 된다. 햇빛이 잘 드는 양지 쪽, 산등성이쪽은 낙엽수 숲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두 산등성이 사이에 끼여 골짜기처럼 급하게 내려 앉아 있는 산 비탈쪽은 소나무군락이 자리잡고 잇다. 양쪽 산 등성이에 가려져 빛을 많이 받지 못하는 숲에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허술한 가지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는 숲은 밝지만 삭막하고, 햇살이 파고들 틈이 없는 소나무 숲은 어두워 보이지만 상쾌한 풍성함이 있다.   

 

 

 

저기 위 능선에 안테나 탑이 있는 곳이 황령산 정상이다. 황령산 정상에서 보면 부산항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라...이건 또 뭘까? 마치 석기시대의 흔적처럼 보이는 이 곳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운데 평편한 큰 바위, 그 둘레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바위들. 마치 식탁처럼 놓여져 있는 돌들, 이런 모양이 한 두개가 아니다. 열 개는 넘을 듯한데... 한 쪽에 보니 황령쉼터라고 쓰여져 있다. 이 쉼터 옆에는 또한 돌을 쌓아 만든 높이 6미터 이상되는 돌탑이 있는데...

 

 

 

 

태양을 등지고 선 돌 탑,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무슨 종교 기념탑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주위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알고보니 이 탑의 이름은 황탑이라고 한다. 이 곳은 황령산의 봉수대 아래에 있는 암석지역인데, 무속인들에 의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황탑산우회의 초대회장 김광세님이 직접 주변을 정리하고 돌탑을 조성하고 등산객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근 일년 가까이, 아니 일년이 넘게 걸렸는지도 모른다. 혼자 힘으로 이런 곳을 조성했다니 대단한 정성이다.

 

 

 

 

저기 사자바위.

 

 

 

바람고개 다가가면서 아주 인상적인 숲을 지난다. 인공조림된 편백나무 숲. 멀리서 보니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다. 어두컴컴한 숲 속. 울창한 숲속에 햇빛이 비쳐들 틈이 없다.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음기가 가득한 숲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겨울에 햇빛도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숲. 몸이 으슬 으슬 떨린다. 여름이면 정말 시원한 숲일텐데...

 

 

 

편백나무 숲을 지나자 곧 바람고개이다. 바람고개 등산 안내 지도 앞에 한참동안 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어떤 길이며, 황령산에는 어떻게 길이 나 있는지 살펴본다.

금련산 청소년수련원 옆을 지나가는 초록색길이 정상으로 나 있는 도로이고, 노란색 길이 차량통행이 제한된 임도인 듯하다. 내가 걸은 숲 길은 이 두 길 사이에 있는 분홍색 길이다. 

 

길과 방향을 파악한 후 갈미산 쪽으로 하여 남구 도서관쪽으로 내려온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도서관에 들린다. 신협도서관에 책을 반납한 후 산행, 그리고 산을 내려 와서 다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아주 보람있는 산행이다.

 

 

2015. 12. 25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부산에서 3시간이나 걸렸나? 순천만에 도착하니 거의 정오가 다 되어 간다.

생태체험선을 타고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S자 곡선을 따라 항해한다.  

겨울 바닷 바람이 차갑다. 달리는 배 위에서 맞는 바람이란 여간 차가운 게 아니다.

 

썰물 때라 갯벌이 많이 드러나 보인다.

막 드러난 갯벌에는 이른 오후의 겨울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들고, 반사된 햇빛이 차가운 바람만큼이나 푸르게 눈동자를 찔러대는 통에 

저 멀리 보이는 푸른 곳이 갯벌인지 깊은 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만큼 깊은 푸른 빛이 강렬하다.

 

드러난 갯벌에는 철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청둥오리, 저어새, 왜가리, 흰뺨검정오리.

저어새는 뭉퉁한 부리를 좌우로 저어 물을 헤치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부리를 좌우로 젖는다고 저어새라고 한다나...

