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익숙함을 벗어나서 좀 멀리 떠나는 것이 제 맛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도 갈 곳이 지천으로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구나 같은 곳이라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면 얼마나 자주 가든지 상관이 없을 터이다.

 

겨울 바다가 다르고, 여름 바다가 다르다. 봄 산이 다르고, 가을 산이 다르다. 

조그맣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눈. 그는 모든 것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 본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조르바는 정말 살 맛이 나는 삶을 산다.  '조르바'의 눈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주위에도 새로움과 놀라움이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리리.   

 

얼마전 동생말에서 잠깐 맛 본 바다 풍경을 다시 찾았다. 광안리 바닷가에 인접한 남천비치에서부터 시작하여 메트로 시티 유람선 선착장을 지나

이기대 입구 동생말을 거쳐 부산의 절경 이기대 갈맷길을 느린 걸음으로 유유히 걸어 본다. 

서둘 것도 없고, 바쁠 것도 없다. 끝까지 갈 것도 없고, 그냥 돌아 서고 싶은 곳에서 멈추면 된다.

따뜻한 봄 볕을 즐기며 오고 가는 사람들도 보고 봄 바다와 봄 숲도 보고 숨어 있는 들풀도 보고... 

 

지도의 왼쪽에 오륙도(16번)가 보인다. 이 오륙도를 기점으로 신선대 쪽이 남해, 이기대 쪽이 동해로 갈린다.

이기대 가장 동쪽 끝 오른쪽이 동생말(8번)이다. 한문으론 동산미(東山尾). 아마 이기대의 동쪽 끝이라는 뜻이리라.

 

동생말에서 시작하여 널찍한 광장이 있는 어울 마당(12번)을 거쳐 갈맷길(10번)이 순환도로(4번)와 만나는 곳까지 걸었다. 그리고 순환도로를 따라 다시 동생말까지.

이기대를 걷는 길은 여러 길이 있다. 먼저 갈맷길(10번길), 해안 순환 도로(4번길), 장자봉(7번)을 넘어 가는 길, 갈맷길도 더러는 해안길과 숲길로 나누어진다.

 

 

 

왼쪽으로는 바다,오른쪽으로는 장자산 기슭의 울창한 숲, 나무, 꽃...

 

 

 

 

이기대 갈맷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바다.

 

 

 

 

이기대 해안. 이기대는 제주도, 울릉도에 이어 내륙으로는 처음으로 국가 지질공원으로 등록되었다.

다양한 퇴적층 및 화성암들. 해식동굴, 돌개구멍등 다양한 해식지형 때문이다.

 

 

 

 

한 때는 이기대에 공룡발자국이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해식작용으로 인한 돌개 구멍으로 밝혀졌다.

돌개구멍, 바위에 조금 움푹 들어간 곳의 모래와 자갈이 파도의 힘에 의해 수백년 수천년 아니 수만년을 맴돌면서 저런 원형의 구멍을 만들었다고 한다.

 

 

해안 길 위 쪽의 숲길에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

 

 

 

 

저 멀리 동백섬과 달맞이 고개 사이에 길게 늘여선 황금빛 해운대 백사장이 보인다.

 

 

산과 바다를 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부산, 이 가운데 살고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

주위를 먼저 보는 눈을 가진다면 누구나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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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유명한 해안 풍경이 다섯 있으니

해운대, 이기대, 신선대, 태종대, 몰운대가 그 다섯이다.

 

이기대 갈맷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섰다.

이 갈맷길은 오륙도가 보이는 곳에서 끝난다.

저 구비 너머에...

 

 

 

 

 

이기대 갈맷길은 걸어서 2시간 정도 걸릴란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숲을 즐기며

이 길을 걷는다.

 

 

 

 

저 멀리 해운대 달맞이 고개가 보이고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부산의 맨해턴

마린시티가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광안리 앞 바다에 걸린

광안대교

 

 

이기대 갈맷길을 걸어본 지가

언제던고...

