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스콧피츠제럴드 / 김태우 옮김 / 을유문화사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에서 우리는 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 부유층의 삶의 모습들을 보게된다. 그것은 삶의 의욕을 서서히 죽이는 황폐해져가는 모습들이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상실된 세대의 삶은 잿빛 계곡과 같은 절망의 색조를 띠고 있다. . 

경멸스러운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톰 뷰캐넌은 아름다운 아내 데이지가 있음에도 윌슨머틀과의 내연관계에 빠져든다. 또한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파티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은 개츠비에 감사함은 커녕 그의 뒷소문에 열광한다. 그들 모두는 개츠비의 죽음에 모두들 모른채 등을 돌려버리는 비정한 세대이다. 개츠비의 사랑 데이지도 그의 죽음을 외면해 버린다. 숭고해야만 할 사랑마저도 개츠비를 져 버리는 것이다. 오로지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집념적인 사랑이 돋보일 뿐, 모두가 잿빛 모습들이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사랑은 엄청난 에너지의 원천이다. 가난으로 인해 데이지와 헤어지게 된 그는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를 쌓아 올린다. 그 부의 축적과정이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지만 정황적인 증거로 볼 때 도덕적이거나 합법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하다. 그는 데이지를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기위해 데이지가 사는 지역 부근에 대저택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녀의 자연스러운 관심을 끌기위해 그 지역사회에 아주 널리 소문이 날 사교 파티를 개최한다. 또한 데이지와의 만남을 주선해 줄 수 있는 데이지의 사촌인 캘러웨이에게 접근한다. 결국 데이지와 만나게 된 그는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는 데이지와의 사랑을 이루기위해 톰과 단판을 짓는다. 혼란에 빠지 데이지는 운전중에 자동차로 뛰어든 톰의 정부인 윌슨머틀을 치게된다. 개츠비는 자신이 데이지를 대신할 것이라 결심한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때문에 개츠비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이 비극적 죽음의 배후에는 톰과 데이지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데, 사실 데이지의 배신은 충격적이다. 아프다. 사랑을 배신한 것이기에....

 

<위대한 개츠비>...개츠비는 정말 위대한가? 무엇이 그를 위대하게 만드는가? 나 자신은 개츠비가 위대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인 피츠제럴드는 그다지 위대해 보이지 않는 개츠비를 왜 위대하다고 불렀을까? 여기에 작가의 위대한 통찰력과 재치의 번득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츠비가 죽기전에 캐러웨이가 개츠비에게 남긴 말은 여기에 빛을 던져준다.  

"They are rotten crowd," I shouted across the lawn. "You're worth the whole damn bunch put together." I've always been glad I said that. It was the only compliment I ever gave him, because I disapproved of him from beginning to end.

 

개츠비는 경멸스러운 인간이었다. 캐러웨이도 개츠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라리 경멸스러운 개츠비가 위대한 개츠비로 보일 정도로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더 경멸스러웠다. 그래서 캐러웨이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츠비를 향해 "당신은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라고 소리친 것이다. 이것은 그의 경향으로 볼 때 파격적인 찬사였다.

 

피츠제럴드는 가치관을 상실한 전후세대에 대한 지독한 경멸과 조롱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리라. 이것을 해 "위대한" 개츠비라는 반어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의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물론이거니 그의 비꼬는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라 판단된다.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나 자신 문학자도 아니요,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 나름의 방식으로 이 소설을 평가하자면, ....

훌륭한 작품은 그 구조가 아주 치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소설에서는 그냥 한 번 읽으면 그냥 흘려 버릴 수 있는 부분들이 뒷 사건과의 연관성 또는 암시등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꽤 있다. 그러한 부분들은 숨겨져 있는, 말로는 직접 서술되지 않은 상황들을 감지하게 해 주고 있다. 사실 피츠제럴드는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다만 부분적인 상황들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독자는 그 단편들을 모아서 하나의 스토리로 꾸며야 하는 입장에 있게 된다. 어떤 일본 작가는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은 사람만이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 ... 그 점에 백프로 동감이다. 독자 스스로 상황들을 연결시켜 가며 하나의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해 보이며 그냥 지나칠만한 미묘한 점들을 알아채려야 한다. 그러려면 그 정도는 읽어야 하겠지. 그렇게 완성된 <위대한 개츠비>를 볼 수 있을 때에만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데릭젠슨" 이 쓴 [네 멋대로 쓰라]라는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그는 글쓰기의 첫번째 덕목은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독자의 주의의 끈을 끝까지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한가지는 궁금증을 일으켜 놓고는 그 답을 보여줄 듯 보여줄 듯 하면서 계속 유보하는 것이란다. [위대한 개츠비]에 그러한 구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부분을 읽을 때 첫 느낌은 '어라...이 이야기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이지? 개츠비는 언제 나오는거야? 개츠비가 도대체 누구야?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아 계속 읽어 나가게 된다. 그리고는 조금씩 조금씩 개츠비에 대해 알게된다. 피츠제럴드는 한꺼번에 개츠비에 대한 것을 많이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호한 상태로 전달된다. 결국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대략적인 흐름은 알겠는데, 도대체 어찌된 상황인지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문득 깨닫는다. 사실 정보들은 내가 파악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어져 있었구나.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었을 뿐...  

 

피츠제럴드의 글쓰기는 너무 교묘해서 나를 놀랍게 한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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