긴 목을 가진 왜가리는 꼼짝도 않고 가만히 서서 먹이가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정말 꿈쩍하지도 않는다. "먹이야! 네가 이리로 와야지, 내가 너에게로 왜 가리" 하면서 먹이를 기다린다고 해서 이름이 왜가리란다.

 

 

 

 

만조가 되면 물 가까이 자라는 갈대의 무릎께까지 물이 찬다.

갈대는 육지에서 묻어온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물을 깨끗이 정화한다. 갈대는 바다의 최전선에서 바다를 지키는 지킴이인 셈인가?

 

 

 

가을지나 겨울의 찬 바람에도 갈대는 바짝 마른 줄기를 굽히지 않고 꿋꿋히 서 있다.

찬 바람에 갈대는 웅웅거리며 울음을 운다.

흡사 대밭의 바람소리와 같은 소리로.

 

 

 

 

함께 간 여동생이 묻는다. "오빠! 갈대밭에 대한 인문학적 감상이 뭐야?"

대답이 궁하다. 그래도 한 마디는 해야지. "이런 갈대 밭을 보고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입 다물고 조용히 할 밖에."

 

 

 

갈대밭을 가로 질러 순천만전경을 볼 수 있는 용산 전망대로 향한다.

높이는 100여미터. 승천하려 준비하던 용이 아름다운 순천만을 보고서는 승천을 포기하고 자리를 잡았다는 용산.

순천만 지킴이를 자처하고 수호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보다시피 물인지 뻘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

 

 

 

갈대 하나가 습지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점점 번식하여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데, 그 확장해 가는 영역은 수학적으로 동심원을 형성한다.

두개의 영역이 접하게 되면 하나의 큰 영역이 형성된다.

 

 

 

때를 잘 맞추어 오게 되면

왼쪽 바다와 접해 있는 부분에는 칠면초 군락이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고

갈대숲과 검은 갯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이룬다고 한다.

칠면초는 1년에 일곱번이나 색을 바꾼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용산 전망대에 갔다 온 후 가까운 식당에서 짱뚱어탕을 먹는다.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짱뚱어탕이 고소하다.  

짱뚱어는 남해안에 있는 푹푹 빠지는 갯벌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서해안의 갯벌과 남해안의 갯벌은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고, 그래서 남해안 갯벌에서만 짱뚱어가 잡힌다.

 

식사후 일몰을 보러 와온 해변으로 향한다.

순천만 일몰의 명소는 용산 전망대와 와온해변이다.

해는 기울어 떨어지는데, 행여나 일몰을 보지 못할까 싶어 날세게 차를 달려 와온해변으로...

간신히 해가 넘어가지 전에 도착한다.

아...순천만 너머로 지는 태양, 그리고 노을.

 

 

 

어부가 갯벌에 내어놓은 좁은 물길이 저녁 노을의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주황 노을이 물로 흘러간다.

 

 

 

 

해는 완전히 넘어갔지만

노을빛은 여전히 남아 점점 그 기세를 떨쳐간다.

주황 노을은 점점 짙어간다.

서쪽 하늘은 해가 떨어진 뒤 10여분을 이렇게 불타오른다.  

 

 

 

 

순천에는 볼 거리가 많다.

순천국가정원에서 찍은 사진은 정말 그림같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순천 낙안성읍은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는데,

늦 봄 송광사 마루에 누워 잠깐 붙였던 꿀잠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매제의 이야기도 귀전에 쟁쟁거리고,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흙길은 참 아름다운 길이라고 하더라.

 

가까운 곳에 있는 여수는 또 어떠하고.

봄이 오는 돌산도의 해변 동백꽃길을 자전거로 달렸다는 김훈님의 이야기.

돌산도 끝에 있다는 수직적 고양감과 수평적 무한감이 교차하는 향일암도 있고...