다시 한 번 걸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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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KBS 홀 뒤에는

 예전에 대통령 별장이었던 시청관사가 있다.

 

평일 오전 9시에서 5시까지

시민들에게 산책길로 개방한다.

 

봄볕을 즐기며 한적한 15분 산책...

 

 

 

 

 

 

 

 

 

아마도 수선화

 

 

 

 

 

 

 

 

 

 

 

 

 

 

 

나지막한 소나무들

 

 

 

저 멀리 장산이 보이고

 

 

 

 

 

 

 

 

 

 

 

 

 

 

 

사택 앞 정원에 있는 연못

 

 

 

 

 

 

 

 

 

 

 

 

산책후 조용한 찻집에서

 

 

 

 

 

 

 

 

 

 

 

 

KBS홀 뒤 부산시청관사 산책길과 그 앞에 있는 조용한 차집

 

 

 

해운대에서 송정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때론 울창한 해송 사이로, 때로는 해송 너머로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달맞이 고개길에 자리한 해월정.

해운대 앞바다에서 솟아 오르는 보름달은

어스름 해송숲에 달빛을 뿌리고

바다에 떨어진 달빛은 잔물결에 산산히 조각나

수억개의 달빛 비늘로 향연을 이룬다.  

 

달맞이 고개길 아래로 달리는 동해 남부선 철로.

청사포를 넘어가는 달맞이 고갯길에 오르다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선로로 내려간다. 

 

 

 

허리가 굽어진 소나무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로, 송정 구덕포를 향해 달리는 동해 남부선 폐선선로에 들어선다.

 

철길은 평행선을 긋고 달리지만 인간의 눈에는 저 멀리서 하나로 합친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지만

그 감각은 여전히 불완전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은 녹슬어 가고

힐링을 찾는 사람들은 녹슬은 철길을 걷는 행복을 느낀다. 

 

 

 

동해 바다, 

오륙도를 기점으로 동해와 남해가 갈린다고 하는데...

 

기차 차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 보던 시선들

이제 우리는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이쪽으로 바다, 저쪽으로 숲, 그리고 동행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자연과 함께 걷는다.

 

 

 

철길 아래로 가파른 벼랑은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파도에 버텨 왔을까? 

벼랑은 깍여 우뚝해 지고

파도는 시퍼렇다.

 

 

 

달맞이재? 달맞이 고개...

작은 터널, 이것은 고개를 관통하는 그런 터널은 아니다.

달맞이 고개의 정중앙임을 알리는 이정표?

 

 

 

터널을 지탱하는 기둥들 사이로 비쳐드는 빛

빛이 있음으로 그림자도 존재하고

이 둘의 조화는 인상적이다.

 

 

 

 

 

함께 걷고 싶은 길,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레일바이크로 개발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 

 

 

 

철로는 달맞이재를 너머 청사포쪽으로 달린다. 

달맞이 고개와 송정 사이에 있는 청사포,

푸른 뱀은 어느 새 푸른 모래로 바뀌어 불린다.

 

저 철로가 굽어지는 곳에서는 ...

 

 

구비 돌아 가니

숲 사이로 달리는 철길이 아름답다.

 

인생의 구비 구비를 지날 때마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각도 못한 비경에

다시 한 번 인생을 생각하기도 한다.

 

새옹지마란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철로는 청사포에 이르고,

우리는 청사포의 한 차집에서,

어두워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한 등대를 바라본다.

 

더 걸어가면 송정까지 갈 수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청사포에서 달맞이 고개를 보니,

소나무 숲은 가파른 산등성이에

시커멓게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위에 달맞이 길을 따라 레스토랑들, 그 위로 주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멀리 해운대 바다 너머 남쪽으로 보니

이기대와 오륙도가 희미해져 간다.  

 

문득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의 차이를 생각한다.  

