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원자물리학을 둘러싸고 나눈 대화 / 하이젠베르크 지음 / 김용준 옮김 2012 9 24 완료

 

이 책을 읽는데 근 5일이 걸린 것 같다. 현대물리학의 난해한 부분인 양자역학 및 소립자 분야의 이론들과 그와 관련된 철학적 입장등을 다루고 있어 이해가하기 어려워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또한 좋은 번역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느끼며, 원문으로 읽어 보고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물론 독일어를 이해하지 못하기때문에 이는 전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좋은 책을 쓰는 것 못지 않게 독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번역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제에서 보여주듯이 이 책은 하이젠베르크가 이 책을 쓸 때까지의 50년동안 발전해 온 원자물리학에 관한 20가지의 대화 및 토론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의 목차는 전체적인 대화 및 토론의 주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1. 원자론과 만남

학창시절 원자에 대한 교과서의 설명에 대한 의문과 물질를 이루는 실체의 본성에 대한 대화. 원자란 존재는 우리가 경험하는 바 물질의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추상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토의.

 

2.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하다

수리물리학 교수인 좀머펠트교수와의 만남 그리고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 물리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친구 어머니와의 대화

 

3. 현대물리학에서 '이해'라는 개념

수리이론적 논증에는 동의를 하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 고전적인 개념의 언어로 현상이나 실체를 설명할 수가 없다면? 부분적으로는 설명이 가능하나 전체적인 연관성을 파악할 수 없다면 이해가 된 것인가?

 

4. 역사에 관한 교훈

 덴마크의 보어와의 대화. 절제,성실,청렴,의무등을 중심으로 한 프러시아식 태도의 가치와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 권리의 가치를 가진 덴마크 및 영국등의 사고방식의 차이. 개인의 반전쟁적인 성향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전쟁으로 빠져들게 된 독일의 모순적인 상황

 

5. 아인슈타인과 나눈 대화

양자역학에 관한 하이젠베르크의 새로운 이론에 대한 아인쉬타인과의 대화. 닐스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받아들이고 있었던 양자세계에 대한 이해와 아인쉬타인의 견해의 상반성. 아인쉬타인은 진짜 자연세계에 나타난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이로 인해 유명한 보어와의 논쟁이 후일 이어지게 된다.

 

6. 신세계로 출발

파동방정식을 발견한 쉬뢰딩거와 보어의 토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보어의 상보성원리를 통한 양자세계의 이해. "이제 사람들이 원자세계까지 내려간다면 공간과 시간 안에서의 객관적인 세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이론 물리학의 수학적인 기호들은 실존적인 것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만을 묘사한다는 사실이 주장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입장과 아인쉬타인과 쉬뢰딩거의 입장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게 된다.

 

7. 자연과학과 종교에 대한 첫 대화

플랑크는 "종교와 자연과학은 실재의 전혀 다른 두 영역에 각각 관계되는 것이기때문에 둘이 서로 잘 조화될 수 있다고 생각...자연과학은 객관적인 물질세계를 다룹니다. ...그러나 종교는 가치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인쉬타인은 "사물의 중심질서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아인쉬타인은 어떤 종교적 전통에 매여 있지도 않으며, 어떤 인격적인 하느님의 표상과도 전혀 무관한 분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에게는 과학과 종교 사이에 어떠한 분리도 있을 수 없으며, 중심질서는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라고 디랙은 말한다. 하이젠베르크는 디랙과는 달리 플랑크의 견해에 우호적이었으며 종교와 신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양자세계의 불확정적인 원리를 개인의 자유의지 또는 신의 간섭에 대한 여지의 논증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보어의 견해.

 

8. 원자물리학과 실용주의적 사고방식

미국을 방문하여 버튼과 나눈 대화속에서 그는 미국식 실용주의적 사고 방식이 사물의 본성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전체와의 연관성을 탐구하는데 적절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밝힌다.

 

9. 생물학과 물리학 및 화학과의 관계에 대한 대화

원자물리학에서 알려져 있는 힘과 상호작용말고도 어떤 특수한 생명력과 같은 것 즉 살아있는 유기체의 특수한 형태를 지배하고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가? 뉴턴의 역학이 양자역학의 극한적인 경우라고 생각되듯이 양자역학이 특별한 극한의 경우로 나타나는 더 포괄적인 자연 법칙이 성립된다고 생각하는가? 에 대한 보어의 견해 ..."자연과학에서는 되도록 보수적이어야 하며, 관찰의 결과에 대하여 더 이상 설명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 관해서만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 항상 최선책이 될 것입니다." "때때로 양자이론의 확장 필요성이 언급되는 까닭은 ...인간의 의식이 존재하기때문입니다."