여수 밤바다는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순천에 또 와야할 이유가 참 많다.

장산에 오르는 길은 수도 없이 많이 있지만, 정상으로의 최단코스는 재송동 장산 동국 아파트에서 출발하는 코스이다.  재송동이라는 마을 자체가 이미 산 중턱까지 올라 앉아있어서 정상까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장산 동국 아파트 뒷길로 해서 정상으로 15분쯤 올라가자면 장산 너덜길과 만난다. 단숨에 정상으로 가는 길은 시간을 단축시키기는 하지만 그만큼 힘든 길이기도 하다. 

 

정상이 원래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비껴서서, 장산 둘레길로 조성된 너덜길을 따라 폭포사 방향으로 향한다. 재송동에서 해운대 대천공원까지 3시간을 걷는다. 바쁠 것도 없고 서두를 없는 길,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편안하게 걷는다. 잔뜩 찌푸린 구름은 을씨년스럽고, 가랑비 마저 뿌린다. 바짝 마른 낙엽위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가랑비 떨어지는 소리이다. 가랑비는 소리없이 너덜 바위위에 존재의 흔적을 남긴다. 계속 내릴 비일까? 오다 말 비일까? 하늘을 쳐다 본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다. 큰 비만 아니라면 맞아도 괜찮다.


재송동 위 너덜길은 부산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산의 풍경은 볼 품이 없고 그 보다는 탁 트인 도시의 모습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걸으면 한 쪽에서는 웅웅거리는 도시의 낮은 소음이, 또 다른 쪽으로는 겨울 산의 적막함이 느껴진다. 마치 도시의 소음과 산의 고요한 적막함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경계선에 서 있는 듯 하다. 도시의 소리, 아마도 자동차 소리인듯한 소음은 길 따라 늘어선 건물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먼지처럼 공중으로 떠 올라 넓게 펼쳐진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장산의 적막한 공간으로도 어김없이 침입해 들어온다. 인류가 종말을 고하고 기계만 남은 세계를 묘사하는 '나인'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들었던 잔인한 기계소리. 웅웅거리는 낮은 소리에 산은 다만 삭막한 겨울의 침묵으로 답한다. 떨어진 낙엽을 적시는 가랑비 소리오 이따금 들리는 새들 소리는 적막의 소리인양 소음으로 ㄴ껴지질 않는다. 생명의 자취를 찾아 보기 힘든 겨울 산의 삭막한 정경. 이것이 장산의 모습일까?  

 

 

 광안앞바다와 광안대교 너머로 이기대도 보인다.

 


 

표지판에 성불사 위 길이라고 씌여있는 곳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다. 조금만 목을 축인다. 저 쪽에 중봉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온 산행인 한 명이 두산 위브 아파트로 내려가는 길을 묻는다. 지난 번에 가 본 길이라 자신있게 대답한다. 성불사 내려가는 길 따라 가면 그리고 갈 수 있다고. 하하하...이 산을 잘 아는 사람처럼 정확한 대답을 해 주고 나서 산사람이나 된 듯 으쓱하는 기분이 든다. 아마 이 너덜길 따라 대천공원까지 걷고 나면, 이 쪽 산 길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중봉 전망대 올라 가는 길은 데크길로 잘 만들어져 있다. 데크길 아래에는 옛길이 허름하게 무너져 가고 있다.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길, 하얀 빛이 섞인 회색으로 퇴색해가는 통나무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지가 꽤 되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더 지나야 완전히 그 길의 모습을 잃게 될까? 중봉 전망대를 올라가는 계단 이쪽과 저쪽의 장산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면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나무들로 황량해 보이는 우중충한 산은 문득 해송의 푸른 빛이 아직도 겨울을 견디고 있는 살아있는 산으로 앉아 있다. 이 쪽으로는 도시의 회색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아래로 보이는 것은 숲. 넓게 펼쳐진 숲과 능선, 조금씩 내리는 가랑비가 소나기로 내리게 되면 온 공간이 푸른 빛을 바탕으로 희뿌연 비안개로 뒤덮여 장관을 이룰 것만 같은 그런 풍경이다. 중봉 전망대에 산불감시 초소에 근무하는 분은 하루 종일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서 어떻게 지낼까? 카톡카톡소리에 희색을 띠며 스마트 폰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처음 보는 사람인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안부쪽에서 올라왔습니까?" "아뇨, 재송동쪽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리로 계속 가면 억새밭으로 갈 수 있는가요?" "한 15분쯤 가면 억새밭이 나올 겁니다."