 

기차길과 달맞이 길 사이에 또 하나의 오솔길이 있다고 하니,

그 길도 걸어 보고 싶다.

가덕도 대항리 언덕에서 일몰을 마주 서다

바다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은 처음 보는 풍경이다.

바다 위로 황금빛 다리가 놓여졌다.

 

거가대교 해저터널 입구에 위치한 휴게소는 참 아름다운 전망이 보이는 곳이다. 

톨게이트를 지나야 그 휴게소에 갈 수가 있단다.

일단 휴게소까지 가면 회차로가 없다고 한다. 거제까지 가야만

차를 돌릴 수 있다는 데,

그러면 가는데 요금이 만원, 오는데 만원..

톨게이트 아가씨가 친절하게도 톨게이트에서 회차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회차로를 따라 대항리 넘어가는 고개길에서

기가 막히는 타이밍에 일몰 광경과 만나게 되었다.

 

 

 

 

 

 

 

 

 

만리장성을 보고 용경협으로 간다.

초등4학년 조카 녀석이

쿠기런이란 만화에서 용경헙에 대해 읽고 나서 용경협에 가고 싶어 안달이다.

뭐가 그래 볼 만하길래...그럴까 싶었다.

 

용경협은 험준한 계곡에 흐르는 물길을 막아 

굽이 굽이 이어진 호수를 만들었는데, 양쪽으로 하늘 높이 솟은 산들이 장관이다.

용경협이란 용의 몸통을 닯은 협곡이란 뜻이리라.

 

한 여름에도 선선한 공기가 차갑게 느껴져

중국 황제들의 여름 별장이 있던 곳이라 한다.

배를 타고 관광하는데

안내인 아가씨들이 두툼한 파커를 입고 있어

마치 겨울인 듯 하다.

 

차에서 내려 10분쯤 걸어 들어 갔을까?

용의 모양으로 지붕을 덮은 에스컬레이트가 나타난다.

용의 아가리로 들어가면

꼬리까지 이리 저리 이어진 에스컬레이트를 타게 된다.

 

 

 

좁은 계곡을 막아 쌓은 댐이 보인다.

저 댐 너머에서 용경협 뱃놀이를 즐길 것이다.

 

 

 

관광객을 태울 배들이 보인다.

공중에는 용경협 케이블카도 보인다.

 

 

 

 

용의 몸통처럼 이리 저리 구불구불

모퉁이를 돌고 돌아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올라간다.

 

 

 

양쪽으로 하늘로 우뚝 솟아오른 기암절벽과

험준한 산세를 바라보면 탄성을 지른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이 되지 않는 풍경이지만

그래도 찰칵 찰칵 연신 셔터를 눌려댄다.

 

 

 

 

 

아쉽게도 케이블카는 옵션에 들지 않아 타지 못하고

뱃놀이만 즐겼다.

용경협의 찬공기가 예상보다 차가워

짧은 옷을 입고 갔다간 큰일 날뻔 했다.

 

 

 

 

용경협을 나와 용경협에서 흘러내린 물가의 풍경을

몇 컷 찍어 본다.

 

 

이번 북경 여행 중 풍경은 용경협이

가장 좋았던 듯.

 

하지만 장가계나 태향산은 더 굉장하다고 하던데...

 

