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E. 존슨/ 이승엽. 이수현 옮김 /까치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이 과학 혁명의 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진화론은 정상과학으로의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종의 기원]에서 다윈이 제시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한 새로운 종의 출현이라는 명제는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과연 다윈의 이론을 대신할 새로운 패러다임인 '지적설계론'이 정상과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놀랍게도 필립 존슨은 과학자가 아니다. 그는 법학교수이다. 어떻게 그런 그가 과학적인 문제에 권위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존스는 리차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과 마이클 덴턴의 [진화론과 과학]이라는 두 권의 책을 읽고 진화는 결정적인 사실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진화론과 과학]은 불가지론 생물학자인 마이클 덴턴의 책으로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종교적 동기를 배제하면서 냉철한 과학적 분석으로 다윈주의를 분석하고 있다. 그는 다윈주의를 실패한 이론으로 바라보고 있다. 

 

존슨은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읽으면서 진화론적 설명에 대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갑자기 나는 이 책이 명석한 수사학적 기교로 쓰였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일은 변호사들이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거기에 증거는 없다. 다만 가설로서 결론을 받아들이도록 당신을 유도하고 논리의 명석함에 감동하게 할 뿐이다." 진화론의 전도사라고 불리는 도킨스는 경험적이며 실제적인 증거로 진화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논리로 신다윈주의의 타당성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존슨은 그가 비록 과학적인 교육은 부족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형법학과 수사학적인 전문지식으로 이 문제를 누구보다도 더 잘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법정논쟁의 수사학적 기교와 구조에 대해 강의했었고, 증거와 주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제시하며, 반대 주장 속에 담겨진 허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견하는가를 가르친 전문가이었기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그는 광범위한 학술적 논문들과 과학적 에세이를 세심히 연구한 후 [심판대의 다윈]을 쓰게 되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과학적 연구에서는 반드시 신적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신론자이다. 그는 존슨을 비평하는 가운데 '필립존스 교수는 현재 진화론에 대한 가장 비중 있는 학술적인 비평가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진화론 비평은 어떤 것인가?

진화론은 경험론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초자연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자연주의적 과학풍토에서 진화론은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과분한 대접을 받아왔다. 과학 철학자 칼 포퍼는 과학이 가져야 할 하나의 요소로 '반증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진화론은 '반증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사실들은 진화론내에서 합리화된다. 그리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증거들은 무시되어 버린다. 더 나아가 진화론은 하나의 다윈주의적 종교가 되어버렸다. 결론적으로 존슨은 진화론은 과학인가? 의사과학인가?라는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과학자들과 대중은 진화론을 열렬히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과학적이려면 열린 마음을 가지고 그 반대되는 의견이나 증거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객관적인 과학적 자세이기때문이다. 진화를 받아들이건, 그렇지 않건 이러한 자세는 과학을 더 신뢰할 만한 학문으로 그리고 객관성을 구비한 방법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책은 진화를 옹호하는 사람이나 창조를 믿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창조를 믿는 사람들은 진화론에 대한 객관적인 비평에 접하게 될 것이다. 한편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과학도나 일반인들도 과학적 진화론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두 부류의 사람들 모두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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