 

 

중봉전망대 올라가는 데크길

 

중봉전망대에서

 

 

정상의 억새밭을 향해 올라가는 길, 산불 감시원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해가 지기전에 빨리 내려가셔야 할 겁니다." 억새밭을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초행길에 날이 어두워지면 낭패인데. 그래 억새밭은 다음 기회에 미루자. 찌푸린 날씨라 더 빨리 어두워질 거야. 산속에서는 금방 해가 지고, 해가 지면 순식간에 어두워진다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난다. 늦기전에 내려가자. 되돌아 가는 것이 낫겠다. 그래서 억새밭을 뒤로 하고, 다시 너덜길로 내려온다. 이제는 하산하는 길이다. 조금 내려서자니 도시의 풍경은 완전히 가려진다. 오른쪽은 윽녀봉과 안부로 이어지는 능선에 가리었고, 뒤쪽은 중봉 능선에 가려진다. 능선사이에 갇혔다. 도시의 소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한층 도드라진 고요가 자리잡는다.  깊은 산 속이란 느낌이 와락 달려든다.

 

오락가락하는 비도 제법 내렸나 보다. 내려가는 길이 축축하다. 물기있는 길은 미끄럽다. 나무 뿌리를 밟으면 미끄러질 수 있다. 조심 조심. 10여분이 지나 넓은 체육공원에 이른다. 대천공원에 인접한 체육공원이다. 여기서부터는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잘 닦여진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간다. 길 옆 계곡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린다. 그러고 보면 장산 북면에는 이런 물많은 계곡이 없었던 듯, 그래서 더 적막 강산이었는지도. 

 

 

대천공원 양운폭포

 

 

대천천

 

폭포사의 지붕

 

 

장산 북면은 버려진 땅이라면 이 쪽은 축복받은 땅이다. 계곡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나다. 이 대천천을 따라 대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이 길로 장산의 억새밭과 정상으로 올라간다.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숲도 조성되어 있어 꽃과 나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학습장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다음 산행이 가능하다면 그 코스는 대천공원에서 시작하여 장산마을을 지나 억새밭까지 가는 길일테다.

 

 


 

2015. 11.14

 

구미에 갈 일이 생겼다. 2~3시간 여유가 있어 부근의 명승지를 찾아 본다. 영주 부석사, 문경 새재 과거길, 영동, 속리산등이 구미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나도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멀어져 가는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싶다. 또한 옛 과거길 모습과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문경 새재 과거길도 한 번 걸어 보고 싶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속의 속리산도 다시 가고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시간의 제약 때문에 더 가까운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금오산 도립공원이다. 금오산 자락에 있는 금오산 저수지 둘레길.

   

구미로 달리는 고속도로.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는 아직 비를 품은 구름에 휩싸여 있다. 금오산 도립 공원에 도착하여 차를 내릴 때까지 비구름은 여전히 산을 덮고 있다. 977m로 천미터에 육박하는 금오산은 아랫도리만 드러낸 채 구름 속에 숨어 있다. 비록 구름에 가려 정상은 보이지 않지만 높이가 천미터에 육박하는 산이라 압도하는 힘이 있어 보인다. 구름 사이로 언듯 언듯 드러나 보이는 산세도 험란해 보인다. 낮은 구릉성 산지에 익숙해져 있는 눈에는 사뭇 힘차게 다가온다.     