아침 나절의 광안리 바닷가란 어떤 모습이라 해야할까? 광안리의 밤 풍경하면 휘황한 불빛과 북적이는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조명아래 빛나는 광안대교가 떠오른다. 하지만 아침 나절의 광안리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날이 새면 햇살이 모래사장에 비치고, 어느 듯 밤 풍경은 눈이 부신 듯 손등으로 눈을 가리고 뒤전으로 사라져 버린다. 무심히 밀려들었다 밀려가는 작은 파도만이 모래사장의 발치를 간지럽히며 희롱할 뿐 북적대던 모습은 간 곳 없다. 조용한 해변로와 바닷가 모래밭에는 혹 조용한 아침 산책을 즐기는 외지인들만 몇 눈에 띌 뿐 인적조차 드물다. 간 밤의 화려한 모습은 찾을 길 없고, 무심한 상쾌한 바다 바람만 이따금 지나가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뭔가 수상하다. 깊은 바다가 일렁이는 것처럼 뭔가 술렁거림이 있다. 해변로의 차량통행을 제한한다는 표지판들, 차량을 통제하는 노란 플라스틱 바리케이트, 모래 사장과 접한 화단을 둘러싼 출입금지 황색띠, 교통봉을 가지고 한가롭게 차량을 통제하는 경찰관과 해병동우회 동지들...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설레임의 물결이 모여 술렁거리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오늘은 부산 불꽃 축제의 날이다.  

 

첫 불꽃 축제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해지는 사건이었다. 서울갔다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지하철이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찬 지하도로며 승강장은 처음이었다.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무슨 난리가 난 줄 알았다. 바닷가 5킬로미터 되는 지점에서 타고 오던 택시도 결국 교통에 갇히고 말았다. 광안리로 향하는 도로는 이미 주차장이 되어 있었고, 보도에는 수많이 사람들이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다. 제1회 부산 불꽃 축제였다. 그날은 2~3킬로미터를 걸어 재송동 어머니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곳 아파트 베란다에서 멀리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불꽃 축제를 보았다.

 

해마다 돌아오는 불꽃 축제는 어떻게든 나를 불러들였다. 한 번은 광안리 바닷가로 내려가다 인파에 막혀 해변에 가까이 접근을 하지도 못한 채 다만 건물들 사이로 불꽃이 터지는 장면을 아쉽게 바라보아야만 했다. 또 한번은 광안대교를 사이에 두고 광안리 해변과는 반대쪽에 위치한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불꽃축제를 관람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광안대교가 정면에 잡힐 듯이 내려다 보이는 황령산 중턱에 올라가 어두운 산 위에서 불꽃 축제를 즐겼다. 덕분에 산을 내려올 때는 캄캄한 숲속을 후래쉬를 비치면서 조심조심 내려오는 밤등산을 해야만 했다. 

 

오늘, 이번 불꽃 축제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집이 바로 불꽃 축제의 현장까지 걸어 2~3분 거리에 있는 까닭에 그 분위기가 상당히 가까이 느껴진다. 예비불꽃이 '평'터지는 소리에 집안 공기가 흔들리자, 이미 마음은 다급해 지고 있다. 불꽃 터지는 큰 소리를 유난스럽게 무서워하는 딸아이는 집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나는 혼자서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는 벚꽃길을 따라 바닷가로 나선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벚꽃길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차 없는 4차선도로를 메우고 한 방향으로 걷고 있다. 길 양쪽으로는 장사치들이 불을 밝히고 갖가지 먹거리를 팔고 있다.  

 

 

이미 광안리 바닷가 모래사장과 광안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알짜배기 해변로는 꽉 차서 들어설 공간도 없고 출입도 통제되고 있다. 아쉬우나마 해변도로의 가장자리에서 불꽃이 잘 보일만한 장소를 찾아 인파를 헤치며 이리 저리 다니는 사이에 어느 듯 이 공간도 좁아지고 있다. 해변에 접한 아파트 앞에는 경비아저씨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조금 높은 지역이란 곳은 모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 거리도 이제 꽉 차버린다.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고, 화단의 나무위에 올려 놓은 반짝이 등불도 모두 꺼지자, 광안대교 위 밤하늘은 오랫만에 불빛없는 캄캄한 하늘이 된다. 사람들의 카운터다운과 함께 어느 순간 '슝'하고 불꽃탄이 하늘 높이 솟아 오른다. "펑,펑,펑!!!"  불꽃 축제가 시작되었다.    

