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호프스태터 씀/ 박여성 옮김 / 까치글방

 

Godel, Escher, Bach - an Eternal Golden Braid 

 

제목 Godel, Esher, Bach - an Eternal Golden Braid

1부 GEB, 2부 EGB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호프스태터의 언어 및 지적 유희가 전시되고 있다.

GEB 는 Godel, Escher, Bach 이 세 주요 인물을 향하고 있다. 또한 EGB는 an Eternal Golden Braid 를 잘 상징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GEB와 EGB는 동일한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 나와 있는 GEB,EGB 입체는 놓여 있는 방향만이 다를 뿐 순전히 동일한 입체일 뿐이다. 이는 단순한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나타난 전체적인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라 생각된다. 즉 영원한 황금 노끈인 이상한 고리의 개념을 잘 상징하고 있다.

 

* GEB - EGB 의 전체적 구조

 

바하의 음악의 헌정은 두개의 푸가-3성 푸가 하나, 6성푸 가 하나, 열개의 카논, 하나의 트리오 소나타로 이루어져 있다.

좀 억지스러운 데가 없지는 않지만, 음악의 헌정은 이 책의 전체 구조와 동형관계에 있는 듯 하다.

 

아마도 두개의 푸가는  1부 GEB, 2부 EGB의 구성과 대응관계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트리오 소나타는  각 장에 선행하는 아킬레스와 거북의 에피소드들과 상응하는 것 같다. 나머지 10개의 카논은 1장~20장까지의 각 장으로 사상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각장의 내용 전개에는 카논에서 볼 수 있는 모방의 원리들이 적용되어 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동일한 주제가 다양하게 반복되듯이 각 장에서도 동일한 주제가 때로는 명백하게 때로는 은폐된 채로 반복되고 있다. 또한 카논에서 주제가 음고의 변화에 따라 변형되어 나타나듯이 이 책의 내용도 동일한 주제를 다른 층위에서 풀어나간다. 카논이라는 형식내에서 다양한 변화를 볼 수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모든 유형의 모방은 주제가 그 어떤 임의의 모방으로부터도 재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원래의 주제 속에 포함된 모든 정보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변형을 동형태(동형관계)라한다. >

각 장이 동형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주제를 표상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서론: 음악-논리학의 헌정

 

* 이 책의 주요 주제는 무엇인가?

 

이 책 전체에 걸쳐 다양한 동형관계를 형성하며 전개되는 기본 주제, 흐름은 무엇인가? 그것은 동형관계와 관련된 이상한 고리이다. 호프스태터는 책 전체의 형식은 물론이거니와 내용에 있어서도 영원한 황금 노끈의 구성을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호프스태터가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이상한 고리'란 어떤 개념인가?

바하이 10개의 카논 중 무한히 상승하는 카논- 전조를 통한 카논-은 이상한 고리라는 개념을 보여준다. 이러한 카논에서는 음악적 전개가 첫부분과 절망적으로 멀어졌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첫부분으로 다시 돌아가는 회귀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상한 고리는 바흐의 작품만이 아니라 에셔의 그림에서도 괴델의 수학적 증명에서도 나타난다. 물론 이율배반적인 에피메니데스의 명제도 그 이상한 고리를 보여준다. 그 유명한 명제 "나는 거짓말장이이다." 또는 두문장으로 형성된 동일한 이율배반적인 명제: "다음 문장은 참이다. 앞의 문장은 거짓이다." 이 두 문장이 합해지면, 참과 거짓을 판별하거나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세계로 빨려들게 된다.

 

<하나의 이상한 고리가 출현하는 그런 체계를 헝클어진 위계질서라고 부른다. - 구하라, 그러면 찾을지니... >

저자는 MU-수수께끼보다 더 큰 규모의 수수께끼를 숨기고 있다. 독자들에게  은폐된 채로 또는 명시적으로 드러난 이상한 고리, 엉클어진 위계질서를 찾아 보라고 유혹하고 있다. 바로 그 고리가 이 책의 주요 주제이다. 호프스태터는 음악, 미술, 수학, 물리학, 생물학, 생태학,그리고 컴퓨터과학등 다양한 학문분야를 넘나들면서 무한을 향한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서는 것처럼 그의 주제를 전개해 나간다. 과연 얼마나 되는 사람이 그의 유혹 - 구하라, 그러면 찾을지니...에 유혹되어 그의 커다란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엄밀성을 중요시하는 수학계에서는 이 이상한 고리라는 정체불명의 괴물이 부담스러웠다. 이 괴물을 퇴치하고 엄중한 수학적 체계를 세우기 위해 수학계에서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상한 고리를 제거하려는 그 노력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러셀과 화이트헤드는 [수학원리]를 통해 수학 전체를 모순없이 논리학으로부터 도출해 내려고 하였다. 힐베르트는 [수학원리]에서 정의된 체계가 무모순적이면서도 완전하다고 하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의 증명은 바로 에피메니데스의 이율배반을 [수학원리]의 심장부에 등재해야 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증명이 이상한 고리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진지였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보여준다. >

 

이상한 고리는 바흐의 작품, 에셔의 목판화, 그리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나타난다. 수학에 나타나는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고리를 제거하려는 수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고리는 수학계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핵심 요소이다. 그리고 이 이율배반적인 고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 인공지능과 이 책의 주요목표

 

<컴퓨터는 그 본질상 가장 경직되고 욕구도 가지지 않으며, 규칙에 가장 충실한 짐승이다. 제아무리 빨리 작동한다고 해도, 컴퓨터는 "의식을 가지지 않음"의 전형이다. 그렇다면 지능적인 행동이 어떻게 프로그래밍될 수 있을까? 그것은 가장 명백한 자체 모순이 아닐까?

이 책의 주요 주제 중의 하나는 이것이 전혀 모순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주요 목표 중의 하나는, 언뜻 보기에 모순 같은 것에 독자들을 직접 대변시키고 이리저리 모색케 해서, 그 모순 속에서 독자들 스스로 이리저리 궁리한 결과, 이 책을 읽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형식성과 비형식성, 생명과 비생명, 유연성과 경직성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골을 새롭게 통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연구의 대상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연구의 이상한 매력은 바로 일련의 엄격한 공식으로 된 규칙들의 집합을 통해서 경직된 기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을 정립하는 데 있다. >

 

* 이 책 구조에 대한 저자의 설명

 

<이 책은 대화와 각 장들로 이루어진 독특한 대위법적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구조를 통하여 새로운 개념을 두 번 나타낼 수 있다. 거의 모든 새로운 개념은 일단 일련의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영상을 제공하는 하나의 대화로 은유적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나서 뒤의 장을 읽는 가운데 이 영상들은 동일한 개념을 더 진지하고 추상적으로 묘사하는 직관적인 배경을 형성한다. 상당수의 대화속에서 표면적으로는 어떤 개념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좀 은폐된 방식으로 다른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은 저자의 말에 나타난 은폐적으로 나타나는 개념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만하다. 그것이 호프스태터를 읽는 방법이며, 그의 거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지적 유희에 참여하는 방법이기도 하기때문이다. 

 

<나는 이 세 가닥의 실, 즉 괴델, 에셔, 바흐를 가지고 영원한 황금 노끈을 엮어 나가고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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