 

 

 

금오산으로 올라가는 도로가로 쭉쭉 뻗어 있는 단풍든 전나무는 어느 북쪽 나라의 풍경처럼 이국적이다. 전나무 단풍길이 뻗어 가다 굽어지며 숲을 향해 있는 길을 보는 순간 나의 마음은 홀린 듯 그 길을 따라 붉은 숲 속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쉬워 뒤를 연신 돌아다 보며 금오산 저수지를 향한다. 

 

 

 

금오저수지 둘레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거의 하나도 없는 그대로의 평지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산책을 즐길만 하다. 오늘도 어린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함께 둘레길을 걷는다. 저수지를 끼고 도는 도로는 금오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넘어 산 속의 사찰로 이어진다. 이 도로 아래 저수지 바로 옆으로 나무 데크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도로와 나란히 걷다가 다시 한 번 물이 흘러드는 곳에서 도로 곁에서 갈라져 다리를 건넌 후 두 길로 나누어진다. 숲 속으로 난 흙길은 저수지를 내려다 보고 있는 전망대를 향해 있고, 나무 데크길은 이제 저수지의 수면 위로 뻗어있다. 그러다 채미정을 바라보면서 수면에 떠 있는 부교로 바뀐다. 채미정을 지나 둑 위에서 호수 건너편에서 바라보니 금오산 기슭의 단풍 속에 하얀 다리와 정자가 액자속의 그림처럼 예쁘다. 금오산은 여전히 구름속에 그 존재를 숨기고 있다.   

 

 

약 30분간의 산책으로 금오산의 매력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 하지만 구름 속 베일에 싸인 금오산의 매력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듯하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큰 소리를 가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삼포길

부산 해운대에서 달맞이 고개를 넘어 송정으로 가는 세 길이 있다.

첫째는 달맞이 길, 아주 멋진 드라이브 길이다.

 

둘째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길이다. 동해안을 끼고 도는 철길이었으나

새로운 철길이 다른 곳으로 뚫려 산책길이 되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같은 평행선을 그리며 달리는 철로 위를 걷는 것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다만 바닥이 울퉁불퉁한 자갈로 덮여 있어 오래 걷기에 좀 불편하다.

가장자리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세째는 달맞이 길과 동해남부선 사이에 있는 삼포길이다.

해운대 미포에서 출발하여 청사포를 지나 송정 구덕포에 이르는 길이라고 해서

삼포길이라 불린다.

문탠로드는 삼포길의 한 구간이다.

미포에서 청사포까지의 길에는 더러 인적이 보이지만

청사포에서 구덕포까지는 인적이 드물다. 

구덕포에 가까이 가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금 보인다.

 

내치는 길에 구덕포를 지나 송정역까지 걸어 본다.

 

 

 

 

 

 

 

 

 

 

 

 

 

미포 청사포 구덕포

 

다시 오륜대! 다섯 노인이 지팡이를 꽂아 놓고 놀았다는 오륜대! 오륜을 알던 사람들이 살았다는 오륜대! 

선동 상현마을은 갈맷길 8코스와 9코스의 시발점이다. 상현마을에서 선동교를 지나 철마천을 따라 걸어가면 철마를 지나 기장으로 이어지는 갈맷길 9코스, 회동수원지를 왼편으로 두고 가는 길이 갈맷길 8코스이다. 오늘은 상현마을에서 오륜대마을과 부엉산을 거쳐 오륜본동까지 걷는다. 초등5학년 딸아이랑...

