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델,에셔,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

 

제6장  의미는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가?

 

이 장은 의미가 코드화된 메시지, 암호해독자 및 수신자 사이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를 포괄적으로 논의한다. 그 보기로 DNA 유전자 코드, 판독이 안 된 고대의 비문, 우주공간을 날려보낸 바흐와 케이지의 음악이 담긴 음반을 들고 있다. 지능과 의미사이의 관계를 고찰한다.

 

객관적인 의미가 존재하는가?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수신자에게 발신자의 의도가 동일한 의미로 전달될 수 있는가? 그러한 뜻에서 객관적인 의미가 존재하는가? 아니면 발신자의 의도와는 다른 의미를 창출해 내는 그런 종류의 지능이 있다고 볼 때, 객관적인 의미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수신자의 지능의 수준이나 종류에 따라 주관적인 의미로만 전달되는 상황이 가능할 것인가?

 

정보 저장체와 정보 발현체가 있다. 음반은 정보 저장체, 전축은 정보 발현체에 해당할 것이다. DNA분자는 유전자형(genotype)으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보 저장체이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유기체로 변환된다. 이 유기체는 정보의 표현형(phenotype)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형인 유기체의 물리적인 특징과 와 유전자형인 DNA사이에는 그 어떤 유사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이 둘은 이상한 동형관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음반과 음악작품사이에는 한 구조의 부분이 다른 구조의 부분으로 쉽게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범한 동형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유전자형을 표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유전자형보다 훨씬 더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용해야 한다. 유전자형의 다양한 부분들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정보는 유전자 속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메커니즘 속에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모든 메시지는 세 층위를 가진다. 메시지의 해독을 위해서는 정보의 세 층위가 있는데 그것은 1) 틀메시지, 2) 외부메시지, 3) 내부메시지 이다. 틀메시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해독 메카니즘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 어떤 특정한 내부메시지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는 모든 구조나 기타 지능의 증거들이 틀메시지에 속할 것이다. 외부메시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내부 메시지에 대한 올바른 해독 메카니즘을 구축한다는 것 또는 구축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을 뜻한다. 내부메시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발신자에 의해서 의도된 의미를 추출했다는 뜻이다.

 

틀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도대체 메시지가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가정해야 할 것은 우주에 있는 모든 지능적인 존재가 우리와 전반적으로 유사한 인지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우 규칙적인 기하학적 구조 안에 비주기적 결정이 발견된다면 이는 내적인 메시지를 숨겨놓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수가 바로 그러한 일종의 규칙적인 구조안에 숨어있는 비규칙적 결정으로 신비한 창조주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메신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주에 있는 지능적인 존재를 가정할 때, 이 지능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보아야 할 지 곤혹스러울 수 있다. 우리의 지능과 닮은 존재만을 '지능을 가진 존재'라고 부르며, 다른 종류의 대상들은 지능적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하는 것을 지구 쇼비니즘이라고 불러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분명한 틀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그 메시지를 무시하는 방법으로 반응하는, 아니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일개의 운석이 우리 지구인의 쇼비니즘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가정하는 것은 과연 이치적일까?

 

지능을 가진 우주의 존재가 있다면, 그들이 바흐의 음반과 존케이지의 음반을 통해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바흐의 음악은 그야말로 화음의 아름다운 비주기적 결정이며, 반면에 케이지의 곡은 불확정적으로 창출된 요소들의 구성이다. 아마 바흐의 음악을 접하게 된 지능은 그 곡의 패턴, 그리고 구조적인 층위(선율, 화음, 박자)의 복잡성에 따라 바하를 포함한 인간 종의 지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렇게 파악할 수준을 가진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한 지능적인 추리로 마침내 인간 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그 음악으로 부터 끄집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맥락을 상실한 채 전해진 케이지의 음반은 지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그에 접한 지능은 그 메시지가 단순한 우연성에 의한 것임을 추리하게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케이지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음악,예술,문화의 흐름과 같은 맥락이 함께 전달된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호프 스태터의 생각의 참신함과 천진스러움은 재미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능과는 다른 지능이 존재할 가능성을 논한다는 자체가 참으로 천진난만하지 않은가? 예전에 생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우리 지구상에 사는 생명과는 다른 종류의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예를 들면 지구에는 지구의 환경에 알맞는 생명체가 진화되어 살게 되었다면, 다른 행성에는 그 환경에 알맞는 또 다른 생명체가 진화라는 과정을 통해 살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또한 바하의 음반과 존 케이지의 음반에 근거하여 지성을 유추해 낼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상식을 뛰어 넘은 어린애다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케이지의 음악이 어떤 흐름의 한 구성 요소이며 필연적이라고 말하기까지는 지나치지만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장르의 음악임을 파악하는 그의 지성은 그의 지적인 범위가 과학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과학과는 정 반대의 끝에 서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예술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의미는 어디에 숨어있는가? 기본적으로 내부 메시지에 보편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부메시지들 들여다 볼 수 없다하더라도 의미의 존재여부를 판단하게 해주는 틀메시지가 하는 역할도 있다. 그럼 외부메시지는...가장 흥미로운 생각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외부메시지에 따라 내부메시지가 여러가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없다. 즉 해독 메카니즘에 따라 달리 해독될 수 있는 텍스트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텍스트의 어느 부분을 전경과 배경으로 볼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다른 해석을 낳게 할 수 있다. 이런 예는 어떨까? '아버지가방에들어간다.' 이 문장은 1) 아버지가 방에 들어간다. 2) 아버지 가방에 들어간다. 두가지로 해독이 될 수있다. 맥락없이 이 텍스트만 주어졌다면 두가지다 가능한 해독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해독메카니즘 즉 외부메시지가 의미를 창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의미는 메시지의 세가지 층위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메시지의 층위를 관통할 수 있는 지능의 특징을 가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 인공지능의 갈 길은 험란하고 멀기만 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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