  

 

 

  

 

  

불꽃 축제가 막바지에 다가가자 불꽃은 절정을 향해 달린다. 이 마지막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의 모든 불꽃이란 불꽃은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쏟아 퍼붓는 듯한 장렬함으로 하늘을 불사르는 불꽃 폭풍은 밤하늘을 대낮처럼 환하게 만들고, 전쟁통을 방불케하는 엄청난 굉음이 동이에 그리고 연이어 "펑, 퍼벙, 퍼버벙, 퍼버버벙!" 하고 하늘을 뒤흔들며, 마지막 필사의 힘을 다 할 때, '와우!' 하는 탄성이 밤하늘로 퍼진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저 타지 못한 불꽃조각이 떨어지며 사그라든다.

 

 

 

언제나 깨달음은 순간적으로 오는 것일까? 불꽃이 절정에 달하여 그 화려함이 극으로 치달을 때, 어디로서인지 모를 순간적인 전율이 자르르 흐르면서, 찰라의 아픔이 송곳처럼 파고 든다. 인생이란 불꽃과 같은 덧없는 것이란 말은 더할 나위 없는 진부한 말일 뿐이건만, 오늘 이 순간 그것은 진부한 고요를 깨뜨리는,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처럼 새로운 의미의 파문을 일으킨다. 인생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불꽃과 같이 짧다. 나는 이 짧은 생을 마치기 전에 언제 한 번 불꽃처럼 불타 올랐던 적이 있었던가, 언제 한 번 불꽃처럼 아름다웠던 적이 있었던가? 찰라의 짧은 순간마저도 막을 수 없는 불꽃의 장렬한 몸부림, 그 아름다운 생의 모습에, 마음 한 켠에서는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언듯 비치다 조용히 사라진다.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는냐"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한지 손을 뻗어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함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안도현>

 

 

그냥 가을을 보낼 수 없어 기장 장안사

산책길에서 가을을 보낸다.

기와 담장 너머

 

 

 

구비치는 기와 지붕은 가을 단풍을 이고 있고

화려하지는 않으나 소박한 단풍은

내리는 비 맞고 봄 처녀처럼 순박하다.

 

 

 

감나무엔 주렁주렁

 

 

 

나무가지들은 하늘로 쭉쭉 

 

 

 

희뿌연 하늘을 이고 있는

검은 실루엣

 

 

 

마치 물위에 비친 그림자같다

 

 

비오는 산 중에 술 한 잔에 취하니

이백이나 된 듯

취우중산인지 산중우취인지

아무려면 어떠랴

 

 

 

북경 여행에서 만리장성을 빼 놓을 수 없죠.

북경시내에서 가까운 거용관

만리장성에 서서 바라본 맞은 편 산 마루들의 모습이 눈을 사로 잡습니다.

묵으로 그린 듯한 산등성이...

 

 

 

 

 

 

 

어찌 오랑캐들이 이 높은 산을 타고 공격을 할거라고...

산 등성이마다 성을 쌓아놓았을까요?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일종의 군수품 보급 도로라고하네요.

 

 

어휴 저 산등성이에까지 만리장성이...

온 산등성이를 돌아 쌓아놓은 만리장성길을 걸을라치면

초죽음이 될 듯합니다.

만리장성을 끝까지 걸어본 사람이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

 

 

 

 

 

 

초입부에는 완만하던 경사가

갑자기 가파라져서 올라가기가 몹시 힘이 듭니다.

길도 좁아지고...

한숨 쉬면서 뒤돌아 봅니다.

 

 

 

 

 

그냥 걸어서 오르기도 힘든 이 산중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돌을 나르던 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맞바꾼 성이라 생각하니...

권력자의 횡포아래 스러져간 불쌍한 사람들의 모습이 어른 거립니다.

 

 

 

얼마나 힘든 지

한 아가씨는 쪼그리고 앉아 일어서질 못하고 있네요.