 

 

 

 

선동교 위에서 저 쪽 숲을 보니, 숲 속 기와 지붕이 발걸음을 잡는다. 강릉김씨 상현당이다. 강릉김씨의 시조는 신라 혜공왕때 시중을 지냈던 김주원이라 한다. 조선초기 생육신이었던 김시습도 강릉김씨였는데, 생육신 사건 이후 김시습의 종제인 김검은 동래 수내동으로 와서 숨어 지내게 되고 김검의 아들인 김선은 동래 북쪽 선동 상현리에 자리를 잡는다. 단종이 죽은 후 김선은 선동 시냇가에 정자를 지어 북으로 문을 내어 절하며 스스로 호를 북계()라 하고 은둔하여 후학을 가르친다. 그 이후로 그의 후손은 이 곳을 터전으로 하여 대대로 살아왔다고 한다. 상현당은 강릉김씨 제사를 지내는 재실이다.

 

상현마을 앞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수원지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상현마을을 떠나 수원지 둘레길을 걷다가 호수 건너편을 보니 방금 출발했던 선동교가 보인다.  

 

저기 정면에 보이는 산이 부엉산이고, 그 절벽이 오륜대이다. 숲 속길을 걷다 멈추어 귀를 기울이니,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마치 수달이 물장난치는 소리같다. 바람에 일렁거리며 기슭에 첨벙거리는 소리가 유리잔이 쟁거렁거리는 소러처럼 싱그럽게 귀전에 부딪혀 온다. 소리죽여 들어보니, 물소리만 아니라 귀뚜라미 소리, 찌르레기 소리등 풀벌레 소리도 들리고, 이따금 산새들 소리도 들리고, 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가을 바람도 시원하지만 숲의 소리도 바람 못지 않게 서늘하다. 사진으로 풍경은 담을 수 있지만 소리까지는 담을 수는 없다.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워 숲의 소리를 담아 보려고 조용히 동영상을 하나 찍어 본다. 쉿~!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 주인공 유지태와 김영애가 소리사냥을 다녔던 것 같은데... 누구에게나 잡아 두고 싶은 소리가 있는가 보다.  

 

상현마을을 출발한지 20~30분쯤 되었을까? 오륜새내마을에 도착했다. 지도에는 오륜대마을로 표시되어 있다. 이 마을에는 오륜대를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맛집이 있다. 옛사람들도 오륜대 가까이에서 풍류를 즐기지 않았을까?

 

가까이서 본 오륜대! 언덕이나 절벽을 가리켜 '대'라고 한다. 바다를 접한 부산에는 해안선을 따라 작은 바위언덕이나 절벽이 발달한 곳이 많다. 해운대, 이기대, 신선대, 태종대, 몰운대등이 그러한 곳이다. 오륜대는 바다가 아닌 호수를 끼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대가 많기도 하다. 대부분 바다를 끼고 있지만 오륜대는 호수를 끼고 있다.

 

 

 

오륜대전망대는 해발 175미터의 부엉산 정상에 있다. 평평한 길을 걷다가 산길을 올라가자니 숨이 차다. 딸 아이는 헉헉거리며 언제 도착하냐며 계속 묻는다. 힘이 드는 모양이다. 산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누가 많이 줍나 시합을 한다. 딸아이는 도토리를 찾아 줍느라 힘든 것을 잊어버린다. 이렇게 부엉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딸아이는 계속 재잘거린다. 숨이 차 힘들어 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하하하...

 

드디어 부엉산 정상에 도착한다. 왔던 곳을 뒤돌아 본다. 호수 저쪽으로 우리가 출발했던 상현마을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부엉산 초입에 자리잡은 상수도 취수장과 오륜새내마을도 보인다. 오륜새내마을에서 차가 들어오는 길을 따라 나가면 걷기에 아름다운 길을 따라 오륜본동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어진다. 차가 다니는 이 길은 '아름다운 길'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숲길보다 아름다우랴. 취수장으로 들어서서 부엉산으로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오륜대아래의 물길이 보인다.