 

10. 양자역학과 칸트철학

"도대체 원자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언어는 일상경험에서 형성된 것이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원자란 일상 경험의 대상이 아닙니다." "칸트가 한 인식의 분석은...'경험'이라고 불리는 그러한 관계에 서게 될 때에는 칸트의 철학은 ...정당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칸트의 '선천적인 것'도 뒷날 그 중심적 지위에서 추방되고 인식과정의 좀 더 포괄적인 분석의 일부분이 되고 말 것입니다."

 

11. 언어에 대한 토론

"설거지는 마치 언어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더러운 설거지 물과 더러운 냅킨을 가지고도 접시와 컵을 깨끗이 씻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불명확한 개념과 적용범위도 뚜렷하지 않은 논리를 가지 언어를 사용하여 자연에 대한 이해를 명백하게 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12. 혁명과 대학생활

나치즘을 받아들이고 있던 한 학생과의 대화. 나치의 일부 행태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당시 팽배해 있던 부조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치를 옹호하며 동참을 요구하는 학생의 주장과 그에 대한 하이젠베르크의 반론.

나치를 피해 외국으로 옮겨야 할 것인지에 대해 플랑크와 나눈 대화. 비록 일부에서 타협하는 일이 있더라도 파국이 끝난 후에 재건을 위한 씨의 역할을 할 그룹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플랑크의 입장과 하이젠베르크의 독일에 남아있으려는 결정 배후의 고뇌.

 

13. 원자기술의 가능성과 소립자에 관한 토론

오토 한에 의한 우라늄 핵분열이 실현. 디랙의 반물질(양전자)의 발견과 더불어 더 많은 소립자들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대화

 

14. 정치적 파국에서 개인의 행위

엘리자베트 슈마허와의 결혼. 1939년 미국에서 페르미와의 만남과 독일로 돌아가지 말 것을 권유받음에도 불구하고 독일로의 귀국하기로 결정한 이유. 조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나치의 패망에의 바램사이의 마음의 갈등

 

15.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길

나치치하에서의 연구활동에서 원자폭탄제조를 회피하고자 하는 입장. 전쟁의 끝과 체포

 

16. 연구자의 책임에 대하여

원자폭탄 히로시마 투하에 대한 연구자의 책임에 대한 토의. 발견과 발명은 구별되어야 한다. 과학의 진보는 계속되어야 한다.

 

17. 실증주의, 형이상학, 그리고 종교

과학은 이미 철학의 깊이까지 들어와 있으며 형이상학적인 논의는 불가피하다. 실증주의는 나름대로 과학의 정밀성에 기여하였으나 원자세계의 연구에 있어서는 실증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중심질서와 그에 나타난 의도등은 의식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가?  "도대체 자네는 신의 존재를 믿고 있나?" "내가 그 물음을 좀 달리 표현해 보아도 좋다면...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사물이나 어떤 사건의 중심질서에 -어떤 사람의 영혼이 가능했던 바와 같이 - 바로 대면하고 접촉할 수가 있느냐? (는 질문으로 바꾸어 대답해 보자) ...자네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네는 중심질서가 어떤 사람들의 영혼과 같이 분명하게 현존한다고 생각한단 말인가?""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18. 정치과 과학의 대결

원자력을 무기화하려는 독일의 정치가 아데나워와의 논쟁.

 

19. 통일장 이론

베타붕괴에 수반되는 대칭성 붕괴문제와 이와 관련된 이론의 전개에 따른 파울리와의 불화

 

20. 소립자와 플라톤 철학

데모크리투스의 "태초에 입자가 있었다"란 명제보다 "태초에 대칭성이 있었다"라는 명제가 더 옳다. "소립자는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서의 정다각형과 견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물질의 원형이고 이념이었던 것이다. 핵산의 생물의 이념이다. ...그것은 중심질서의 대표자인것이다. 그 뒤에 모든 피조물의 충실한 발전에서 우연이라는 것이 또한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우연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이 중심질서와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군데 군데 눈에 띄는 내용과 전체적인 인상들을 정리해 보았는데...그 많은 의미있는 대화,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발언등...내가 읽었던 모든 책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책인듯하다. 하지만 <부분과 전체>라는 주제가 각각의 흐름의 바닥에 깔려있는 듯하다. 부분이 모여서 전체가 되는 것은 확실하나, 그 부분과 전체는 다른 본성을 가질 수도 있음들 역설하고 있다. 원자의 세계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며,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물질의 본질은 물질이 아니며, 본질의 세계로 내려갈 수록 불확실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모든 것은 중심질서을 기본으로 연관성 및 단순성을 가질 것이라 확신한다. 실험과 관찰도 더 이상 객관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수리적인 논증과 이성적인 판단 그리고 대화와 토론등으로 사물의 본성을 파헤쳐야 하는 현대 물리학자들의 연구방법은 철학자들의 그것과 사뭇 닮아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먼저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칸트의 인과률법칙과 실증주의에 대해 알고 나서 읽으면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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