 

 

 

만리장성을 중국 변방을 돌아 돌아

만리나 뻗어있다니

대단하다고 볼 수 밖에 없지만,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만든

가장 큰 무덤인 만리장성은

비록 북방 민족의 침입은 막았을 지 몰라도

농민 출신의 진승의 선동으로 나라안의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으니

.....

결국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에 의해 그 운명을 마치게 되었으니...

외부의 적을 막으려다 내부에 적을 만든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성이라 하겠습니다.

 

 

 

북경(뻬이징) 여행의 첫 관문은 천안문광장과 자금성입니다.

북경 시내를 다니다 보면 붉은 색 담벼락을 혹 보게 되는데, 이 붉은 색 담은 그 지역이 금지된 구역임을 표시하는 것이라 합니다.

황제가 살았던 자금성도 일반 백성들에게는 출입할 수 없는 구역이었습니다.

그래서 황제의 궁전을 자색의 금지된 성이라 하여

자금성!  영어로는 'forbidden city'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이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천안문입니다.

이 천안문 앞 도로 건너편에는 천안문광장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광장이랍니다.

하지만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던데...

 

 

 

천안문을 들어서면서 부터 이제 줄줄이 이어진 문들을 지나게 됩니다.

문을 몇개나 지났는지???

문의 형태도 비슷비슷하여 그 문이 이 문 같고, 이 문이 저 문 같은....

그런 문을 대여섯개나 지났나? 잘 모르겠네요.

 

 

 

 

 

 

어떤 문을 지나자 아주 널찍한 마당이랄까, 광장이랄까...

훤히 터인 뜰이 나왔는데, 이 곳에서 궁중의 가장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 계단위 황제의 보좌가 놓여 있던 곳이 있습니다.

 

 

 

 

해태와 비슷한 동물의 형상이 보위에 올라가는 계단 아래 양쪽에 자리 잡고 잇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놈은 발 아래 지구 비슷한 것을 밟고 있고, 이 놈은 숫놈이랍니다.

왼쪽에는 암놈의 형상이 있는데, 그 발 아래 새끼를 살쩍 밟고 있습니다.

남자는 자고로 세상을 호령해야하고

여자는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아야 한다는 그런 의미겠지요. 

 

 

 

 

 

 

자금성에 들어서서 일직선으로 계속 전진하며 궁궐을 관람합니다.

입구부터 출구까지 약 1킬로미터인데...

여름에 자금성을 방문하는 분들은 죽을 맛일 겁니다.

태양은 내리쬐지, 나무나 그늘은 하나도 눈에 띄질 않지...

여름에 자금성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주의하시길.

화재방지, 자객방지등의 목적으로

일부러 궁궐의 뜰에 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좌가 있는 곳을 지나면, 그 뒤로는 황족들의 생활공간이 있습니다.

황제의 침소도 있고....

궁녀들의 처소도 있고... 숲들도 있고....

 

 

 

모두들 황제의 침실과 침대를 보느라

어디 나도 보자 하고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드디어 자금성의 출구로 나갑니다.

저 멀리 언덕위에 공원이 하나 보입니다.

저녁에 이 공원엣 자금성을 내려다 보면 자금성의 황금 지붕들이

저녁 햇살에 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자금성은 현재 고궁 박물관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후문 상단에 왼쪽에는 한문으로 오른쪽에는 만주어로 기록되어 있는 현판이 보입니다.

청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입니다. 나중에 만주족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 청나라는 모든 문서에 만주어와 한어를 공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어와 만주어가 함께 쓰여진 현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성 둘레를 둘러싼 해자입니다.

적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것이겠죠.

 

 

비교적 날씨가 좋은 가을에 자금성을 관람했기 다행이지,

한 여름에 자금성을 방문했더라면

초죽음이 될 뻔하였습니다.

모두들 자금성 관람은 힘들다고 손을 휘젓습니다.

 

아주 큰 규모이지만...보이는 것이라곤 다 엇비슷하여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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