 

 

 

부엉산 바로 아래에 우리가 갈 오륜본동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한반도 모양을 한 회동 수원지의 모습도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 전망대 포토존에서 사진을 몇장 찍고 벤치에 앉아 좀 쉬어간다. 딸 아이는 오히려 쉬었더니 다리가 풀렸다고 하면서 휘청거린다. 그리고 아빠 곁에 붙어서 산을 내려간다. 힘을 내라! 거의 다 왔단다. 하하하    

 

부엉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 두개다. 하나는 수원지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 쪽 길이 험해 보여 걷기에 쉬워보이는 길을 택해 간다. 수원지쪽으로 내려가는 길 따라 가면 오륜본동의 황토길이 있는 곳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부엉산을 내려오는 길에 노랑나비 한마리가 길을 안내하듯이 팔랑팔랑 앞서간다. 한참을 앞서가더니 숲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노랑나비 이야기하느라 또 딸 아이는 힘든 것을 잊어버린다. 딸 아이는 또 재잘재잘 댄다. 아빠! 아빠! 고시랑 고시랑... 딸아이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오륜본동에 도착해서는 김민정 갤러리에서 시원한 빙수를 먹으면서 피로한 발을 쉬어준다. 갤러리 창가에 놓인 작은 그림 속의 아이가 꼭 숲속길을 걷고 있는 딸아이 같다. 상현마을을 떠난 지 1시간 10분정도 걸렸나 보다. 아주 기분 좋은 길을 걸었다.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미 금오산 저수지 둘레길  (0) 2015.11.30
삼포길  (0) 2015.11.02
아름다운 섬진강 길  (0) 2015.10.10
문탠로드  (0) 2015.10.02
나사리 바닷가의 일몰  (0) 2015.08.10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섬진강길. 
 
전라북도 진안군 상추막이골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 순창, 남원을 적신 뒤 옥정호에 잠시 가두어졌다가 곡성, 구례, 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옥정호에서 구례까지 섬진강과 동행하여 걷는 길을 섬진강길이라 부른다. 이 구간 중 섬진강 시인의 고향인 진뫼마을에서 시작하여 천담마을과 구담마을을 거쳐 장구목에 이르는 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 길은 김용택 시인의 말을 빌리면 '눈곱만큼도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천담가는 길   김용택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릴라요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따라

나도 질라요

강물은 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

내 지나온 자리

뒤돌아 보면

고운 바람결에

꽃 피고 지는

아름다운 강길에서

많이도 살았다 살았어

바람이 흔들리며

강물이 모르게 가만히

강물에 떨어져

나는 갈라요 
 
구담마을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과 TV문학관 <소나기>의  촬영지로 풍광이 예사롭지 않은 마을이라한다. 
 
구례에서 하동까지 강과 나란히 달리는 길은 섬진강 벚꽃길로 불린다. 이 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이다. 
구례에서 흘러내리는 이 길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에서 막걸리 한사발 얼큰하게 걸치고는 느긋하게 <토지>의 고향인 평사리에 이른다.  
 
가을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500리길을 구비구비 휘돌아온 섬진강은 하동에 이르러 황금빛 머리결로 흐른다. 여기서 가을은 여우가 어린 왕자를 기다리던 노란 밀밭과 같은 횡금빛이 된다. 
 
긴 여정을 걸어온 길은 동행했던 강물을 흘려보내고 평사리 최참판댁 대청 마루에 걸터 앉아 가을의 구수한 향기가 물결치는 황금 들판을  바라보다가 노곤한 잠에 빠져든다. 
 
저 차 창밖의 길은 차 창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길이다. 물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진 박듯이 망막에 그려넣고, 시간이 지난 후 추억을 거슬러 다시 찾고 싶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포길  (0) 2015.11.02
오륜대(상현마을~오륜새내마을~부엉산 전망대~오륜본동)  (0) 2015.10.15
문탠로드  (0) 2015.10.02
나사리 바닷가의 일몰  (0) 2015.08.10
광안리 바닷가에서 혼자 놀기  (0) 2015.08.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